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경영학의 키워드를 찾는다
한양대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를까? 이러한 질문을 한다면 아마도 십중팔구는 '한양공대'라고 답할 것이다. 이것은 공과대학으로 시작해서, 공대를 통해 명성을 쌓았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당연한 결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세계 100대 대학을 목표로 하는 지금, 우리는 변해야 한다. 종합대학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모든 학과들이 고루 경쟁력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이런 고민 속에서 경제·경영학부 학생들로 짜여진 우리팀은 '경제·경영학부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일까?'라는 의문을 갖게 되었고, '경영·경제학부 경쟁력 제고방안'을 연구 주제로 선정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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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학부는 국내 여타 경쟁 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 발전이 느린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팀은 그러한 어려움을 타개하는 방법이 단순한 외형적 규모나 학생 수의 증가만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것보다는 실력이나 연구 성과로 승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주는 것이 장기적인 발전에 필요하다는 내부의 결론에 도달했던 것이다. 이런 목적을 가지고 외국 선진대학의 경영·경제관련 연구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고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지난 7월 30일, 로스엔젤리스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경영학의 키워드 '사례 연구 시스템'
우리는 다양한 연구 시스템 중에서도 사례연구 시스템에 초점을 맞췄다. 그 이유는 경영·경제학과의 특성상 기업과 대학 모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례연구가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로스엔젤리스에 도착한 다음날, 우리의 첫 번째 탐방 대학인 UCLA로 향했다.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방문이었지만 기억을 더듬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한참을 헤매다 도착한 UCLA는 로스엔젤리스 최고의 부촌이라는 비벌리힐스 옆에 위치하고 있었다. 푸른 여름에 만난 UCLA의 캠퍼스는 탐방목적을 잠시 잊게 할 만큼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아름다운 캠퍼스를 지나 경영대학인 안데르손 스쿨 앞에 선 우리 팀은 첫 인터뷰에 대한 긴장감을 떨칠 수 없었다. 학교의 이름을 걸고 온 만큼 실수 없이 잘해야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준비한 자료를 바탕으로 짠 질문들을 몇 번씩이나 꼼꼼히 검토하고 난 후에서야 우리는 첫 번째 인터뷰 상대를 만나기 위해 사무실로 향했다. 'CIBER'라고 쓰여진 사무실 앞에서 서로 마주보며 쉼 호흡을 한 뒤, 조심스럽게 노크를 하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 곳에는 이메일을 통해서만 만났었던 로버트 박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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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LA 경영학의 씽크탱크 'CIBER'
UCLA에서 운영하는 CIBER(Center for International Business & Research)는 국제경영에 대한 교육과 연구를 총괄하는 곳이다. 설명에 따르면 CIBER는 크게 세 가지 프로그램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학술 프로그램, 연구 프로그램 그리고 연계 프로그램이 바로 그 것. 학술 프로그램은 국제적인 경영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 기업 및 경제 현황에 대한 교육뿐 아니라 해당 지역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 필요한 언어교육까지 병행하는 포괄적인 프로그램이었다. 다음으로 연구 프로그램은 국제경영사례를 연구하기 위해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방대한 사례연구 자료를 축적하고 있으며, 매년 연구된 사례들을 지역 언론과 기업인들이 참가하는 세미나를 통해 발표함으로써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연구비를 지원 받는 창구 역할을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연계 프로그램은 주로 LA지역이나 근교의 기업에서 위탁받은 학생 혹은 타 교육기관과 연계하여 연구 결과나 정보를 공유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이렇듯 다양한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가장 눈에 띈 특징은 모든 프로그램들이 지역사회에 소속된 다른 유관기관들 혹은 기업들과 연계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이것은 대학과 기업, 지역이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우리 현실에서 상당히 주목해야 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연계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기업에서 정보나 연구비를 지원해 주지 않고, 이것은 다시 빈약한 연구결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우리의 현실에서 성공적인 학연산 모델 구축을 위해 우리가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는 어느 정도 자명해 보였다.
연계 통한 윈-윈 전략 구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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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의 26개 대학이 CIBER 제도를 도입, 운영 중에 있다. 각 대학 시스템은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대학간의 유기적인 연계를 이루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상호간에 간섭받지 않는 독립적인 연구를 수행하는 모습은 참으로 주목할 부분이었다.
CIBER 시스템에 있어 무엇보다 빠뜨릴 수 없는 부분은 바로 정부의 역할이다. 대학만이 중심이 된 연구에는 일정 부분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특히 국제적인 경영 사례들에 대한 연구에 있어서는 기업의 내부 정보를 알아야 하기 때문에 대학과 기업간의 연계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간주된다. CIBER는 이러한 부분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역할을 보장하고 있었다. 사실 정부의 지원이라는 것은 그다지 대단한 것이 아니다. 학교에서 연구 자료를 요구할 때 기업이 자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와 정책을 입안하는 것과 그 제도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일, 그리고 연구비를 지원하는 것이다. 이러한 지원의 대가로 정부는 연구 결과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정책 입안에 활용하고 있었다.
특히 UCLA는 연구 결과가 현실적으로도 기업에 기여할 수 있도록 수시로 기업과의 세미나를 개최해 지역경제 및 국제경제 현황, 기업의 이슈들에 대한 연구결과를 공유하고 있었다. 이러한 노력은 시대적 수요에 적극적으로 조응하는 연구의 실용성을 담보하는 동시에 UCLA의 CIBER만이 지닌 경쟁력을 만들어 나가는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경영연구, 동시대적 수요에 부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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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팀은 미국 유수 대학의 선진 연구시스템 탐방을 통해 우리 대학의 연구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찾고자 했다. 그런 의미에서 첫 탐방지인 UCLA에서 예상 밖의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고도 볼 수 있다. 우리 정부도 미국 정부와 마찬가지로 BK21 사업을 필두로 대학들의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그 결과를 활용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UCLA와 국내 대학들과는 엄연히 차이가 있다. UCLA는 실질적인 연구를 통해 정부와 기업에게 활용 가치가 높은 연구결과를 생산하는 반면, 한국의 대학에서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기업이나 정부 혹은 대학 어느 한 주체만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은 매우 분명해 보인다. 국내 대학들의 경영사례 연구에 있어서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협조 아래 기업과 지역사회와의 강한 연계가 필요한 것이다.
앞으로도 우리의 탐방은 워싱톤대, 컬럼비아대, 브라운대 등 다수의 대학들을 남겨놓고 있다. 세계 100대 대학으로 가는 노정에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될 상대들이다. 선진 연구시스템 탐방을 끝내고 애지문을 들어설 때, 우리의 손에는 그들을 뛰어넘는 참신한 전략과 노하우가 남겨져 있기를 기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