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의 사진 찍기, 그 낯선 세계의 경계 넘기를 위한 자문화기술지(Auto-Ethnography)
김미남 응용미술과 교수가 시각장애 학생들의 사진 찍기를 연구하면서 깨닫게 된 비시각장애인 연구자로서의 한계에 대해 솔직하고 섬세한 자기성찰의 과정을 담은 책 『사진 찍는 너를 보는 나를 보다』를 출간했다.
표지 지면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이 책의 제목은 꽤 길어서 언뜻 무슨 내용인지 알아차리기 힘들 것 같지만, 천천히 소리 내어 읽어 보면 직관적으로 이 책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단박에 감을 잡을 수 있다. ‘사진 찍는 너’를 바라보는 연구자에게 ‘너’는 시각장애인이라는 것 말고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낯선 ‘타자’이다. 연구자 김미남은 사진 찍는 시각장애인을 이해하기 위해 그들을 관찰하지만 그들의 사진 찍는 행위와 그들의 사진은 점점 이상하고 낯선 것이 되어 가더니 결국엔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어 버린다. 연구자는 결국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너’를 바라보고 있는 ‘나’임을 깨닫고 연구의 방향을 자신으로 돌리는데, 『사진 찍는 너를 보는 나를 보다』는 바로 이렇게 연구자가 자신을 탐구하며 새로운 사진 세계를 만나게 되는 과정을 기술한 책이다.
이 책은 자문화기술지(Auto-Ethnography)라는 연구 방법을 사용한 질적 연구이다. ‘나’라는 일인칭 시점으로 현상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매우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전달된다. 독자들은 일인칭 시점 글쓰기를 따라 연구 과정과 결과에 깊이 감정을 몰입하게 되고, 또한 연구자와 함께 자신의 사진 찍기 경험과 사진에 대한 생각을 적극적으로 성찰하게 된다.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왜 우리에게 시각장애인 학생들이 찍은 사진은 잘못된 사진으로만 보이는가?’를 자신에게 묻게 되는데, 이런 자기 들여다보기가 가능해진다는 것은 이제 타자에게 다가갈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각장애 학생들의 사진이 의미를 해석해야 할 ‘기호’로 인식되면서, 나는 내가 ‘볼’ 줄 아는 능력을 지녔다고 해서 사진 수업에서 주도권을 전적으로 가질 수 없음도 깨닫게 되었다. 나 자신을 ‘볼’ 줄만 아는 이로, 그리고 시각장애 학생들을 ‘볼’ 줄도 모르는 이가 아닌 ‘볼’ 줄만 모르는 이로 재정의 하자, 그렇게 낯설고 이상하기만 하던 사진 수업의 상황들이 조금씩 ‘보는 것 너머’의 세계로 떠나는 모험처럼 여겨졌다. 매주 수업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성찰하면서, 시각장애 학생들이 사용하는 사진 언어와 그 문법을 조금씩 독학하듯 익혔다. 완벽히 소통이 가능할 만큼은 아니라 여전히 그 의미가 해석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비대칭적 소통’이었지만, 적어도 시각장애 학생들과 다른 비시각장애인들과의 가교 구실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나는 천천히 모순된 사진 문법을 깨쳐가고 있었다.”
-『사진 찍는 너를 보는 나를 보다』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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