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 시리즈 11 나노과학기술연구소

 

   

 

아주 작다는 의미로 사람들이 쓰고 있는 말, ‘나노’는 그리스어에서 난쟁이를 뜻하는 나노스(nanos)에서 유래했다. 정확히 나노는 10억 분의 1(10의 -9승)을 의미한다. 나노미터라면 10억 분의 1미터를 뜻한다. 나노 과학은 이런 작은 나노 세계에서 물질을 조정하는 과학이다. 가장 작은 나노의 세상은 우리에게 가장 넓은 세상을 열어주었다. 나노 과학의 발견을 시작으로, 수없이 많은 기술들이 나노의 세상에서 응용돼 나왔다. 이러한 나노 기술 연구의 리더로 우리대학 ‘나노과학기술연구소’가 있다.

 

작은 세계를 탐구하는 나노과학

 

인간의 머리카락의 굵기보다 약 8만 배쯤 작은 것이 바로 나노 크기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는 단위인 1m와 1nm(나노미터)의 차이는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와 손가락 길이의 차이 정도다. 그만큼 나노의 세계는 인간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크기다.

 

나노 과학의 발달은 현미경과 같은 관측 장비가 발달한 덕분에 이뤄졌다. 기술의 발달을 통해 그 동안 보지 못했던 나노의 세계를 볼 수 있는 현미경들이 개발된 것이다. 현미경을 통해 이제 물질의 분자구조를 직접 관찰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직접 분자구조를 조정하는 것도 불가능한 것이 아니게 됐다. 일반적으로 물질의 특성은 분자구조에 따라 결정되며, 이 분자구조를 관측하고 인간의 입맛에 맞게 구조를 조정하는 것이 나노 과학의 핵심이다.

 

나노 크기에서 물질의 분자 구조를 조정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물질에 물리적으로 힘을 가하거나 압력 혹은 용매 및 온도 등 화학적으로 다양한 변수를 조정해 분자의 구조를 조작한다. 구체적으로 분자를 조절하기 위해서는 크게 2가지 방법이 사용되는데, 바텀업(Bottom up)과 탑다운(top down) 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바텀업은 분자수준에서 물질의 특성을 제어하여 그 크기를 점점 크게 키워 큰 물질을 만들어 나가는 방식이라면, 탑 다운은 물질의 조그마한 부분에 레이저를 쏘는 등의 방법을 통해 거대구조물로부터 크기를 줄여서 나노구조체를 만드는 것이다.. 바텀업이 찰흙을 붙여 형상을 만드는 것이라면 탑다운은 바위를 깎아 형상을 만드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나노 과학은 현재 다양한 분야에 응용 중이다. 분자의 성분을 조정해 인체에 흡수가 잘되는 약이나 피부에 알맞은 화장품이 이미 시판 중이다. 또한 은의 항균 성분을 이용해 얇은 은 코팅을 입히는 은나노 기술 역시 이런 나노 과학의 산물이다.

 

나노 과학의 스승은 자연

 

   

분자의 구조와 그에 따른 특성을 연구할 때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모델. 바로 자연이다. 자연 속에 있는 구조와 물질의 특성을 모방해 원하는 물질을 만들 수 있다. 이를 생체모방(biomimetics)이라 부른다. 그 예시는 우리 생활 속에 다양하게 존재한다.

 

물에 젖지 않는 연잎의 특성을 이용해 자동차 유리에 사용하는 코팅제를 만들 수 있다. 연잎은 육안으로 봤을 때 매끄럽게 보이지만 나노 크기로 확대하면 수많은 작은 돌기가 빼곡히 덮여 있고, 이 돌기들은 물이 잘 스며들지 않게 만드는 코팅제 역할을 한다. 돌기 위로 물방울이 떨어지면 물방울은 잎에 흡수되지 않고 미끄러져 떨어진다. 이러한 연잎의 구조를 모방해 유리에 물이 맺히지 않고 흐르게 만드는 코팅제를 만드는 것이 생체모방의 대표적 예시다.

 

‘나노과학기술연구소’의 생체시스템모방센서

‘나노과학기술연구소’에서는 현재 생체시스템을 모방한 센서를 연구하고 있다. 생체모방을 통해 우수한 센서를 개발하는 것이 연구소의 목표다. 나노과학기술연구소장 김종만 교수(공과대·화학)는 “생체모방 연구를 통해 생체 시스템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능을 가지는 구조체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다양한 생체시스템 중 세포막과 나비의 날개에 있는 광결정 등을 모방해 차세대 나노 구조체를 제조하고 센서 기능을 부여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세포막을 모방한 센서의 경우, 세포막의 이중층 구조를 모방하는 나노구조체에 센서기능을 부여하여 특정한 조건에 따라 나노구조체의 색깔을 변하게 만들 수 있다. 특히, 세포막 모방 나노구조체 센서의 경우 톨루엔, 아세톤 등과 같은 휘발성유기화합물에 반응하여 색전이를 나타내는데 이러한 현상을 이용하여 폐암환자를 진단하는 센서로 응용시키는 것을 최종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폐암환자와 정상인의 날숨에 포함되어 있는 휘발성유기화합물의 성분의 종류 및 양이 차이가 나는 것이 보고되었다. 만일 고감도 휘발성유기성유기화합물 센서가 개발되면 폐암의 조기진단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광결정을 이용한 연구는 나비 날개를 모방했다. 나비 날개에는 아무런 색소도 들어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색을 띨 특성이 있을 수 있는 것은 날개 표면을 덮고 있는 비늘이 광결정과 비슷하게 푸른색의 빛만 반사시키고 다른 색의 빛은 모두 흡수하기 때문이다. 광결정은 특정 파장의 빛만을 반사시키고 흩어지게 하는 나노 구조 결정이다. 이 나노 구조를 모방해 특정 파장의 빛은 흡수하고 나머지는 다른 파장의 빛은 반사시키는 구조체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이를 이용해 자외선 차단막을 비롯한 빛을 검출하는 고감도 센서 등 다양한 곳에 활용될 수 있다.

 

김 교수는 이 외에도 피부 및 신경망 등 다양한 생체시스템을 모방해 차세대 나노 구조체를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다. 김 교수는 “고감도 고성능 초소형 센서 시스템을 만들려 한다”며 “이런 고감도 생체모방센서는 생체모방센서는 암과 같은 질병의 조기진단, 중금속 검출, 식품안정성 테스트, 촉각센서 등 다양한 곳에 응용 가능하다”고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나노과학기술연구소, 나노 과학을 밝히다

 

나노 과학의 선봉장임을 자처하는 우리대학 ‘나노과학기술연구소’는 나노 열풍이 불었던 지난 2004년에 설립됐다. 전 세계적으로 나노의 붐이 일어나고 나노 기술에 관심이 많은 시기였다. 나노기술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의 필요성과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나노과학기술에 빠르게 대처하고자 설립되었다.. 설립 9년 차, 현재 37명의 교수와 전문 연구시설을 갖춘 우리대학을 대표하는 연구소로 발전했다. 특히 지난해 ‘이공분야 대학 중점 연구소 지원 사업’에 선정돼 9년 동안 연간 약 5억씩의 지원금을 받게 됐다. 전국에 총 68개의 신청 연구소 중 중점 연구소로 선정된 곳이 우리대학을 포함해 두 곳임을 감안한다면 대단한 성과라 할 수 있다.


연구소의 연구 시설 및 장비는 세계 수준급을 자랑한다. 현재 FTC 6층 전체를 ‘나노과학기술연구소가 사용하고 있으며, 연구소에 상주하는 전문연구 인력과 고해상도 전자현미경(FE-SEM), 공초점 형광현미경(Confocal Fluorescence Microscope)과 같은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교수들 간의 협업 역시 우수해 연간 30여 회의 세미나와 회의를 통해 효율적으로 연구를 진행한다는 것도 ‘나노과학기술연구소’의 장점이다.

 

국제교류 역시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일본 및 미국, 중국 등의 유수 연구소와 적극적인 교류와 세미나를 통해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나노과학기술연구소’는 아시아 연구 네트워크(Asian Research Network)의 핵심 연구기관으로, 소속 연구기관의 협력을 통해 인적 및 연구 교류를 끊임없이 추진하고 있다.

 

김 교수는 “외국의 교수들도 우리대학을 방문하고 시설에 놀라곤 한다. 우수한 장비 등은 세계적인 수준이라 생각한다. 교수들간의 협업과 국제교류 역시 9년간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뤘다”며 “꾸준한 연구성과를 통해 세계적인 연구소로 발돋움 하는 것이 앞으로는 계획이다”고 밝혔다.

 

 

손경원 학생기자 son7629@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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