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고고학자, 곽민수 소장을 만나다
대한민국의 이집트학 전공자이자 고고학자인 곽민수 소장을 만났다. ERICA 문화인류학과 출신인 곽민수 소장은 2022년 12월 29일 진행된 인터뷰 초청에 흔쾌히 수락했다. 인터뷰는 현재 '이집트 미라전'이 진행되고 있는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진행됐다. 한양대 동문으로서, 그리고 고고학자로서 시간을 내준 곽민수 소장에게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다.
1. 안녕하세요, 선배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문화인류학과 98학번인 곽민수라고 합니다. 현재는 한국이집트학연구소의 소장을 맡고 있고 또한 고고학과 이집트학 전공자로서 우리나라에 고대 이집트에 대해 알리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 선배님의 이집트 사랑은 정말 남다른 것 같아요. 혹시 지금처럼 이집트를 좋아하게 된 계기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4살부터 9살까지, 5년 정도 아버지 직장 때문에 이집트의 수도인 카이로에 살았던 적이 있어요. 그때 회사 손님이 오시면 아버지께서 손님을 모시고 카이로 박물관이나 유적지 안내를 하실 때 항상 따라갔어요. 그땐 아무런 지식이 없었지만 유적지에서 느껴지는 그런 분위기들이 마냥 좋았던 것 같아요. 그때 이집트의 유적지라든지 박물관들을 경험할 기회가 많았다 보니 저도 모르는 사이에 고대 이집트와 관련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맘속에 생겼던 것 같아요. 언제부터 좋아하게 됐다고 명확하게 얘기할 순 없지만 이집트는 제 인생의 반려자 같은 존재죠 (웃음)
3. 고대 이집트는 다양한 신들, 피라미드와 같은 엄청난 건축물 등등 다양한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선배님께서 생각하시는 고대 이집트 문명의 가장 매력적인 점은 무엇인가요?
고대 이집트의 가장 큰 특징이자 매력적인 점은 굉장히 오래된 문명이라는 점이죠. 고대 이집트가 기원전 3100년 경에 시작이 됐습니다. 이해하기 쉽게 우리나라와 비교하자면 한반도에서 빗살 무늬 토기를 만들던 신석기 시대에 고대 이집트 문명은 시작이 됐어요. 그리고 이른 시기부터 높은 수준의 문화적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도 했어요. 기자의 대피라미드도 고대 이집트 역사 속에서 상당히 초반부에 세워진 건축물이거든요. 또한 굉장히 오래된 문명이라는 점과 더불어서 굉장히 오래 지속된 문명 이기도 해요. 고대 이집트 문명은 3천 년이 넘게 지속이 됐어요. 좀 더 실감 나게 말씀드리자면 지금 시점에서 이집트의 마지막 파라오인 클레오파트라까지의 시간적인 거리가 2050년 정도입니다. 그런데 첫 피라미드가 만들어진 시기가 클레오파트라로부터 2500년 전이에요. 고대 이집트의 매력은 이런 압도적인 시간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4. 선배님께서 고고학자로서 혹은 이집트학 연구자로서 존경하는 인물이 있으신가요?
이집트 고고학자로서 제가 존경하는 분은 '이집트 고고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플린더스 페트리'라는 인물입니다. 이분은 현대적인 의미의 고고학적인 방법론을 이집트에 적용한 고고학자예요. 평생 동안 발굴 현장에서 발굴을 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현장형 고고학자였어요. 이 사람 덕분에 고고학이 단순히 보물 찾기 수준을 넘어서서 과거의 시공간에 대한 연구로 전환될 수 있었죠. 또 전 세계 최초로 이집트학 교수가 되신 분이기도 해요. 존경할 이유가 넘치는 멋진 분이시죠.
5. 고고학자라는 직업은 실내에서 조사하는 것뿐만 아니라 유적을 실제로 발굴하기도 하잖아요. 선배님께서도 발굴에 직접 참여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네, 저는 영국에서 박사 과정 중에, 저희 지도 교수님께서 책임자로 있으셨던 '사이스'라는 현장에서 주로 발굴을 했었습니다. 사이스는 고대 이집트 26왕조 때 수도였던 곳이고 이전에도 주요한 도시로 존재했었던 곳이에요. 그런데 발굴이 이루어진 부분이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저희 지도 교수님께서 한 20년 가까이 발굴을 해오셨음에도 불구하고 그 도시 전체의 전모가 아직까지 밝혀지지 지 않은 곳이에요. 앞으로도 몇십 년 혹은 100년 이상 동안 지속적으로 발굴이 이루어질 곳으로 기대될 곳입니다.
6. 선배님과 이집트에 대해 알아보니 이집트로 여행을 가보고 싶어지네요. 이집트 여행을 가기 전 준비하거나 알아야 할 내용이 있을까요?
어느 지역이던 마찬가지이겠지만, 여행 전에 이집트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몇 가지를 말씀드리자면 먼저 이집트에서 관광 산업은 국가 경제의 근간이 되는 사업 중 하나에요. 그렇기 때문에 관광업에 종사하는 분들한테는 물건을 파는 행위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래서 호객 행위가 우리나라에 비해 보다 적극적이라는 점을 알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이집트는 가격정찰제가 확립되지 않은 국가이기도 하고 문화적으로도 가격 협상이 통용되는 곳이에요. 그러니 여행을 가서 가격 협상을 필연적으로 하게 될 거라는 점도 알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여행을 가기 전에 이런 부분들이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가셔야 여행을 더 재밌게 즐기실 수가 있고 이런 점이 버겁다고 하시는 분들은 다시 한번 고려해 보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7. 흔하지 않은 길을 걸으셨다는 점에서 그동안의 여정이 쉽지만은 않으셨을 것 같아요. 선배님처럼 신념 있게 자신의 길을 나아가려는 후배들에게 조언 한 마디 부탁드려도 될까요?
솔직히 먼저 말씀해 주신 것처럼 제가 걸어온 길이 쉽다고 얘기하기는 힘들 것 같아요. 종종 이집트학을 공부하고 싶다고 하는 학생분들이 저에게 연락을 해서 상담을 요청하기도 해요. 그런데 그분들에게 마냥 응원의 말을 건넬 수가 없더라고요. 제가 책임져 줄 수 없는 분들이 제 말을 믿고 이 길을 선택했다가 좌절하게 된다면 그건 정말 무책임한 일이잖아요. 이런 이유로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선택한 분들께서는 다시 한번 자신의 선택을 고민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에도 그 길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실 분들은 그 각오와 의지가 빛날 수 있는 순간이 오길 응원하겠습니다.
8. 선배님의 인생에서 최종 목표가 무엇인가요?
저의 개인적인 목표는 신체적인 역량이 허락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연구를 계속 해나가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그리고 이집트 학자로서의 목표는 한국에서 이집트학과 이집트 고고학이 당당한 학문 분과로 자리 잡는 것입니다. 현재 한국의 이집트학은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에요. 그래서 저는 저희 연구소를 더욱 성장시켜서 누군가 이집트학과 관련된 학문을 연구하고 싶다고 할 때 지원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어요. 꿈이 있는 분들에게 제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하는 것이 제 궁극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겠네요.
9. 마지막으로 ERICA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다면 자유롭게 전달해 주세요.
저는 후배들이 지속적으로 자신의 실력을 키워나갔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언제 어디서 좋은 기회가 생길지 모르거든요. 그런데 그런 기회가 생겼을 때 그에 걸맞은 역량을 갖추고 있지 않다면 기회를 잡지 못하거나 자신한테 기회가 생긴 줄도 모를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저는 길이 보이지 않더라도 지속적으로 자기 역량을 계속해서 키워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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