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캐나다 문화교류 프로젝트로 시작된 뮤지컬 '링크'
전쟁 속 얼음 위에서 피어난 우정과 삶의 이야기
“전쟁 속에도 삶은 있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한양대학교 연극영화학과 학생들과 교수진, 그리고 캐나다 3개 대학이 공동으로 만든 창작 뮤지컬 <링크>는 얼어붙은 전장의 한복판에서 청춘들이 지켜낸 삶과 우정, 그리고 연대를 노래한다. 이번 작품은 2024-2025 한국·캐나다 상호문화교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한양대와 캐나다 대학의 연극·예술학과 학생들이 공동 참여하는 국제 협업 프로젝트다.

 

▲ 한양대학교 연극영화학과 학생들이 뮤지컬 '링크' 리허설 현장에서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들은 전쟁 속 아이스하키라는 당시 청춘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무대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 신문정 기자
▲ 한양대 연극영화학과 학생들이 뮤지컬 '링크' 리허설 현장에서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들은 전쟁 속 아이스하키라는 당시 청춘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무대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 신문정 기자

 

평범하지 않은 전쟁 이야기

1951년 가평 전투에서 캐나다군은 중공군의 남하를 막아냈고, 전투 중에도 임진강 위에서 아이스하키 경기를 벌였다. 뮤지컬 <링크>의 이야기는 바로 이 역사적 기록에서 시작된다. <링크>의 스토리를 맡은 김가람 연극영화학과 교수는 “실제 참전 용사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역사적 고증을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 배우들이 작품의 주요 인물인 ‘석구’를 중심으로 하키 경기 장면을 연습하고 있다. © 신문정 기자
▲ 배우들이 작품의 주요 인물인 ‘석구’를 중심으로 하키 경기 장면을 연습하고 있다. © 신문정 기자

김 교수는 “전투의 영웅담보다 그 안에서 살아가던 병사들의 우정과 일상을 조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극의 중심에는 하키 선수를 꿈꾸던 캐나다 병사 ‘데이빗’과 전쟁으로 동생을 잃은 한국인 병사 ‘석구’가 있다. 전쟁 속에서도 인간적인 교류와 회복의 가능성을 상징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무대 위에서 음악과 연기로 되살아난다.

 

전쟁은 절망만이 아니다

 

▲ 아이스하키 경기 장면을 연습 중인 배우들. 배우들이 캐릭터들의 우정과 팀워크를 다지는 순간을 몸짓과 표정으로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 신문정 기자
▲ 아이스하키 경기 장면을 연습 중인 배우들의 모습. 배우들이 캐릭터들의 우정과 팀워크를 다지는 순간을 몸짓과 표정으로 표현하고 있다. © 신문정 기자

뮤지컬은 전쟁을 단순히 고통과 상실로만 그리지 않는다. 이들은 전쟁 속에서도 인간이 삶을 지속해 나가는 방식에 주목한다. 학생 기획 대표로 참여한 유하현(연극영화과 2) 씨는 “뮤지컬은 여러 인물들의 하모니로 구성되는데, 그것이 전쟁 속 개개인의 삶을 비추는 역할로서 기능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인상 깊었던 일로 가평 현장에서의 발대식 행사를 꼽았다. 그는 “행사에서 가평 전투 때의 전사자 열 명의 이름을 낭독했는데, 그들이 현재 우리 학생들보다 어린 나이였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팠다”며 “그들의 삶을 기억하고자 하는 태도를 뮤지컬 전반에 담으려 했다”고 말했다.

 

연합 창작이라는 특별한 수업

이번 공동 뮤지컬 프로젝트는 단순한 공연을 넘어 하나의 교육 실험이다. 연극영화학과 학생들은 대본 개발부터 음악 작곡, 무대 연출에 참여하며 해외 학생들과의 협업을 경험했다.

김 교수는 “이전에도 해외 문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은 많았지만, 이번처럼 실제 외국 배우들과 창작자들이 함께 호흡하며 작품을 만드는 경우는 드물었다”고 강조했다. 유 씨는 “언어의 장벽, 14시간의 시차, 공연 시기와 연습 일정을 맞추기 위한 긴 조정 과정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청춘의 연대, 그 자체가 메시지

학생들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예술의 언어로 하나 되는 경험을 했다. 프로젝트의 동력은 멀리 떨어진 캐나다와 한국이 1951년 가평 전투라는 실제 역사를 함께 기억하고 있다는 것에 있었다. 유 씨는 “전쟁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한국과 캐나다를 연결해준 점이 인상 깊었다”며 “멀리 떨어진 두 나라 학생들이 같은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작업이 더욱 특별했다”고 말했다.

7월 공연과 8월 캐나다 공연은 한 사건을 바라보는 두 나라 청년들의 시선이 만나는 장이 될 것이다. 학생들은 공동 창작이라는 낯선 영역에서 직접 관계를 맺고, 과거를 오늘의 감각으로 재해석한 ‘청춘의 연대’를 보여줄 예정이다.

 

개인의 삶을 기억하는 창작자들로

뮤지컬 <링크>는 전쟁을 위대한 승리의 서사로만 그리기보다, 그 속에 있었던 평범한 청춘들의 삶과 감정에 집중한다. 김 교수는 “죽음을 영웅화하기보다는, 각 인물이 가진 구체적인 삶의 결을 드러내고 싶었다”며 “전쟁이라는 거대한 배경 속에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꿈을 꾸고, 친구를 만들고, 하루를 살아냈다는 사실을 관객들이 함께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학생들 역시 이번 경험을 통해 예술가로서의 태도를 배웠다고 전했다. 유 씨는 “화려하진 않지만, 사람들의 진짜 삶에 닿아 있는 장면들을 포착하고 표현할 수 있는 창작자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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