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논리적 사고의 함양을 책임지는 민찬홍 교수
공직적격성평가(PSAT), 법학적성시험(LEET) 등을 출제한 논리 사고 분야의 전문가
“세월이 지나도 영원히 기억될 글을 남기고 싶어”

매 학기 수강 신청 기간이 되면 ‘선배들이 추천하는 한양대 명강의 명단’에 빠지지 않는 강의가 있다. 바로 민찬홍 정책학과 교수의 ‘분석과 비판’이다. 이 수업은 학생들이 비판적 사고로 독서를 할 수 있게 돕는 글 읽기 수업이다. ‘논리 전문가’로 저명한 민 교수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한양대의 명강의 중 하나인 '분석과 비판'을 담당하는 민찬홍 정책학과 교수는 다양한 분야에서 '논리 전문가'로 저명하다. ⓒ 민찬홍 교수
▲ 한양대의 명강의 중 하나인 '분석과 비판'을 담당하는 민찬홍 정책학과 교수는 다양한 분야에서 '논리 전문가'로 저명하다. ⓒ 민찬홍 교수

 

논리 전문가 민 교수

누군가를 존경하는 의미에서 성의 위치에 ‘빛’을 붙입니다. 교수님께서는 학생들 사이에서 ‘빛찬홍 교수님’이라 불리고 계십니다. 그만큼 교수님의 수업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많은데요. 교수님께서 학생들을 가르치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있다면요.

같은 과목을 수십 년 동안 맡았지만, 수업 내용을 항상 염두에 두고 살아요. 학기마다 학생들이 깊이 있고 뻔하지 않은 내용을 얻어갈 수 있도록 노력해요. 논리학 자체는 뻔한 내용을 다룰 수밖에 없지만 사례를 통해 새로운 사고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분석과 비판’ 수업에서 이용하는 대부분의 사례가 철학, 물리학, 과학입니다.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글을 읽으면서 논리학을 공부할 수 있어요.

 

한양대 학생들이 추천하는 강의로 ‘분석과 비판’이 매년 거론되는데요. 이 수업에 대해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분석과 비판은 논리학 입문 과목과 비슷해요. 하지만 논리학 자체를 가르치기보다는 논리적 사고로 글을 분석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수업에 가까워요. 글을 논리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사고하는 훈련이 강의 내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수업에서는 전문적인 전공 지식 없이 읽을 수 있는 가장 학술적인 글을 읽도록 합니다. 특히 한 문장을 제대로 읽고 더 나아가 단어 하나의 의미까지 깊게 읽어내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 민 교수가 수업에서 제공하는 요약 독서용 독서 예시. 그는 수업 시간 외에도 다음과 같은 책을 읽을 것을 권장했다. ⓒ 민찬홍 교수
▲ 민 교수가 수업에서 제공하는 요약 독서용 독서 예시. 그는 수업 시간 외에도 다음과 같은 책을 읽을 것을 권장했다. ⓒ 민찬홍 교수

수업을 듣지 않는 학생도 제게 요청하면 언제나 요약 독서용 독서 예시 리스트를 드리고 있어요. 수업 때는 이 도서 리스트 중 하나를 선정해 요약 과제를 진행합니다. 제가 학생분들께 추천해 드리는 책이기도 하니 읽어보시면 좋습니다.

 

철학과의 대표 수업 중 하나인 ‘물질과 마음 철학’에 대해서도 소개 부탁드립니다.

일종의 심리 철학 수업입니다. 이 수업도 학생들이 심리 철학에 관한 난해한 글을 잘 읽을 수 있게 도와주는 수업이에요. 제가 수업 때 내주는 과제의 양이 많지만, 많은 글을 읽으면서 스스로 배움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한 문장씩 생각하면서 읽어나가는 훈련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학생들이 논리적이고 비판적인 시야를 갖출 수 있도록 교수님께서 수업에서 특히 강조하시는 부분이 있다면요.

글을 정확하게 읽어야 해요.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글은 그 주제에 관한 사전 지식이 없을 때가 많아요. 그러나 어렵다고 해서 글에 무관심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오히려 주제에 더 관심을 가져보고 지적인 관심을 키워나가면 글을 정확하게 읽을 수 있게 돼요. 글을 정확하게 읽으면 자연스럽게 논리적인 사람이 됩니다.

글을 잘 읽으려면 다양한 학문 분야에 자신을 던져놓고 살아야 해요. 요즘은 해당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을 공부하지 않아도 쉽게 공부할 수 있는 책이 많아요. 그런 글을 공부하면서 배움의 즐거움을 얻어야 해요.

 

많은 수업에서 ‘글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하시는데요. 반면 ‘글쓰기’에서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다면요.

사실 글쓰기는 별도의 교육과정이 필요해요. ‘분석과 비판’과 같은 대형 강의에서는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기 힘들어요. 그런 점에서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글을 읽고 쓰는 것은 서로 독립적인 활동이 아니에요. 글을 잘 읽을수록 글을 잘 쓸 수 있기에 ‘글 읽기’ 훈련도 일종의 ‘글쓰기’ 훈련이라고 생각해요.

 

앎의 즐거움을 좇는 삶

 교수님의 주요 연구 분야에 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박사 학위를 따기 전에는 수리논리학과 언어 철학을 전공했어요. 이후 박사 학위 논문을 쓸 때는 심리 철학에 관심이 생기면서 이후에도 심리 철학과 관련된 주제를 공부하고 있어요.

한양대에 온 이후로는 주로 철학 전반에 걸쳐 공부했어요. 정책학과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철학에 관한 전반적인 글을 공부하고, 수업을 준비하는 데에 시간을 쏟고 있어요.

 

2021 수학능력시험의 출제위원장으로 활동하시고 공직적격성평가(PSAT), 법학적성시험(LEET) 등을 출제한 논리 사고측정 분야의 전문가로 불리고 계시는데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요.

개인적인 소회를 밝히면 대한민국이 ‘시험 공화국’으로 바뀌는 데 일조한 것 같아 그다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이다 보니 더 열중해서 일했던 것 같아요.

수많은 글을 읽고 만들어 냈지만 제 이름을 남긴 글이 없다는 건 아쉬워요. 즐거워서 한 일이지만, 공부에 더 열중한 삶을 살았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철학 이외에 학문 분야를 공부하시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요.

한양대에서 다양한 학문 분야의 교수님과 토론하는 일이 많았어요. 그 시간을 보내면서 앎의 즐거움을 크게 느꼈어요. “배우고 때로 익히니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공자의 말씀처럼 중요한 건 결국 즐겁다는 거예요. 앎의 즐거움을 추구하고, 새로운 지식을 얻었을 때 감탄할 수 있는 삶을 사는 것 자체가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민 교수가 전하는 교훈

한양대 교수로 재직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추억이 있다면요.

워낙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특별한 일은 없어요. 대신 아기같이 어렸던 1, 2학년 학생들이 판사나 검사가 돼서 찾아왔을 때 즐거움을 많이 느낍니다.

 

▲ 대학생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인 '에브리타임'에서 추천을 가장 많이 받은 강의평. 2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직접 수강평을 남겨 민 교수의 수업을 추천했다. ⓒ 에브리타임
▲ 대학생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인 '에브리타임'에서 추천을 가장 많이 받은 강의평. 2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직접 수강평을 남겨 민 교수의 수업을 추천했다. ⓒ 에브리타임

한양대 학생들에게 조언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공자의 말에 공감해 봤으면 좋겠어요. 다양한 학문 분야를 쉽게 접하는 곳이 대학교인 만큼 대학 생활 중 배움의 즐거움을 느꼈으면 해요. 그것이 대학이 여러분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값진 가치입니다.

 

마지막으로 교수님의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요.

가장 먼저 이루고 싶은 목표는 그동안 출간하지 않고 적어 온 글을 정리해서 출간하는 거예요. 서양 근세 철학, 심리 철학, 언어 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작성한 논문과 책, 그리고 수업을 준비하면서 정리한 자료들이 2000장 넘게 쌓여있어요.

마지막으로는 세월이 지나도 읽을 만한 글 한 편을 꼭 남기고 싶어요. 할 수 있다는 확신도 없고, 시간적 여유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노력해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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