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학기를 마친 새내기 한양인들을 만나다

새내기들에게 직접 듣는 첫 학기 이모저모

 

'새내기', 신입생 또는 신출내기를 뜻하는 말이다. 새내기들에게 첫 학기는 그들의 청춘이 시작되는 시기다. 밀물처럼 밀려왔던 한 학기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고민도 많은 첫 학기를 보냈을 새내기 한양인을 만났다. 배규민(공과대·건설환경 1) 씨, 장민수(사회대·정외 1) 씨, 이동진(예술체육대·스포츠산업 1) 씨, 김예지(예술체육대·연영 1) 씨, 정소윤(언정대·광고홍보 1) 씨, 이승태(경상대·경제 1) 씨다.

 

입시를 치르며 품었던 대학 생활에 대한 기대. 입시 스트레스를 견뎌낼 원동력은 대학에 들어가면 기다리고 있을 장밋빛 캠퍼스 라이프였다. 대학생이 되면 다이어트를 하지 않아도 살이 빠질 것 같았고, 애인도 생길 줄 알았다. 내가 원하는 수업을 듣고 원하는 공부를 할 것 같았다. 캠퍼스에서 두꺼운 전공 서적 몇 권을 손에 들고 다닐 모습을 상상했다. 설렘을 가득 품고 입학한 대학, 첫 학기는 어땠을까. 첫 시험, 첫 MT, 첫 축제. 대학생이 되어 마주한 여러 가지 '처음'에 대해 입을 열었다.

 

Q. 전공 수업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승태 : 하고 싶은 공부만 할 줄 알았어요. 금융업에서 일하고 싶어서, 금융 수업을 듣고 경제사도 공부하고 싶었는데 첫 학기는 원론만 배우더라고요. 조금 화가 나기도 했어요. 1학년이니까 그런 거겠죠? 그래도 대학생활에 대한 ‘로망’이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하고 싶은 일에 가까운 대외활동을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예지 : 정말 힘들어요. 그래도 재미있어요. 촬영하고, 현장에서 배우들 만나고, 연기하는 걸 눈앞에서 보면 신기하잖아요. 입학하고 3월까지는 좀 대학생활 같았는데, 4월부터는 주말을 작품 촬영에 반납했어요. 시나리오부터 배우 섭외, 촬영, 기자재 관리까지 다 해야 해서 거의 매일 학교에 나와요. 도면도 그리고, 톱질하고 합판 짜서 무대 세우고, 페인트칠도 직접 해요. 1학년이라 선배들 작품을 도와주는 거지만 그래도 재미있어요. 엔딩 크레딧에 제 이름이 나오는 순간 힘들었던 게 다 풀리더라고요. 심장이 떨리고 행복했어요.

 

동진 : 저는 나름대로 환상을 많이 이뤘다고 생각해요. 스포츠산업학과. 뭔가 이름부터 특이하고 멋있잖아요. 스포츠경영 및 마케팅, 스타디움 운영방식, 선수 연봉제안 방식, EPL(English Premier League)의 역사. 이런 걸 배웠어요. 학회활동 통해서 실무 경험도 쌓을 수 있고요. 저는 환상을 다 이룬 것 같아요.

 

Q. 생활 면에선 어땠나. 생각과 달랐던 점이 있다면.

 

   

규민 : 사실 대학 생활에 환상이 있었다면, 재수하면서 SNS에 올라오는 친구들 대학생활 보면서 소소한 일상이 부러웠어요. 친구들은 햇빛에서 화사하게 사진 찍지만, 저는 형광등 아래에서 찍었으니까요. 재수를 해서 그런지 대학 생활 자체가 소중했죠. 첫 학기는 선배나 주변 사람들과 많이 교류하려 했어요. 학업 면에서 한 건 얼마 없지만, 주변에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는 걸 배워서 좋았어요.

 

민수 : 처음 입학했을 때 선배들이 1학년은 놀아도 되는데 출석은 잘 하라고 했거든요. 1교시가 9시잖아요. 아무리 빨라도 9시에 시작하는데 왜 출석만이라도 잘 하라고 하는지 공감을 못했거든요.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동틀 녘에 일어났는데 9시 수업을 못 갈 리가 없잖아요. 근데 입학해보니 이해가 되더라고요.(웃음)

 

동진 : 고등학교 때까지 억눌려 있다가 갑자기 자유가 주어지니까 조절이 잘 안돼요. 고등학교 때는 대학가는 게 인생의 목표였는데, 입학하고 나니 목표가 없어진 느낌이라 이상했어요. 좀 더 의미 있게 살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어요.

 

Q. 처음 경험한 것들도 많았겠다.


민수 : 대학 생활에 대한 환상 중에 하나가 축제잖아요. 이번 축제가 취소됐단 소식을 들었을 때 아쉬운 마음이 들었던 건 사실이었어요. 그래도 안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학교면 몰라도, 우리는 ERICA캠퍼스가 있잖아요.

 

규민 : 과 대표라서 축제 개최에 대한 찬반조사를 진행했는데 다들 세월호 사고를 추모하는 게 당연하다며 반대했죠. 그럼에도 축제 기간에 일부 학생들이 축제를 취소했다며 아쉽다고 하는 말에 마음이 안 좋기도 했어요.

 

승태 : 맞아요. 처음에는 서운하기도 했는데, 첫 축제를 못해서 아쉽다는 말을 하기조차 힘들었던 것 같아요.

 

예지 : 사실 저희 과는 그 때가 가장 바쁠 시기라서 축제를 생각해본 적도 없었고 기대도 안했어요. 과 내에서 축제 이야기 하는 사람이 없어요. 대학 축제를 잘 몰랐는데, 들어보니 재미있을 것 같네요. 저는 첫 동기 MT가 기억에 많이 남아요. 5월에 2박3일로 전주국제영화제에 다같이 다녀왔거든요. 종강하고 갈 맞학번 MT도 기대돼요. 저희 과만의 특색이에요. 영화든 뭐든 같이 하는 게 많으니까 맞학번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잖아요. 사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처음으로 결석했던 날이에요. 제가 출석도 잘 하고, 이런 규칙을 못 깨는 성격이라서요. 처음으로 해본 일탈이라 기억에 남아요.

 

Q. 첫 학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는다면.


동진 : 학과 내 스포츠산업학회에서 인천 문학구장에 방문했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어요. 기자실이나 마케팅실까지 직접 봤거든요. 텔레비전으로만 보던 구장을 직접 보면서 내 직장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는 축구나 야구를 보더라도 누가 잘한다 이런 걸 넘어서서 구장 규모나 객석 구조 이런 게 눈에 들어와요. 원래는 노는 곳이었는데 이제 일자리의 영역으로 들어오더라고요.

 

승태 : 창업경진대회에 14학번 동기 넷이서 신입생의 패기로 도전했다가 떨어졌죠. 저희는 신뢰도기업을 기획했어요. 나중에 지인에게 피드백을 받았는데 크게 혼났어요. 수익구조가 이뤄질 수 없는 구조라 현 기업상황에 맞지 않는다고. 신입생이라 무모한 도전이 가능했던 것 같아요. 다음을 기약하고 있어요.

 

소윤 : 학회에서 해마다 기존 광고홍보학과 광고를 비평하는 학술제를 열어요. 기존 홍보영상의 부족한 점을 고쳐 새롭게 기획했는데 대상을 수상했어요. 정말 뿌듯했죠.

 

Q. 새로 해보고 싶은 일들도 많아졌겠다.

 

   


민수 : 첫 학기를 온전히 학과생활 위주로만 보냈어요. 학회도 동아리도 모두 학과 내에서 참여하고 있어요. 저절로 과에 대한 애착이 깊어졌죠. 내 공부도 중요하지만 내가 몸담고 있는 이 집단을 멋지게 만들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소윤 : 제기동에서 안산까지 통학했어요. 광고 제작하고 동아리 연극도 준비하느라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죠. 정신 없이 자다 전철에서 내렸는데 ‘제기동행 열차 운행이 모두 종료됐습니다.’ 듣는 순간이 가장 뿌듯했어요. 제가 생각했던 대학 생활보다 훨씬 더 힘든 것 같아요. 그래도 고생한 만큼 무언가 끝을 맺으면서 성장할 수 있어 좋아요. 앞으로도 열심히 살려고요.

 

승태 : 고학년이 되면 진짜 배우고 싶었던 것들을 배우겠죠. 지금보다 더 열심히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졸업 전까지 경제사지도를 만들고 싶어요. 각 나라마다 경제사가 있잖아요 그걸 정리하는 거에요.

 

민수: 작은 소망이 하나 있다면 계속 기숙사에 살고 싶단 거에요. 성적을 신경 써야 하지만 열심히 해서 기숙사에 계속 남는 게 소소한 꿈이에요.


첫 발을 뗀 새내기들에게

 

   

기말고사의 끝과 함께 대학 첫 여름방학이 한 치 앞으로 다가왔다. 첫 학기를 끝냈다는 후련함도 잠시, 새내기들은 무수히 세워 놓은 방학 계획 실행에 돌입 할 것이다. 한누리(공과대·건설환경 4) 씨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 게 가치관에 많은 변화를 줬다"고 말한다. 전공 공부만으로도 빡빡했지만 한 씨는 도서관 밖으로 나섰다. "해외 인턴십과 워크캠프, 봉사 활동에 참여하면서 다양한 국적과 나이대의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며 견문도 넓어지고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죠."

 

성인이 됐다는 자유를 만끽하고 나니 학업에 대한 고민과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철없고 놀기 바쁜 새내기'라는 말은 없어진 지 오래다. 대학생으로 보낸 첫 학기가 만족스럽든 그렇지 않든 여전히 희망차기에, 그들은 아직도 ‘새내기’다.

 

 
조지윤 학생기자 ashleigh@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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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요진 사진기자 loadingman@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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