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녹이는 '사랑의 연탄배달'

 

   

 

"방 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 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서 하염없이 뜨거워 지는 것."

 

안도현의 시 '연탄 한 장'의 구절이다. 연탄은 옛날부터 우리의 겨울을 책임지던 연료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아직도 연탄으로 겨울을 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을 돕고자 우리대학은 연탄봉사를 7년 넘게 계속해왔다. 올해도 겨울을 맞아 우리대학의 손길이 바빠졌다.

 

손에서 손으로 전달 된 연탄 한 장

 

   


지난 7일, 우리대학 동문 사회봉사단 함께한대는 '성동구 사랑의 연탄배달'을 진행했다. 올해는 이전까지 사회봉사단이 진행했던 연탄배달 봉사를 함께한대가 처음 맡게 된 해다. 사회봉사단이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가 줄어들자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지난달 실시한 김장봉사로 전환한 것. 이에 함께한대는 매년 진행하던 연탄봉사를 이어가기로 했다. 특히 함께한대 소속 동문 봉사단체인 함께한대S가 자발적으로 개최해 그 의미가 더 컸다.

 

이번 연탄배달 봉사는 함께한대, 성수 종합 사회복지관,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 나눔 운동이 함께 주최했다. 150여명이 참여한 연탄봉사는 총 세 팀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1조가 마장동에 900장, 2조와 3조가 금호동에 1800장, 총 2700장을 배달했다. 각 조에는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돼 있었다. 재학생, 졸업생은 물론이고 교직원, 장애우, 복지단체에서도 참여했다. 연탄을 실은 트럭부터 배달할 집까지 길게 늘어선 사람들은 손에서 손으로 연탄을 날랐다. 류세원(중평중.3)군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과 교수인 아버지를 따라 왔다"며 "작년부터 아버지를 따라 연탄봉사를 했는데 올해도 하게 돼 좋다"고 했다. 길게 늘어선 줄이 닿지 않는 높은 집에는 양손에 연탄을 두 장씩 들어 직접 나르고 여러 번 왔다 갔다 하며 전달했다. 힘든 내색도 없었다.

 

연탄배달의 도움을 받은 천준옥 할머니는 "집이 높은 곳에 있어 연탄 배달도 쉽지 않은데 3년째 한양대에서 계속해서 도움을 주니 정말 고맙다"며 "하루에 연탄을 네 장 정도 태우는데 오늘 받은 연탄 300장으로 올 겨울 따뜻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2,700장의 연탄은 약 2시간 동안 총 10가구에 전달됐다.

 

함께해온, 함께하는 봉사, 함께한대S

 

   

올해 처음으로 연탄봉사를 주최한 '함께한대S'는 우리대학 졸업생들이 주축이 돼 활동하는 봉사단체다. 함께한대S를 처음 만든 최아영(무용.03) 동문은 학부 때부터 사회봉사단에서 해외봉사를 비롯해 활발히 활동해 왔다. 뿐만 아니라 대학원을 다니며 사회봉사단 해외봉사 담당을 맡게 돼 그 인연을 이어왔다. 최 동문은 그때 만났던 사람들과 함께 봉사하며 좋은 인연을 계속하고 싶어 졸업생들을 모아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한 명 두 명 입소문을 타고 모이기 시작해 현재 공식적인 청년봉사팀 함께한대S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게 된 것.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졸업생들은 20명 정도로 매달 새로운 봉사단원이 유입되며 봉사를 계속하고 있다. 이번 연탄배달에 참여한 직원 한은순(대외협력처·대외협력팀) 씨는 "지금 함께한대S 소속원들은 대부분 예전에 사회봉사단에서 일할 때 만난 학생들"이라며 "학생 때도 열심히 했던 것을 알기에 계속 함께 하고 있다"고 했다.

 

함께한대S는 주로 성동구 금호동에 위치한 장애인 직업 재활시설인 '성모보호작업장'의 장애우들과 함께 활동한다. 이 곳 장애우들의 활동을 돕기 위해 만남을 지속하며 매달 한 번씩 같이 움직인다. 장애우들은 소풍을 가거나 카페에 가는 등의 비장애인들에겐 일상적이고 일반적인 체험을 하고 싶어한다. 이에 함께한대S는 장애우들과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획해 실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9월에는 서울 외곽으로 MT를 떠나 운동회를 하기도 했다.

 

   

연탄봉사를 함께하게 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도움을 받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장애우들에게 평소엔 하기 어려운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 이에 함께한대S는 장애우들과 함께 사회봉사단이 주최하던 작년 연탄봉사에 참여했다. 사실 연탄봉사를 한다는 것이 장시간 밖에서 해야 하는 일인 만큼 장애우들에겐 무리가 될 수 있어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수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작년 연탄봉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했다. 함께 힘을 합쳐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뿌듯함도 상당했단다.

 

그렇게 작년의 성공에 힘입어 올해 또 한번 연탄봉사를 하게 됐다. 작년에는 사회봉사단과 함께 했다면 올해는 함께한대S가 직접 주최해 그 의미가 더 컸다. 작년에 이어 봉사에 참여한 성모보호작업장 허필성씨는 "연탄 900장 나를 각오가 됐다"며 기쁜 마음을 전했다. 함께한대S는 앞으로 1년에 한 번의 연탄봉사를 할 계획을 세웠다. 최 동문은 "함께한대 이름으로 주최한 연탄봉사는 처음이지만 사무국, 선배들의 지원에 지인, 선배님들의 자녀도 함께 와서 활동을 같이 해 봉사가 번져나가는 것 같아 뿌듯하다"며 "앞으로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함께한대S 단원인 이윤정(원자력.07)씨는 "연탄배달 봉사는 처음이라 사실은 궁금한 마음이 컸다"며 "함께 연탄을 나르니 생각보다 수월했고 장애우들과 뜻 깊은 봉사를 같이 하게 돼 좋은 경험이 됐다"고 했다.

 

가까운 이웃에게 전달하는 사랑

 

함께한대S에서 시작한 이번 연탄봉사는 성동구 내에 있는 어려운 사람을 돕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학교 동문들이 모여 시작한 일인만큼 학교 주변부터 돕자는 것. 이 것을 지키기 위해 그들은 좀 더 다양한 활동을 준비 중이다. 성모보호작업장과 함께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점은 좋지만 너무 한 곳에만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지금 하는 활동을 계속하되 저소득층이나 한부모 가정 등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봉사를 하고 싶다. 아이들에게 뭔가를 가르치는 것 보다 아이들이 재미있게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했다. 또 5년 정도 뒤에는 성동구내 열악한 지역 환경을 개선하는 활동을 하고 싶다며 다양한 활동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더 많은 활동을 함께하기 위해 함께한대는 동문들이 모여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네트워크는 또 하나의 봉사를 만들어 낸다. 동문들이 가진 역량과 능력이 봉사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 앞서 말한 성동구 지역 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동문들의 전문적인 지식이 가장 필요한 활동이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인 우리들이 십 년 뒤에는 우리의 가족과 함께 봉사를 계속하자는 큰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앞으로도 우리와 뜻을 같이해 활동을 이어 나갈 적극적인 동문이 많이 찾아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함께하는 봉사를 지향하는 함께한대의 첫 연탄봉사는 동문들의 힘으로 여러 이웃에게 따뜻함을 전달했다. 먼 곳이 아닌 가까운 곳의 이웃에게 사랑을 전달하는 것. 함께한대가 말하는 봉사다.

 

   

 

 

서미량 학생기자 minyang08@hanyang.ac.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정규진 사진기자 flowkj@hanyang.ac.kr 

 

저작권자 © 뉴스H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