감정노동, 업무 스트레스가 우울증으로 발전해
소비자로서 모든 노동을 존중하는 문화가 필요

감정노동은 실제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는 무관하게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러한 근무를 하는 사람을 감정노동자라고 말한다. 산업구조가 변화하고 서비스업이 증가하며 감정노동자들의 수는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  감정노동으로 인한 우울증은 정신건강을 악화시킨다. ⓒ게티 이미지
▲  감정노동으로 인한 우울증은 정신건강을 악화시킨다. ⓒ게티 이미지

백은서(건설환경공학과 2) 씨는 초등학생 과외 수업을 진행했다. 수업 중 과외 학생은 어머니가 가져다준 스승의 날 선물도 바닥에 던지는 등 본인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했다. 백 씨는 그럼에도 직업적 역할 안에서 대응하고자 사적인 감정을 담지 않으려 노력했다. 학생과 어머니 사이에서 그는 감정적으로 소비된다는 느낌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감정 부조화는 업무를 위해 본인이 표현하는 감정과 실제로 느끼는 감정의 괴리가 있게 되는 것을 뜻한다. 이런 감정 부조화가 지속되면 노동자들은 집중도가 떨어져 업무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 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심해지다 보면, 정서적으로 불안정해지는 악순환이 시작돼 적응 장애나 우울증 같은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 실제로 직장 내 갑질로 인한 부당함, 동료와의 관계 악화 등의 이유로 우울증이 생겨 심화하면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도입되며 과거처럼 백화점 판매원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게 하는 등의 경우가 줄어들었다는 것은 큰 사회적 변화이다. ⓒ게티 이미지
▲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도입되며 과거처럼 백화점 판매원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게 하는 등의 경우가 줄어들었다는 것은 큰 사회적 변화이다. ⓒ게티 이미지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해 마련된 법적 조치는 '고객 응대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사업주의 조치를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규정한 것이 거의 유일하다. 이는 ‘고객응대근로자에 대해 고객의 폭언, 폭행 등의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유발하는 행위’에 대한 예방적 조치와 ‘고객 등 제3자의 폭언 등’이 발생한 경우의 업무 중지에 대한 규정이다. 김인아 의과대학 직업환경의학교실 교수는 “물리적, 화학적 유해요인뿐만 아니라 스트레스와 폭언 등의 사회 심리적 요인이 노동자의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사업주의 조치를 명시한 첫 사례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김 교수는 실제 문제를 유발하는 소비자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은 없는 것을 한계로 지적했다. 그 예로, 콜 센터 직원의 경우 폭언에 대해서는 서비스 제공을 중지할 수 있지만 무리한 요구에는 전화를 끊지 못한다. 이에 김 교수는 사업주의 조치 확대와 포괄적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스스로, 그리고 서로를 노동자로서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 김인아 의과대학 직업환경의학교실 교수는 우리 모두가 소비자로서 노동을 존중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얘기했다. ⓒ김인아 교수
▲ 김인아 의과대학 직업환경의학교실 교수는 우리 모두가 소비자로서 노동을 존중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얘기했다. ⓒ김인아 교수

김 교수는 산재 판정 과정에서 다양한 사례를 접한다. 그는 감정노동자들의 스트레스는 ‘이겨 내야 할 무엇’보다는 ‘해결해야 할 무엇’이라고 정의한다.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는 어느 순간에 갑작스러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김 교수는 심리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같은 전문가의 도움을, 부당한 문제나 시스템적 해결이 필요할 땐 고용노동청, 노동권익센터나 노동상담소 등의 문을 꼭 두드리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무엇보다 스스로가 매우 소중한 사람임을 잊지 않길 바란다”고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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