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관광한국의 청사진을 그린다-사회과학대학 관광학과 이연택 교수
'요코소! 재팬(어서오십시오)'
일본이 바빠졌다. 잘 알려져 있듯이 일본은 한 해 1천 6백만명이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세계적인 관광지출 대국. 그러나 관광 수입은 지출만큼 벌어들이지 못해, 지난해 일본은 OECD 가입국들 중 독일에 이어 두 번째 관광수지 적자국이 됐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최근 일본이 관광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들고 나섰다. 목표는 '2010년까지 1천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것'. 2003년은 그 첫 출발로서 '요코소! 재팬'(Visit Japan) 캠페인이 시작된 원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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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실정도 일본에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관광수입은 53억 달러, 지출은 76억 달러로 2조원 이상의 관광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이런 시점에서 국가적 차원에서 '요코소! 재팬'을 외치고 있는 일본이 마냥 관전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관광이 국가 생존을 위한 핵심 사업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관광의 주체, 'Know-who'를 묻다
그러나 국내 관광산업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아직까지 그리 높지 않다.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무차별적 난개발과 경쟁적 중복 투자,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근시안적 사고에 따른 중장기적 비전의 부재로 인한 잦은 시행착오들은 '관광 한국'으로 부상하기 위한 험난한 여정을 잘 설명해 준다. 이른바 관광 정책에 대한 포괄적이고도 철학적인 사유가 결핍된 탓이다. 사회과학대학 관광학과 이연택 교수의 말이다.
"우리나라 관광정책의 경우, 계획은 잘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늘 실행과 집행의 문제를 갖고 있습니다. 이제는 노하우의 시대, 노웨어(know-where)의 시대를 넘어 노후(know-who)의 시대입니다. 누가 할 것인가, 그 주체가 누구인가하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관광개발학, 관광경영학, 호텔경영학 등 타 대학들이 관광 매체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지만 현재 우리학교의 관광학과는 아직 관광학이란 이름을 쓰고 있듯이 타 대학보다 상대적으로 포괄적인 접근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관광이 누구를 위한 행위이자 현상이며, 누가 주체가 되는가, 그 영향을 받는 대상은 누구인가하는 본질적인 문제를 다룬다는 것이죠."
관광에 대한 철학적, 본질적 접근을 이 교수가 설명하는 미래의 관광정책은 '복합 개발 방식' 또는 '지역 개발 방식'이다. 그간 우리나라의 관광정책은 '거점 개발 방식'에 기인해 관광자원과 일반자원을 구분해왔지만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관광자원은 우리의 생활자원과 따로 구분해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지금까지의 관광정책은 '특정 유락시설을 개발한다, 온천을 개발한다'하며 마치 관광지를 별도의 지역처럼 거점화시키는 것이 관례였지만 이제는 각 도시마다 도시관광이, 농촌마다 농촌관광이 가능토록 생활공간과 관광공간의 복합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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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을 기점으로 해서 우리나라도 관광자원과 생활자원과 묶어 주는 방식을 지향해 나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서울의 특정지역이 관광지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서울시 전체를 도시관광자원으로 개발하는 거죠. 이제 우리는 서울시에서 무엇을 개발할 때도 지역 거주 주민만을 위한 개발이 아니라 방문자를 동시에 생각하는 개발을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의 현대 주택 구조가 과거에 손님을 위해 별도로 존재했던 공간, 사랑방을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학교는 정부와 사회의 감시기능 수행해야
지난 2002년까지 4년간 문화관광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관광연구원 원장을 역임했던 이 교수는 임기를 마치며 그간의 연구 성과를 '관광정책론(일신사, 2003)'이라는 한 권의 책으로 집대성해 냈다. 관광정책에 대한 지식을 체계화하고 이를 실제 정책적 문제에 적용할 수 있기를 바랬던 이 교수의 역작이다. 관광정책의 이론적 기초와 실용적 차원의 문제를 모두 망라한 자신의 저서를 통해 이 교수는 관광정책에 대한 세 가지의 접근을 제안하고 나선다.
"첫째는 정책과정론으로서의 관광정책, 이것은 합리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어떻게 계획하고, 어떻게 지탱하고, 어떻게 평가하겠는가 하는 관광정책과정으로서의 접근입니다. 두 번째는 참여과정으로서의 관광정책이죠. 이제 지역주민들이나 국민들은 환경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에 있어서 참여의 대상으로 보고 있거든요. 세 번째는 제도로서의 관광정책입니다. 이른바 정책에 대한 이해는 제도에 대한 인식이 필수적입니다. 더욱이 지방자치가 본격화되면서 관광정책 입안을 위한 새롭게 만들어야 할 각종 조례나, 제도, 법규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관광정책에 대한 상기 세 가지의 접근 방법을 토대로 이 교수는 향후 학교가 정부와 사회의 관광정책 입안 및 실행에 대한 감시기능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관광에 대한 포괄적인 탐구를 수행하고 있는 한양대 관광학과가 정책평가 부문에서의 학문적 관심을 보다 강화시켜 나가야한다고 역설한다. 타 대학의 관광 관련 학과들이 사업적 개념에 주된 관심을 보이는 반면 한양대는 보다 공공적인 성격, 사회적인 성격을 견지하고 시장경제가 극복하지 못하는 거시적인 문제 들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토론의 달인'이 된 정책연구가
관광학과 무관하게 최근 이 교수를 놓고 세간에 더욱 자주 오르내리는 칭호는 '토론의 달인'이라는 말이다. 오랜 시간 동안 토론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던 이 교수는 올해 초 '토론의 기술'이란 저서를 출간하며 더욱 큰 관심을 끌었다.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범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아진 토론문화의 정점에 그가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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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적 배경보다는 시사문제를 토론방식으로 나누는 것에 출연자로 나갔다가 우연치 않게 진행을 맡게 됐지요. 한번 들어가면 잘 빠져 나오지 못하는 성격이라 한 15년간 방송을 했습니다. 방송 생활을 끝내고 학교로 돌아와서 하나의 마무리 작업삼아 '토론의 기술'을 정리한 것입니다. 집필 과정에 생각해보니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쪽에서 공부하시는 학자들도 많이 있지만, 현장 사례 중심의 얘기가 많이 없었습니다. 이 책은 현장의 사례에서 느낀 것을 감각적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오는 29일 국내 최초로 서울캠퍼스에서 열릴 예정인 '제1회 전국 고등학생 토론대회' 역시 이 교수가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작업 중의 하나다. 줄곧 '개인적인 작은 관심이었을 뿐'이라 말하며 애써 그 의미를 축소하는 이 교수이지만, '정책학'을 다루는 학자로서 다양한 이해와 의견을 하나로 모아내는 합의의 문화에 그가 집착했던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이치다.
"타협은 우리나라 정서에서 쉽게 '야합'으로 왜곡되기도 합니다. 내 뜻을 굽힌다는 것이죠. 그러나 야합과 원칙의 두 사이에서 타협은 항상 최적의 답안을 찾아나가자는 것입니다. 최적의 답안이란 늘 최상의 진리만을 생각했던 사람들에게는 만족스럽지 않은 대답일수도 있어요. 하지만 민주주의는 경험의 역사라는 측면에서 돌이켜 볼 때, 우리는 늘 최상의 진리보다 합의된 진리를 소중히 지켜왔습니다. 제가 천착하고 있는 관광정책도 돌이켜 보면 하나의 합의의 과정이니까요."
학력 및 약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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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노시태 사진기자 nst777@ihany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