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 동아리 '하나클랑'

길어야 4분짜리 가요, 팝, 힙합 등 대중음악이 전성기를 맞은 가운데 1곡에 30분이 훌쩍 넘는 클래식의 매력에 반한 이들이 있다. 바로 한양대학교 오케스트라 동아리 하나클랑이다. 깊은 선율에 몸을 맡기고 30분을 친구와 함께하고 있으면 어느 순간 완벽한 하나가 되는 걸 느낀다는 이들. 작은 음표들이 모여 하나의 악보가 되듯 자신의 자리에서 서로 믿고 최선을 다하며 하나의 멋진 연주를 완성하고 있다.


에디터 박혜지 | 사진 박순애

 

   

▲ “웃으세요!”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좀체 떨리는 입술을 주체하지 못하던 하나클랑 단원들. 입술로만 웃는 미소가 어색하기 그지없다. 마지막 컷, “마지막이니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하고 외치자 긴장이 풀렸는지 그제야 자유분방하고 장난기 많은 대학생들로 돌아왔다.

 

왼쪽부터 이승욱(12·기계공학부),정한별(11·기계공학부), 최궁원(12·자원환경공학과),홍문영(11·영어영문학과), 서하윤(12·영어영문학과),정병관(11·기계공학부), 정희성(12·독어독문학과),정은주(13·중어중문학과), 문성호(10·행정학과)

 

한마음으로 시작한 10년


악기 비전공자로만 구성된 한양대학교 오케스트라 동아리 하나클랑 HanAklang. 한양 Hanyang의 앞 글자 Han과 독일어로 ‘최상의 음 AKlang’을 합친 것으로 ‘한양 최상의 음’이라는 뜻이다. 하나클랑의 ‘하나’라는 말이 마치 서로 다른 악기가 모여 하나의 화음을 맞추는 오케스트라의 성격과 절묘하게도 딱 맞아떨어진다. 음악을 아하는 친구끼리 같이 클래식을 듣다 눈이 맞아 “우리 이거 직접 연주해볼래?” 하고 시작한 것이 2003년. 처음에는 연습할 공간을 구하기도 어려워 이곳저곳을 전전했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대학생의 열정과 패기로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지금은 한양대학교에서 가장 인원이 많은 동아리로 손꼽히며 대학교 개교기념일 행사에 초청돼 연주를 할 정도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다. 음악에 대한 열정이 높아 하나클랑의 단원이었던 박형민 동문(07·국제학부)은 한국 대학생 연합 오케스트라인 KUCO의 제1대 단장을 맡기도 했다. 당시 용기 있게 금난새 음악감독에게 지휘를 직접 부탁한 사실은 하나클랑의 유명한 전설. 이를 계기로 지금도 금난새 음악감독은 KUCO의 지휘를 맡고 있다. 이 밖에도 하나클랑에서의 경험을 계기로 독일 유학길에 올라 지금은 지휘자 과정을 밟고 있는 윤현진 동문(01·작곡)도 있다. 이렇게 전설적이고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 있으니 하나클랑의 단원으로 이들이 갖고 있는 자부심이 얼마나 높은지 알 만하다. 무엇보다 하나클랑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바로 순수 예술 동아리로 마음 맞는 친구들끼리 클래식을 연주한다는 것. 그것만큼은 70여 명으로 시작했던 10년 전이나 100여 명이 넘는 단원들로 구성된 지금이나 변함없다. 악기를 잘 다루지 못해도, 클래식을 잘 몰라도 음악을 사랑하는 순수함과 열정이 있다면 하나클랑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 현재 하나클랑의 꿈과 목표는 10년 후에도 지금처럼 음악에 대한 열정과 순수함을 잃지 않고 하나로 이어져 나가는 것. 단원 모두가 한뜻으로 이 꿈을 완성해 나가는 중이다.

 

바빠도 웃음이 나는 이유 

 

하나클랑에게 규모가 큰 스케줄은 3월에 있는 신입생 환영 연주회와 9월의 정기연주회다. 그러나 여기저기 부르는 곳이 많아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 학교의 크고 작은 행사가 있을 때도 하나클랑이 빠지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꾸준히 이곳저곳에서 사회봉사 활동을 펼쳐 예술을 사랑하는 대학생들답게 고운 마음씨를 뽐내기도 한다. 한양대학교 병원의 호스피스 병동에서 마음을 담은 위문 공연을 하고 서울 성동복지관에서 장애 아동에게 악기를 가르치는 재능기부 활동을 펼치며 사람들과 음악으로 소통하는 걸 즐긴다. 앞으로도 예정된 봉사활동이 많지만 지금은 일시 정지된 상태. 하나클랑의 가장 큰 연례 행사인 9월 정기연주회를 앞두고 단원 모두가 구슬땀을 흘리며 맹연습 중이기 때문이다. 10주년을 기념해 졸업한 선배들과 재학생이 함께 어우러져 브람스의 대학축전서곡과 웅장하면서도 밝은 쇼스타코비치의 축전서곡을 연주한다. 인원도 지난해의 30명보다 훨씬 늘어난 50명으로 더 풍부한 화음을 만들어 오케스트라의 진면모를 보여줄 계획이다. 하나클랑이라는 이름만큼 아름다운 이들의 ‘하나 된 최상의 화음’을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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