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근경색 조기진단 센서 연구 주재범 교수(공학대ㆍ생명나노)

응급실로 실려온 한 환자. 흉부의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의사들은 환자의 진료기록을 보아 심근경색으로 판단하지만 정확한 혈관폐쇄지점을 모른다. 급하게 CT촬영과 심장 조영술을 시도한다. 검사에 소요되는 시간은 1시간 이상. 환자를 살려내기엔 빠듯한 시간이다.

 

심근경색은 신속한 대처가 필요한 만큼 검사결과를 빨리 얻을 수 있는 혈액 진단방법이 필요하다. 주재범 교수(공학대∙생명나노)가 혈액검사로 15분 안에 급성 심근경색 가능성을 조기진단 할 수 있는 센서를 개발했다.

 

심장이 뛰게 하는 시간, 15분

 

   

급성 심근경색증은 심장근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급성 혈전이 생기면서 혈관이 폐쇄돼 심장근육이 썩는 병이다. 혈관이 막힌 뒤 2시간 내에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률이 2배 이상 높아진다. 심근경색이 발병할때 CK-MB와 cTnI(트로포닌I) 단백질의 혈중농도가 상승하게 된다. 이 두 단백질 종류가 심근경색의 대표적 바이오마커(Bio marker, 몸의 변화를 알아내는 지표)다. 현재 상용화돼 쓰이는 심근경색 진단기기는 두 바이오 마커를 한 번에 하나씩 검사해 진단해낸다. 소요되는 시간은 총 30분. 주재범 교수가 개발 한진단센서는 두 바이오마커를 동시에 검사해 진단시간을 15분으로 줄인다.

 

원리는 다음과 같다. 주교수는 특정 빛에 산란효과를 발생시키는 금나노입자로 항체(항원에 대항하기위해 혈액에서 생성된 당 단백질)를 만들고, 이나노입자에 CK-MB와 cTnI항원(항체에 반응하는 물질)을 부착했다 .또 두바이오 마커가 고정된 자성나노 입자를 별도로 만들었다. 자성나노입자와 혈액속의 바이오마커(CK-MB, cTnI)는 항체에 경쟁적으로 항체에 붙으려 한다. 혈액 속에 심근경색 마커가 없으면 금 나노입자가 항체에 달라붙는데, 항체를 제거하면 투명한 색을 띤다. 혈중 심근경색 마커가 있을 경우 금나노입자보다 앞서 항체에 달라붙어 항체를 제거하면 금 나노입자가 남아 붉은 색을 띠게되는것이다.

 

이 진단법은 기존의 방법보다 속도는 2배, 감도는 100배 가량 높다. 특히 혈중 바이오마커의 농도가 매우 낮은 수준에서도 진단이 가능하다. 이론적으로 이 검사에 필요한 혈액의 양은 1ul(마이크로리터, 10의 -6승) 이하. 주 교수는 “혈액을 통해 기존 방식보다 빠른 시간 내에 조기진단 할 수 있다는 것에 의미가 크다”며 “심근경색 진단을 위해 외과의에게 더욱 빠르고 정확한 정보를 알려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조기진단 센서가 탄생하는 시간 7년

 

주 교수팀은 이 센서를 개발하기 위해 고려대학교 윤수영 교수 팀과 함께 약 7년간 머리를 맞댔다. 오랜 시간 한 연구에 집중하는 것은 당연 힘들었다. ‘과연 내가 올바르게 연구를 하고 있는 것인지, 연구 과정 중 잘못 된 것은 없었는지’하는 의구심이 주 교수의 머리를 채웠다. 주 교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바로 임상실험 단계. 주 교수는 실제 혈액과 가까운 샘플을 만들어 실험했다. 그러나 이 실험결과를 임상실험 결과와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가 났다. 주 교수는 “실제 사람의 혈액엔 다양한 변수들이 많았고,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습니다. 바이오분야는 생명과 관련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하는데, 실제 혈액은 가변성이 커서 그 변수들을 통제하기 어려웠죠.”

 

이번 연구는 영국 왕립화학학회가 발행하는 논문저널 ‘케미컬커뮤니케이션스(Chemical Communications)’ 2월호의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주 교수는 “연구 발표 이후 이 잡지가 제일 빨리 발행돼서 이곳에 기고 했다”며 농담을 건넸다. 이어 “이번 연구는 실제 진단에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더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멋 모르던 공학도, 융합에 도전하다

 

   

주 교수는 평범한 공학도였다. 공부를 썩 잘하거나, 여느 학생들처럼 학점에 민감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에겐 특별한 점이 있었다. 바로 유쾌한 사교성.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기 좋아했던 것이 융합연구에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다른 분야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상대방을 이해하고, ‘상대방의 문제점을 내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도 많이 했고.” 주 교수의 주 연구분야는 나노기술에 의학분야를 더한 ‘바이오나노기술’. 화학과 분광학을 전공한 그가 의학을 만난 계기는 유학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 교수는 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 A&M대학교(Texas A&M University)로 유학을 갔다. 한국에선 볼 수 없었던 대형 연구장비들과 최첨단 연구시설들에 눈이 휘둥그래졌다. 주 교수의 마음을 빼앗은 것은 거대한 레이저 기계. 80년대 당시 한국에서는 접해보지 못했던 레이저 기술에 반해 분광학을 전공하게 됐다. 그러나 주 교수가 한국에 돌아온 90년대에도 분광학은 한국에선 낯선 분야였다. 이 때까지도 그는 나노기술과 의학이 융합된 분야에 도전 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가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분광학연구를 하던 중 고려대병원 피부과의사가 레이저 기술과 의료기술을 더해 피부암을 진단하는 연구를 제안했다. 이 연구 진행 중 공학대 교수들이 바이오칩과 바이오 센서를 연구하기 위한 기반을 구축하는 대형프로젝트를 유치했다. 주 교수는 “피부암 진단 연구와 바이오칩과 센서 연구에 참여하면서 ’내가 가진 레이저 기술을 바이오센서 개발에 활용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바이오센서는 현재 의학분야에서 많이 활용되는데 이 두 계기로 레이저 기술과 의학분야를 융합한 연구를 시작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융합도 다 같은 융합이 아니다

 

   

이번 연구가 마무리 되면서 여유로워진 듯 했지만 여전히 바쁘다. 그의 연구실은 늦은 밤에도 항상 불이 켜져 있다. “이제 시작”이란다. 이번 연구에서 개발된 기술을 바탕으로 류머티즘과 성 조숙증 조기진단 연구를 시작할 계획이다. 그는 바이오나노기술 연구만큼 제자들에 대한 사랑도 크다. 주 교수가 제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두 가지, ‘단기적 목표’와 ‘가시적인 융합’이다. 자신의 전공과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가득한 학생들이 많다. 이에 주 교수는 “꼭 장기적인 목표가 필요하진 않다”고 말한다.

 

주 교수가 학부를 졸업한 뒤 유학을 선택하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미국을 오가며 연구했다. 이 과정들은 ‘체계적인 계획’이 아니라 주어진 현실에 집중하고 결과에 맞게 단기적 계획과 목표를 세웠기 때문에 가능했다. 주 교수는 “본인이 하는 하는 일을 재미있어 했으면 좋겠다”며 “단기적 목표를 세우고 하나씩 집중하다 보면 일이 마무리 될 때엔 또 다른 도전과제가 주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스스로를 해치는 것보다 현재에 집중하며 다음 과제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 교수는 사회에서 다양한 융합을 요구하는 만큼 주전공과 제2전공을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남겼다. “융합은 가시적이어야 한다”는 것. “융합의 전제조건은 ‘가시성’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적인 목표가 뚜렷해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해결방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각 분야의 역할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주 교수는 융합을 원한다면 본인조차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뚜렷한 목표와 그 목표를 위해 자신의 역할이 분명히 있는 것을 찾으라고 조언했다.

 

 


학력 및 약력

 

   

주재범교수(공학대∙생명나노)는 우리대학 화학공학학사와 석사를 취득하고 텍사스 A&M 대학에서 분광학 박사를 취득했다. 동 대학 레이저분광연구소 및 캐나다토론토(Toronto) 대학의공학연구소에서 연구했다. 주교수는 기능성 나노입자를 이용한 고감도 바이오광센서와 광학분자영상기술개발에 관한 연구 중이다. 이 연구는 의료조기진단, 식중독대장균검출, 환경센서, 바이오테러, 과학수사분야 등에 포괄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주교수는 현재 연구재단지원 통합형휴먼센싱(ERC; Department of Bionano Engineering Center for Intergrated Human Sensing System) 센터장, 나노센서연구소장 등을 역임하고 있다.

 

 

 

제 민 학생기자 Ashton17@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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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사진팀장 ssamstar@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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