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 시리즈9 - 고령사회연구원

 

   

 

올해 나이 55세인 K씨는 요즘 한숨이 가득하다. 다니던 직장에서는 하루하루 퇴직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고, 어렵사리 키운 자녀들의 취업소식은 들릴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K씨의 이야기는 대한민국의 많은 베이비붐 세대들이 공감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고령화 시대를 지나 고령사회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대한민국. 2008년부터 이러한 상황을 대비해온 곳이 있다. 우리대학의 대표 연구원, 고령사회연구원이다.

 

기대 속에서 둥지 튼 고령사회연구원


   
고령사회연구원은 앞으로 사회적 이슈가 될 고령 관련 문제들을 예방하자는 취지로 야심 차게 출범하였다. 고령사회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는 김윤신 교수(의대·의학)는 “김종량 이사장님이 총장으로 계실 당시, 우리대학을 대표할 수 있는 연구소를 만들자는 제안을 하셨다”며 “자연과학계열에서는 에너지, 인문사회계열은 고령화 문제, 두 가지 미래사회 문제를 선택해 해결을 목표로 설립되었다”고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학교 내 50여개나 존재하는 연구소와는 달리 ‘연구원’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이 때문이다.

 

고령사회연구원의 가장 큰 특징은 융·복합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김 원장은 “자연과학, 공학, 인문사회, 의학 등 넓은 범위의 학문들을 연계해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미래 사회를 예측하고 준비하는 연구이니만큼 모든 조건들을 고려하는 연계적 접근이 필수적이다”라며 융·복합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고령사회연구원은 내부에 5가지 연구단으로 시작했다. 현재는 내부 평가를 거쳐 4개의 연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장수의학 연구단, 노인성질환제어 연구단, 고령친화산업 연구단, 저출산고령사회정책 연구단이 이에 해당 된다.

 

교육, 연구를 넘나드는 고령사회연구원의 사업

 

최근 방점을 찍고 있는 분야는 ‘교육’이다. 가장 핵심적인 교육사업으로는 ‘스마트생애설계 교육과정’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학교육을 마치고 취직해, 오랜 기간 동안 직장생활을 한다. 문제는 ‘은퇴’ 그 이후다. 막상 은퇴를 하고 나면 직장에서 사용했던 업무 능력을 사용할 곳이 마땅치 않다. 심지어 대학시절에 받은 교육은 오랜 시간이 지나 사실상 ‘폐기’된 상태인 경우도 있다. 은퇴 이후의 삶을 유지하기 위한 ‘도구’가 부족한 셈이다. 이에 스마트생애설계 교육과정은 은퇴 이후의 삶을 능동적으로 설계하기 위한 교육을 제공한다. 김 원장은 “스마트생애설계 교육과정을 통해 은퇴 후 재취업 및 창업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표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학기에 첫 선을 보이는 스마트생애설계 교육과정은 ‘최고위과정’ 개설로 그 시작을 알렸다. 은퇴를 앞두고 있는 고위급 간부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한다. 이는 비용을 지불하고 은퇴 교육을 받는다는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한 것. 처음 개설되는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정원보다 많은 인원이 신청했다. 은퇴 이후의 삶을 고민하는 직장인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원장은 “제 2사회화 기관이 급속도로 증가해 많은 기관들이 참여자를 모집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하지만 정원을 넘어선 인원이 지원하는 것만 봐도 스마트생애교육 커리큘럼의 우수성을 확인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령사회연구소는 다음 학기부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과정도 개설할 예정이다.

 

고령사회연구원은 융합 연구 과제도 추진 중이다. 최근에 진행한 과제는 ‘IT 복지’. IT복지란 IT분야와 복지분야가 합쳐진 융합연구를 뜻한다. 현재 보건복지부와 연계해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은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한다. 독거노인들이 안전사고, 자살 등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집에 센서를 장착해 이들의 안전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외에도 산업 디자인 분야와 연계한 ‘Global Universal Design’이 있다. 이미 존재하는 제품을 장애인, 소외된 계층, 노인층을 포함하여 누구나 쉽게 사용 가능하도록 다른 방식으로 디자인하는 것이다.

 

외부와도 지속적인 소통을 하는 고령사회연구소


   
고령사회연구소는 소통을 위해 ‘3A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3A란 Adventurous, Active, Health Aging의 줄임말로, ‘재미있고 활기차고 건강한 노후’를 의미한다. 고령사회 전문가와 외부인을 초청해 문화·예술·체육·건강·보건의학·환경·정보 등의 융·복합적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활기찬 고령사회를 선도하기 위한 포럼이다. 작년 9월부터 시작해 두 달에 한번씩 개최하고 있다. 김 원장은 “고령화는 심각한 문제이나 많은 사람들이 심각성을 인식하지 않고 있다. 3A 포럼을 통해 지속적인 정보제공이 필요하다”며 포럼의 의의를 설명했다.

 

또 다른 소통의 도구로는 ‘한양고령사회논집’이 있다. 한양고령사회논집은 고령화 분야의 융·복합 학문의 특성을 반영한 학술지이다. 연 2회(6월, 12월) 발간 되는 한양고령사회 논집은 3년째 계속되고 있다.

 

미래를 위한 투자, 우리 대학의 대표 연구원을 향해 현재 진행 중

 

대학 내에서 고령화를 연구하는 연구소는 많지 않다. 우리대학을 포함해 서울대, 한림대 3곳이 전부이다. 연구소가 출범할 당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정부에서 해야 할 일을 대학이 맡아서 하기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 하지만 김 원장의 생각은 달랐다. “미래를 위해서 투자하는 것이 대학의 진정한 역할”이라는 것이다. 김 원장은 “학교 측의 지원이 적어 연구소의 진행 사업을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지만 머지않아 위협으로 다가올 고령화 문제를 방치해 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고령사회연구원의 최종 목표는 고령화 분야의 국내 최고의 연구소가 되는 것이다. 발 빠르게 출범한 만큼 앞서나가는 게 유리하다는 것. 이를 위해서 꼭 필요한 게 있다. 인력 보강과 연구비 지원이다. 연구원이 진행하고 있는 사업을 위해서는 전문인력 보충과 충분한 투자가 시급하다. 김 원장은 “최고가 되는 것은 투자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국가와 학교 측의 지원이 더해진다면 고령화 분야의 최고로 우뚝 서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윤지 학생기자 yj091@hanyang.ac.kr
정규진 사진기자 flowkj@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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