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의 칼럼' 시리즈 2

 

   

 

19세기 이래 대학은 ‘상아탑’이라 불렸다. 대학의 학문세계가 깨끗하고 고고하다는 의미도 있었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학문을 추구한다는 비아냥도 섞인 표현이었다. 하지만 우리대학에는 상아탑에만 머무르지 않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날카로운 시선으로 현실을 주시하는 교수들이 있다. 지성의 요람인 대학에서 교수들은 사회에 책임감을 갖고 그만의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세상에 의문을 던지는 것이다. 글을 무기로 삼아 현실에 대응하는 교수들. 인터넷한양은 지난 시리즈에 이어 미디어를 통해 현 시대를 짚어보는 교수들의 칼럼을 소개한다. 이번 주 기사에서는 정민 교수(인문대·국문)의 ‘세설신어’, 김정기 교수(언정대·신방)의 ‘청사초롱’, 이상빈 교수(경영대·경영)의 ‘경제칼럼’을 다룬다.

 

   


고전학자 정민 교수(인문대·국문)의 ‘세설신어’는 2009년 4월부터 매주 수요일 조선일보에 연재되는 칼럼이다. 정 교수는 “세설신어(世說新語)라는 제목은 ‘세상에 대한 이야기(世說-세설)’를 ‘새로운 관점으로 말한다(新語-신어)’는 뜻이에요. 칼럼에서 동양고전을 통해 고전 속에 담긴 현 시대를 읽어내는 새로운 의미를 찾아,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소통하려는 시도가 담긴 칼럼입니다”라며 칼럼을 소개했다.

 

   

사회는 변해도 사람은 같다

 

정 교수의 칼럼에는 B.C. 5세기의 중국 사람부터 19세기 말 조선 사람까지 다양한 시대의 인물이 등장한다. 하지만 시대가 변해도 인간들의 생각은 매한가지다. “사회라는 삶의 외연이 변해도 인간 삶의 본질은 변하지 않아요. 태어나고, 늙고, 병들어 죽는 생로병사의 주기는 변하지 않기 때문이죠.” 정 교수는 삶의 본질이 동일하기 때문에 옛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고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옛날의 젊은이들이 과거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공부하며 애쓰는 것과, 요즘 젊은이들이 취업하기 위해 공부하며 애쓰는 것은 본질적으로 같아요. 옛 사람들이 삶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알면, 지금의 삶을 어떻게 현명하게 살 수 있는지를 배울 수 있죠.”

 

정 교수의 칼럼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과거의 인물이지만,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교훈을 주기에 충분하다. “동양고전은 한문으로 쓰여져 있어서 고리타분할 것이라는 인식이 있어요. 하지만 그 글 안에 들어있는 사람들은 생동감이 넘칩니다. 고전학자로서 한문으로 된 텍스트를 번역하여 현 시대의 사람들에게 생생하게 소개하는 것이 제 역할이에요. 사람들이 제 글을 통해 과거와 현 시대를 겹쳐서 바라볼 수 있게 만들었을 때 글 쓰는 재미를 느끼죠.”

 

현 시대에 대한 날카로운 일침

 

정 교수는 8월 첫째 주 ‘몽환포영(夢幻泡影)’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재산을 가로채고 국민을 우롱하는 전직 대통령 일가, 뇌물혐의로 구속되고도 반성하지 않는 전직 국세청장들을 비판했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보다 보면, 반드시 한 마디를 하고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그때 저 같은 고전학자는 고전을 통해 현 시대를 비판하는 글을 씁니다.”

 

또한 정 교수는 현 시대를 사고가 부족한 시대라고 진단한다. “사고는 단계와 절차가 필요한 하나의 과정이에요. 중요한 삶의 문제들은 반드시 사고의 과정을 요구하는데, 기술의 발달로 점점 사고 과정이 필요 없는 것처럼 변하고 있어 문제입니다.” 정 교수는 현 시대에 필요한 것은 ‘속도를 늦추는 훈련’이라고 일침을 놓는다. “스마트폰 속도가 빨라져서 1초에 영화 한 편을 다운받을 수 있다고 해서, 삶의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에요. 삶의 속도를 늦춰 천천히 사고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입니다. 저는 칼럼을 통해 독자들이 삶의 속도를 늦추고 고전을 통해 잠시라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싶습니다. 그것이 현 시대에 가장 필요한 일이 아닐까 생각해요.”

 

정민 교수의 ‘세설신어’는 조선일보 오피니언 페이지(http://news.chosun.com/svc/list_in/list.html?catid=62M)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우리대학 언론정보대학원장 김정기 교수(언정대·신방)의 ‘청사초롱’은 4주에 한 번씩 국민일보에 연재되는 문화칼럼이다. ‘청사초롱’은 휴머니즘이 담긴 문화칼럼을 표방한다. “글을 읽는 존재는 ‘사람’입니다. 사회 현상에 대한 정치적 주장보다 단단한 문화적 시각이 담긴 휴머니즘이 사람들에게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일상적 이야기로부터 사회·문화 현상을 읽는 글

 

   

‘청사초롱’의 전개는 대부분 김 교수의 일상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일상적인 이야기가 독자와 소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제가 글을 처음 썼을 때는 전문성에 근거한 글만이 좋은 글이라고 믿었어요. 하지만 전문적인 글은 저와 비슷한 학식을 가진 독자들에게만 읽힐 뿐, 일반 독자들에게는 외면 받는다는 것을 알았죠. 그래서 ‘일상적인 이야기를 독자들과 같이 느끼고, 사회·문화 현상을 같이 생각해볼 수 있는 칼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김 교수는 단순히 독자와의 소통만을 위해 칼럼에서 일상 이야기를 다루는 것은 아니다. “일상적인 이야기들은 그저 살아가는 이야기로 끝날 수 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서 사회 현상을 읽을 수 있어요. ‘나’라는 존재는 ‘사회’라는 공동체 안에 속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김 교수는 이어서, “저의 일상적 이야기는 자신만의 특수한 이야기겠지만, 저 역시도 넓은 범주에서는 공동체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독자 모두에게 의미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색을 가진 공동체로 이루어진 사회

 

김 교수는 ‘청사초롱’을 통해 어떤 사회가 만들어지기를 꿈꾸고 있을까. “지난 6월 ’지방자치의 힘’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쓴 적이 있어요. 제 고향 강릉의 경포호가 지방자치를 통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다루면서, 아직 한국의 지방자치가 발달하지 못한 과정을 비판적으로 분석한 칼럼이었죠.” 김 교수는 서울중심의 발달에서 야기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지방자치를 통한 지역 공동체 발전을 역설한다. “한국사회는 지나치게 중앙집권적인 사회였기 때문에 지방 공동체들만의 고유의 문화가 많이 훼손된 것이 사실이에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고유한 문화를 가진 지역 공동체들이 발달해야 합니다. 지방에 살아도 충분히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야 해요.”

 

‘청사초롱’은 여운이 남는 칼럼이기를

김 교수는 ‘청사초롱’이 제 역할을 다하는 칼럼이기를 그리고 사람들에게 여운을 남기는 칼럼이 되기를 바란다. “앞으로도 계속 신문방송학자로서 할 수 있는 사회·문화에 대한 날카로운 시각을 제시하면서, 사람들 간의 관계,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이야기도 다루고 싶어요. ’청사초롱’을 통해서 인간의 가치, 공동체의 가치, 관계의 가치들에 관한 것들을 지속적으로 다루고 싶습니다. 궁극적으로 ‘청사초롱’을 읽은 독자들이 칼럼에서 여운의 향기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가 칼럼을 쓰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정기 교수의 청사초롱은 국민일보 오피니언 페이지(http://news.kukinews.com/opinion/list.asp?sec=1362)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경제학자 이상빈 교수(경영대·경영)의 ‘경제칼럼’은 4주에 한 번씩 매경이코노미에 연재되는 경제칼럼이다. 2009년부터 5년간 연재를 시작한 ‘경제칼럼’은 경제·금융 문제를 다루는 이 교수의 날카로운 시각이 들어있다. “미디어는 시사성이 중요해요. 칼럼을 통해 현안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 지를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게 칼럼의 목적입니다. 특히 특정계층이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주장할 때, 독자들에게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객관적 시각을 전달하려고 노력하죠.”

 

   

금융은 다이너마이트다

 

이 교수의 전공 분야는 금융. 금융을 '경제를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라 표현한다. “금융은 다이너마이트에 비유할 수 있어요. 다이너마이트는 산업에 유용하지만 전쟁에는 무기가 될 수 있잖아요. 그것처럼 금융도 경제를 효율적으로 만들지만, 과도하면 경제를 파괴시켜 버리죠.” 이 교수는 과거 금융제도 관리의 부실로 인한 경제의 몰락을 언급했다. “우리가 겪은 1997년 IMF 위기와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금융제도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불상사에요.”

 

이 교수는 현재의 한국의 금융제도에 대해 어떻게 진단할까. “한국의 금융제도는 제조업에 비해 발달이 뒤쳐져 있어요. 한국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라도 금융 활성화가 필요해요.” 하지만 이 교수는 금융의 발전만이 정답은 아니라고 믿는다. “금융의 발전은 필요하지만 그만큼 감시와 견제도 필요하죠. 저는 칼럼을 통해 금융의 중요성을 말하지만, 당국의 금융제도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는 이유는 잘못된 금융제도로 인해 경제가 몰락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경제와 금융을 알아야 세상이 보인다

 

경제·금융에 관한 글은 전문용어가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경제학을 배운 사람이 아니라면 용어를 낯설게 느낄 수 있다. “경제나 금융 개념에 대해 설명하려면 전문용어가 나올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글이 어려워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교수는 생활을 위해서라도 경제·금융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고 본다. “경제와 금융을 전공하지 않더라도, 경제·금융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현대에는 누구나 은행에 저축하고, 적금 들고, 대출을 받고, 재테크를 위한 투자까지 해야 하기 때문이죠. 생각보다 생활에서 금융을 분리해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또한 이 교수는 경제·금융을 통해 세상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경제·금융을 알기 위한 첫 걸음으로, 시대의 경제상황을 볼 수 있는 신문읽기를 제안한다. “경제 공부를 위해 학교에서 경제 과목을 수강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평소 신문의 경제면을 유심히 보면서, 현재 경제문제의 화두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문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름대로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제칼럼’을 통해 독자들이 시대의 경제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세상을 읽을 수 있는 눈을 기를 수 있다면, 저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상빈 교수의 ‘경제칼럼’ 최신호는 MK뉴스 칼럼 페이지(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3&no=675077)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양진웅 학생기자 projw@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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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진 사진기자 flowkj@hanyang.ac.kr
정성일 사진기자kimhjh@hanyang.ac.kr
김현중 사진기자kimhjh@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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