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로움과 당당함, 관련 분야 경력이 합격의 비결"

 본교 출신, 최초 KBS 공채 여성 아나운서

 

 '한양의 공중파 점령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지난 23일 발표한 한국방송공사(이하 KBS)의 2003년도 신입사원 공채 결과, 두 명의 한양인이 아나운서 부문에 최종 합격했다. 이미 KBS 9시 뉴스를 맡고 있는 홍기섭 동문과 SBS 8시 뉴스 앵커 이영춘 동문 등 각 방송사의 메인 뉴스 진행자를 배출한 본교지만, 이번의 결과가 주목받는 이유는 합격자가 모두 여성이기 때문이다. 본교 출신 여성으로써 최초로 공중파 방송 아나운서의 길을 걷게 된 이들은 바로 백승주(독문 99년졸) 동문과 김윤지(생과대·소비자가족주거4)양. 2003년 새해부터 브라운관을 통해 마주하게 될 새내기 아나운서들을 만나 당찬 포부를 들어보았다.

 

 -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생각하게 된 계기는?

 

 백 : 사실 아나운서라는 직업에 대해 처음부터 관심을 가지진 않았지만 '말하기'라는 분야에 대한 관심은 많았다. 대학원(교육학 전공) 논문도 '말하기'를 주제로 썼고 오하이오 대학에 유학을 갔을 때에도 'public speaking'을 열심히 배우기도 해, 그 분야에선 자신이 있었다. 이후 방송에 관한 것은 삼척 MBC에 입사한 후 뉴스, 공익광고, 내레이션 등을 직접 경험해 보며 더욱 자세히 알게 됐다.

 

 김 : 주위에서 목소리가 좋다는 말을 많이 들어 처음엔 성우를 준비했다. 그러던 중 아나운서 쪽에 관심을 가지게 돼 3학년 말부터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했고 관련 학원과 스터디 그룹, 신문 읽기 등을 통해 차분히 준비했다.

 

 - KBS에 입사하기 전 경력은?

 

 백 : 며칠 전 사표를 내기 전까지 삼척 MBC에서 1년 동안 근무했다. 사실 수습 3개월 차까진 '사고'를 우려해 방송을 못하는데 운 좋게 일찍부터 경험을 쌓게 되어 좋았다. 또한 지난 여름 태풍 피해로 인한 수재의연금 모금 방송을 맡은 것도 큰 경험이 됐다. 그리고 각 지역 자체 방송인 '별이 빛나는 밤에'를 진행하면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김 : 작년 모 라디오 전문방송사 공채 시험에 합격해 라디오 DJ로 일해왔다. 새벽 2시와 4시 사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맡아 지난 8월부터 진행해 왔는데, 선곡부터 멘트, 진행까지 경험하며 예전에 알지 못했던 많은 것을 배웠다. 또한 청취자들과 함께 호흡하며 다양한 삶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무척 행복했고 그분들을 잊지 못할 것 같다.

 

 - 공채 과정 중 가장 힘들었던 때와 그에 관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백 : 강원도에서 회사를 다니다보니 서울까지 시험 보러 오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한번은 방송과 KBS 카메라 테스트가 겹쳐 각서를 쓰고 총알택시를 탄 적도 있다.(웃음) 일하며 공부를 하다보니 잠도 부족했고 여러 가지 이중고에 시달렸다. 하지만 최종 면접은 사장님과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여유롭게 진행하게 돼 매우 편안했다. 최종 면접에서 '영어 잘하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곧바로 영어로 대답하면서 분위기를 바꾼 것이 유효했던 것 같다.

 

 김 : 마찬가지로 공부와 일을 병행하는 것이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모두 부담이었다. 그러나 제일 힘들었던 순간은 역시 최종 면접이었다. 다소 긴장된 상태에서 '북한 핵'에 관한 질문을 받고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라는 답을 말했는데 돌아온 질문은 '대화면 돼?'라는 것이었다. 면접관의 당혹스런 질문이었지만 나는 좀 엉뚱하게도 '예, 대화면 됩니다'라고 짧게 말하고 부연 설명을 하지 않았다. 당시 면접관들의 표정을 떠올리면 지금도 아찔한 순간이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런 여유와 배짱이 합격을 안겨준 듯 하다.

 

 - 앞으로 가장 장 맡고 싶은 프로그램과 닮고 싶은 여성 아나운서는?

 

 백 : 뉴스 진행을 가장 하고 싶다. 모든 아나운서들의 공통적인 희망이겠지만 신속하고 정확한 보도를 시청자들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전달하는 매력은 엄청나다. 뉴스와 더불어 MC도 욕심나는 분야다. 너무 튀지도 않고 기죽어 있지도 않은, '평범 속의 비범'을 발산하는 MC가 되고 싶다. 'VJ 특공대'는 사람 냄새가 풍기는 프로그램이어서 꼭 해보고 싶고, 이를 진행하는 황수경 아나운서 또한 가장 닮고 싶다.

 

 김 : 뉴스, 라디오, '도전 골든벨', '가족오락관' 등 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너무 많다. 물론 그 중에서도 뉴스가 가장 욕심나는 분야이긴 하지만 어떤 프로그램을 하더라도 최선을 다해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닮고 싶은 분은 KBS 아나운서실 차장으로 계신 이규원 선배다. 프로그램 진행의 차원을 넘어서 나레이션, 성우 등 다양한 분야를 개척해 아나운서 역할의 지평을 넓혔다. 여러가지 의미에서 꼭 닮고 싶은 분이다.

 

 - 아나운서를 지망하는 본교의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백 : 자신의 자질을 검증해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나운서에게 요구되는 외모, 말투, 지식 등 모든 분야에서 자신의 현재와 비교한 후 부족한 점이 있다면 하나씩 채워나가야 한다. 또한 관련 분야의 경력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최종 합격자의 대부분이 경력자이다. 여유로움과 당당함을 가지고 준비에 임한다면 충분히 성공할 것이다.

 

 김 :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왜 아나운서가 되고 싶은가'에 대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정말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면 일상생활에서부터 아나운서다운 자신만의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또한 여성들의 경우 텔레비전 경력은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상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한다면 분명 누구에게든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윤석원 학생기자 astros96@ihanyang.ac.kr
사진 : 이재룡 학생기자 ikikata@i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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