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인구현상 집대성, '인구는 사회현상의 근간'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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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 문학의 거장인 보르헤스(J. L. Borges)는 그의 유명한 단편을 통해 '어느 각도에서 봐도 지구상의 모든 지점들이 뒤죽박죽되지 않고 들어있는' 알렙(Alepf)을 그려내고 있다. 단지 2, 3센티미터의 구체이지만 그 속에 모든 시간과 공간이 포함되어 있고, 또한 서로 겹치지 않아 시공을 초월한 세상을 보여준다는 발상은 너무도 매력적인 문학적 상상력의 소산이다.
이이러한 문학적 상상력은 때때로 현실 속에 재현된다. 사회학과 김두섭 교수가 기획 및 편집을 주도한 『한국의 인구 1,2』(김두섭, 박상태, 은기수 편. 통계청 2002)는 한눈에 그리고 자세히 지난 한 세기 동안 있었던 우리나라 인구 현상의 모든 면모를 잘 보여주고 있다. 알렙이 모든 시공을 바라보는 눈이라면 『한국의 인구』는 우리나라의 인구 현상을 바라보는 총체적인 눈이다.
인구 현상을 모든 사회 현상의 근간이라 할 때, 이 책은 지난 한 세기의 우리 역사를 보여준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또한 최근 고조되고 있는 고령화와 출산력 저하의 문제를 떠올린다면 이 책은 아주 적절한 때에 나온 연구 성과라 할 수 있다. 사회문제는 전문적이고 정확한 원인 분석에서 그 실타래를 풀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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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회 통계의 날을 기념해 지난 2002년 9월 서울캠퍼스 백남학술정보관에서 있었던 '한국의 인구 및 주택 심포지엄'의 결과물들을 모은『한국의 인구』는 1925년 최초의 인구센서스 이후 2000년 센서스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인구와 가구에 관한 모든 자료를 집대성한 기념비적 문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의 인구』는 현재 우리나라의 인구상황과 인구관련 정책을 점검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에 대한 종합적인 대안과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 이 책은 인구자료, 인구변천, 인구성장의 구성요소, 인구구조 및 분포, 인구정책 등 인구와 관련된 주요 주제들을 체계적으로 망라하고 있다. 흔히 다양한 주제를 다루었을 때 글의 일관성이나 깊이를 놓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그러나 글의 균형과 전문용어들의 통일에 각별히 노력을 기울인 편집진과 해당 주제에 관해 뛰어난 역량을 인정받는 학자와 전문가들은 이러한 우려를 가볍게 불식시킨다.
소설 속의 알렙은 공유될 수 없다. 모든 이들이 가진 것이라면 더 이상 문학적 상상력으로 작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의 알렙은 공유됨으로 오히려 그 가치가 배가할 수 있다. 또한 진정으로 좋은 책이란 독자를 만족시킬 뿐 아니라 자극할 수 있는 책이다. 『한국의 인구』는 우리나라 인구학적 현상들에 대한 심도 있는 시각을 제공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를 모든 정치, 경제, 사회 분야에 적용할 것을 자극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