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령대군의 삶 통해 새롭게 조망하느 격동기의 조선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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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과 이완재 교수가 조선왕조의 격동기에 태어나 근 한 세기에 걸쳐 아홉 임금의 시대를 겪어야 했던 효령대군 이보(李補)의 일대기 3권 중 첫째 권을 출간했다. 그 동안 효령대군의 사상과 행적에 대해서는 단편적인 연구와 소개가 있어왔지만, 이를 종합적으로 집대성한 것은 이 교수의 저서가 처음이다.
특히 효령대군의 19대손으로 알려진 한 교수는 자칫 아전인수격의 서술이 될 수도 있다는 염려를 학문적 양식과 높은 실증성·객관성으로 훌륭하게 극복했다. 이 교수가 객관적인 저술을 위해 인용하고 있는 자료는 가장 양질의 사료로 인정받는 '조선왕조실록'. 이 교수가 구체적인 사료를 제시하며 엄밀한 고증을 추구했던 흔적은 책의 갈피마다에 묻어난다. 실제로 이 책에서 서술하고 있는 조선왕조 개창기의 역사적 사실과 왕실의 여러 의식에 대한 묘사는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 같은 생동감으로 다가온다.
전 서울대 총장인 이현재 서울대 명예교수는 발문을 통해 "역사상의 인물이 시·공간을 초월해서 진정 역사적 인물로서 평가받기 위해서는 역사를 통한 이념 및 가치관의 변화, 그리고 문화와 사회적 변동에 따른 평가기준의 변화를 감내해 내어 꾸준히 생명력을 유지해야 한다. 효령 대군이 여러모로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드문 인물"이라며 효령대군이 지닌 진정한 역사적 가치에 대해 평가하고 이 교수의 노작을 격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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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령대군 일대기1』(한양대출판부, 2003)에 드러난 효령대군의 모습은 격변하는 정치 상황에서 자신을 잃지 않으려 애쓴 큰 사람의 그것이다. 그는 형 양녕대군이 세자에서 폐위되고 동생 충녕대군(세종)이 대신 왕세자로 책봉되어 왕으로 즉위하는 잇따른 격변 속에 외숙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멸문의 화를 당하는 냉혹한 시대상을 목도했다. 효령대군이 자신의 재덕과 학문을 숨겼던 것은 바로 이러한 성장기의 경험에서 연유했던 것. 왕조와의 인연을 끊고 불교에 귀의해, 숭유억불의 통치이념 속에서도 불교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유·불의 조화를 꾀하려 노력했던 그의 삶은 지금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효령대군 일대기1』는 결코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쉽지 않은 만큼 독서의 과정을 감내했을 때 남을 역사적 여운은 그만큼 깊이가 있다. 여전히 주말 스크린을 장식하는 텔레비전 사극의 무대, 조선왕조 구중궁궐 속의 역사적 사실들을 새롭게 고증해 보는 재미는 어떨까? 더운 여름날, 책으로 부활한 효령대군의 발자취를 추적해 가는 '학구적'인 피서를 감히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