밈, 어디까지 만들어지는 거예요?

출처: MBC 예능 '나혼자산다' 캡처

언젠가부터 '밈'이라는 말이 넘쳐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생소한 단어였던 '밈'. 하지만 이제 대한민국 국민에게 '밈'은 명실상부 트렌디한 단어 중 하나로 꼽힌다. 밈의 시대가 도래한 데에는 인터넷과 스마트 폰 발전의 역할이 크다. 현대인 중 대부분이 스마트 폰에 중독되어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한 유명 아이돌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쉬는 날 11시간 동안 휴대폰을 보는 모습을 보여줘 큰 화제가 됐다.

이제는 출퇴근 시간을 견디기 위해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타면서 스마트폰을 보는 광경이 익숙함을 넘어서 지루할 지경이다. 인스타그램, YOUTUBE 등 다양한 SNS 플랫폼의 알고리즘을 통해 번져나가는 영상이 모두에게 공유되다 보니 조회수가 높은 소위 '인기 동영상'의 내용을 모르고 있으면 일상 대화조차 쉽지 않다. 그리고 이런 인기 동영상이 가지고 있는 요소 중 '밈'이 있다.

 

'Meme'?

이제는 누구나 알고 있을 법한 'Meme'이라는 단어. 하지만 이 단어는 사실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가 문화의 전파 과정을 밝히기 위해 만든 용어다. 그는 책에서 인간의 유전자가 몸을 통해 부모로부터 유전되듯이 문화적인 아이디어도 모방을 통해 퍼져나간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제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 대중들에게 전파된 아이디어나 유희거리를 '밈'으로 통칭한다.

 

출처: EBS '클래스 e' 캡처

언급했듯, 밈은 모방을 통해 발생한다.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누구에게나 아이디어가 공유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됨에 따라 우리가 아는 '밈'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2000년대 초부터 역대 대통령들이나 유명 인사의 발언이 밈이 되기도 했다.

방송에서 웃기려는 의도 없이 내보낸 장면에서도 뭔가 웃을 수 있는 포인트를 발견하면 바로 캡처를 해서 같이 웃고 즐길 수 있는 요소로 만들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2011년 뉴스에서 한 기자가 무덤덤한 표정으로 '이 차는 이제 제겁니다.'라는 말을 하며 차 문을 닫는 장면이 커뮤니티에 돌자 많은 사람이 호응하며 밈이 되었다. 최근 유행한 밈으로는 한 유튜버가 족발을 먹으면서 노래를 부르면서 족발을 먹는 장면이었는데 멜로디가 흥겹고 중독성이 있다 보니 많은 이들이 따라 부르는 등 이에 열광하면서 밈이 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Meme의 특성

앞서 언급했던 밈의 특징은 일단 한 번 뜨기 시작하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다가 정점을 찍고 나면 시들해진다는 데 있다. 원래 일부 인터넷 이용자들이 '우리끼리만 알고 우리끼리만 즐길 수 있었던 개그 포인트'라고 생각했던 특권 의식이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소재가 되자 사라지면서 그들을 지탱해 주던 소속감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한 때 유행했지만 지금은 거의 쓰지 않는 '묻고 더블로 가', '무야호', '깡' 등의 밈이 있다. 반면 특정 소수만 아는 밈은 지금까지도 잘 사용되고 있다. 한 번 빵 뜨고 나면 지속력이 약해지는 것이 밈의 첫 번째 특징이다.

 

한 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지금은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는 밈 ('무야호'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두 번째 특성은 다양한 방법으로 패러디되면서 대중들이 가지고 노는 요소가 된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2023년 유행한 닛몰캐쉬(유튜버)의 중국 밈이 있다. 처음에 중국 틱톡(Tiktok)에서 유행했지만, 우리나라 정서로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영상을 패러디하면서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점점 이 감성에 대중들이 빠져들면서 이 유튜버의 영상을 패러디하는 영상들이 또 새롭게 등장하기 시작했다. 댓글 기능을 통해 SNS 이용자들이 모여 재밌게 노는 것도 밈의 또 다른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바이럴되는 밈의 특성을 가지고 많은 기업들에서 MZ를 겨냥해 밈을 활용한 '밈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는 것도 하나의 추세다.

 

밈의 추락

이렇듯 밈은 사용자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대화의 소재가 되면서 많은 사람이 웃을 수 있게 해주는 사회적 윤활유의 역할을 한다. 하지만 밈은 특정인을 비하하는 용도로 쓰이거나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시키는 특성이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있다. 앞서 언급했던 대통령들의 발언을 바탕으로 만든 밈 또한 '대통령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논란이 있었다.

실제로 밈은 대상을 비하하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지난 2019년 7월 대한민국에서 열린 'FC 서울 vs 유벤투스' 경기에 출정하기로 약속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경기장에서 노쇼를 하자, 40만원이라는 거금을 지불하고 경기를 보러 온 대한민국 관중들은 이 선수에게 '날강두'라는 비하적 밈을 만들기도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22년 열린 카타르 월드컵 대한민국 대 포르투갈 전에서 호날두가 실수로 우리나라 선수 골을 어시스트하자 '한반두'라는 별명이 생기면서 밈화되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밈에 대한 호불호 역시 대중의 성향에 따라 갈린다. 최근 유행한 개그맨 '조주봉'의 '홍박사님을 아세요?'와 '할 말이 없네' 챌린지는 재밌다는 반응과 함께, '질린다.', '그만 나와라.', '얘만 나오면 쇼츠 안 보게 된다.'는 등의 엇갈리는 반응이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재미를 줬지만 선정적인 뜻이 숨겨져 있다는 점에서 어떤 이들은 불쾌감과 저급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출처: 유튜브 채널 The면상

 

서로를 겨누는 칼이되다.

여전히 재미있는 밈도 많지만, 2021년부터 상대방을 대놓고 비난하고 헐뜯기 위한 목적을 가진 밈이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2021에 생긴 '누칼협?'이 대표적이다. 이는 '누가 칼 들고 협박했냐?'의 준말로 사회적인 부조리나 잘못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대상을 향해 '그렇게 된 건 본인의 선택이지 누가 그렇게 하라고 협박했냐?'라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공무원들이 인터넷상에 임금이 너무 적다는 식의 댓글을 쓰자 그에 대한 반응으로 '누가 공무원 되라고 칼 들고 협박함?'이라며 '알고 공무원 선택한 거지 않냐. 그에 대한 책임을 져라.'는 식이다. 또 지난 22년 이태원 참사를 두고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보상이 논의되자, '누가 이태원 가라고 칼 들고 협박했냐?'는 반응이 일었고 이에 대해 논란이 생기기도 했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 ‘기사 및 보도’와 연관 없음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 ‘기사 및 보도’와 연관 없음

제일 최근 등장한 '긁?'이라는 밈 역시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쓴다는 점에서 앞에 말한 '누칼협'과 일맥상통한다. 누군가의 멘탈이 흔들리거나 마음이 상한 모습을 보고 공감하고 위로하기보다 '긁혔네', '긁?' 등의 반응을 보이면서 상대를 조롱하는 셈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 어떤 대상에 대해 비판하는 댓글을 달면 '긁?'이라고 댓글을 달아 '자존심 상했냐?', '분노에 차서 부들거리는 거냐?'라는 의도를 드러낸다. 이와 같은 밈에 대해 많은 인터넷 사용자가 '이제는 이런 밈에 염증을 느낀다.', '무례한 밈을 사용하고 나서 그에 대해 유쾌하게 대꾸하지 못하면 속 좁은 사람으로 몰아간다.'라는 등의 반응을 보인다.

 

'낭만'의 시대는 가고 이제는 '현실'의 시대

최근 유행하는 밈 중 '강한 자만 살아남았던 낭만의 시대'가 있다. 90년대, 2000년대 초를 살아가던 모습이 담긴 영상에 사무실 안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난간을 잡고 아파트를 올라간다거나, 고속 도로를 아무렇지 않게 무단 횡단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참 저 때 낭만 있었지.'라는 댓글을 달며 '미개했던 때다.'라는 반응을 돌려 표현하는 밈이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현실을 벗어나 비일상의 '낭만'을 찾아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이렇게 '낭만'이란 말에는 무질서하고 비합리적인 모습을 비꼬는 뜻도 내포되어 있지만, 동시에 현실을 떠나 감성을 추구하던 시대라는 이중적인 평가가 담겨있다.

'낭만'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나 심리 또는 그런 분위기'다. 이렇듯 현실 바깥에는 낭만이 있다. 현실의 법칙을 추구하면 안정을 얻을 수 있다. 어릴 적부터 귀 아프게 들어왔던 '공부를 잘하면 미래의 배우자가 달라진다.', '뭐가 되었든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 등의 현실적인 법칙은 틀린 것이 아니다. 그래서 많은 현대인들은 '매혹적인 낭만'이나 '공동체의 정'보다는 '현실', '개인적인 안정'을 추구하게 됐다.

이런 현상을 만들어 낸 데에는 사람 자체를 신뢰하기보다 '시스템'을 신뢰하게 되는 풍조도 한몫했다. 최근 사회적 약자들이 법을 어기고 약자임을 방패 삼아서 오히려 돈을 버는 사회적 현상을 지적하며 '사회적 약자가 진짜 사회적 약자가 맞냐?'라는 의문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약자를 보호하고 주위 사람을 신뢰하는 공동체주의를 선택하면 어느 정도의 온정과 인정 즉 낭만이 보장되는 사회가 된다. 하지만 그 이면에 서로서로 봐주게 되면서 공정, 평등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되는 결과도 나타난다. 개인주의가 만연해지면서 현대인은 공동체주의와 사람에 대한 신뢰보다 개인의 선택과 공정한 시스템, 즉 법에 대한 신뢰를 선택했다.

그리고 개인주의를 극단적으로 옹호하는 일부로부터 '네가 선택했지 내가 강요했냐?'라는 반응인 '누칼협', '네 일에 관심 없다. 그건 네가 자초한 일이 아니냐?'라는 반응인 '알빠노', '네 감정이 상한 것을 내가 위로해 줘야 되는 것이냐? 왜 갑자기 급발진하냐?'라는 반응인 '긁?' 등의 밈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외에도 '즙 짠다.', '또 징징댄다.' 등의 밈 역시 상대방의 감정 표현에 대해 위로를 건네기보다는 조롱과 재미를 추구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 ‘기사 및 보도’와 연관 없음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 ‘기사 및 보도’와 연관 없음

현대인은 개인의 안정을 보장해 주는 현실을 선택했지만, 한편으로 과거 따듯했던 온정주의를 그리워하는 것 같기도 하다. 각종 여행 유튜브나 과거 낭만의 시대 영상에 대한 조회수가 높다는 점은 이런 현상을 반영한다. 요새는 지나치게 개인만을 생각하는 풍조가 인터넷상에서 서로를 겨누는 칼의 형태로 서서히 그 그림자를 드러내고 있다. 현실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이 현실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주변 이웃에게 따듯한 관심을 보이는 낭만을 일상에서도 추구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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