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욱 교수(과기대∙해양융합)
"예측 가능해진 만큼 피해 대비책 마련해야"
기상청이 장마시기를 기록한 이래 54년 만에 중부지방에서는 가장 늦은 장마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12일이 지나 중부지방에서 장마가 시작한다면 1961년 이후 가장 늦은 장마라고 한다. 이렇게 장마가 늦어지는 데에는 엘니뇨(El Nino)가 한몫 했다. 기상청은 올해 중간 강도의 엘니뇨가 발생할 것이라 발표했다. 이상기변을 부르는 엘니뇨, 예상욱 교수(과기대∙해양융합)에게 물었다.
불편한 손님, 엘니뇨(El N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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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니뇨란 남미 페루 및 에콰도르 서부 중∙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값보다 2-3℃ 상승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2-7년 주기로 불규칙적으로 발생한다. 엘니뇨란 스페인어로 ‘남자 아이’ 또는 ‘아기 예수’를 의미한다. 보통 엘니뇨가 12월 말경 크리스마스시기에 발생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엘니뇨의 정의는 국가마다 약간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는 엘니뇨 감시구역(열대 태평양 Nino 3.4 지역: 5°S∼5°N, 170°W∼120°W)에서 해수면온도가 평년보다 0.4℃ 이상 높게 나타나는 달이 6개월 이상 지속될 때 그 첫 달을 엘니뇨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즉, 남미 대륙 서쪽 해안으로부터 중앙 태평양에 이르는 넓은 범위에서 해수면 온도가 지속해서 높아지는 현상이다. 이는 단지 남미 연안의 국지적 현상이 아니라, 적도 태평양 지역의 날짜변경선 부근까지 영향을 미치는 대규모 현상이라는 사실이 축적된 해양 및 대기 관측 자료를 통해 밝혀졌다.
기상청은 현재 해수면온도 증가 추세와 각국 기상기관의 엘니뇨 예측모델 결과를 종합해 올해 중간 강도의 엘니뇨가 발생할 것이라 예측했다. 엘니뇨 강도는 ONI(Oceanic Nino Index, 엘니뇨 감시구역의 평균 해수면온도 편차를 3개월 평균한 값) 값에 따라 약한, 중간, 강한 엘니뇨로 나뉜다. ONI값이 0.5℃보다 크거나 같고 0.9℃보다 작거나 같을 때 약한 엘니뇨, 1.0℃보다 크거나 같고 1.4℃보다 작거나 같을 때 중간 엘니뇨, 1.5℃보다 크거나 같을 때 강한 엘니뇨라고 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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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 불분명, 미스터리한 자연 현상
엘니뇨 및 라니냐 현상은 기상학자들의 활발한 연구에도 그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태평양 한복판 해수면온도가 왜 이례적으로 상승하는 것일까. 예 교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고 추정하지만, 가장 확실한 이론은 무역풍(아열대 고압대로부터 적도 저압대로 부는 항상풍(恒常風))의 약화”라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위치한 중위도 지역에는 편서풍(偏西風, 중위도 지대 연중 서에서 동으로 부는 띠 모양의 바람)이 부는 반면, 적도 근처에서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무역풍이 분다. 엘니뇨는 이 무역풍이 약화할 때 발생한다. 무역풍이 왜 약해지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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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적도 부근의 태평양 서쪽 표면에는 따뜻한 바닷물이 모이고, 표층 물이 밀리는 동쪽에는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은 해저의 차가운 물이 올라온다. 무역풍은 주로 해상에서 불기 때문에 바닷물을 밀어주는 역할을 한다.그런데 무역풍이 약해져 물이 덜 밀리면 서쪽은 따뜻한 물이 부족하고, 동쪽은 따뜻한 물이 넘치는 상황이 된다. 이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 엘니뇨다. 엘니뇨와 함께 자주 거론되는 라니냐(La Nina)는 이 무역풍이 강해져서 중∙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아지는 것을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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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지각장마’도 엘니뇨 때문
올 상반기 강수량은 평년 대비 63%에 그쳤다. 우리나라 장마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각 장마’에는 엘니뇨가 한 몫 했다.“북태평양고기압과 고위도 기단이 만나는 지점에서 장마전선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엘니뇨가 발생하는 그 해 여름에는 통상적으로 북태평양고기압이 약해지죠. 원래는 고기압이 발달하면서 장마전선이 점점 북상하는데, 고기압이 약화되면 위로 올려주는 힘이 약해지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장마 시기가 늦춰지는 것입니다.” 때문에 당분간 중부지방은 낮 최고기온이 30도 안팎을 오르내리는 ‘더위’와 ‘가뭄’이 이어질 전망이다.
엘니뇨는 대개 여름철에 발생해 겨울철에 최성기를 맞이한다. 이어지는 봄이나 여름에 쇠퇴한다. 엘니뇨가 발생하는 해에는 전반적으로 강우량이 줄고 겨울이 비교적 따뜻하다. 다음 해 여름에는 폭우가 이어진다. 태평양 북쪽 끝자락에 위치한 우리나라는 적도 인근 지역보다는 비교적 엘니뇨의 직접적인 영향을 덜 받는다. 하지만 동남아시아, 호주, 미국, 남미연안지역 등 태평양 연안지대는 얘기가 달라진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주로 홍수, 가뭄, 폭염, 한파 등 이상기변이 일어납니다. 엘니뇨는 태풍의 발생위치와 진로에도 영향을 미치죠. 하지만 자연은 비선형적이기 때문에 항상 같은 피해가 일어난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슈퍼 엘니뇨’로 기록되는 1997년~1998년 엘니뇨는 전 세계적으로 재앙을 몰고 왔다. 남미에서는 홍수로 수백여 명이 사망하고 인도네시아에서는 가뭄에 따른 화재로 30만 헥타르의 열대우림이 파괴됐다. 우리나라 역시 피해가 막심했다. 지난 98년 2월 중부지방 기록적 폭설을 시작으로 3월에는 전국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여름에는 중부지역에서 폭우로 121명이 사망하고 52명이 실종되는 국가적 재난이 일어났다.
자연 현상은 불가항력(不可抗力), 대비책 잘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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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현상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엘니뇨가 예측 가능한 만큼 피해를 대비할 수 있다. 예측을 정확히 하면 피해를 가늠할 수 있으니 미리 대비책을 세워 피해를 최소화 하는 게 중요하다. 예 교수는 “엘니뇨가 기후 분야 연구자들에게는 가장 큰 이슈”라고 말한다. 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기 때문. 특히 기후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농업의 경우는 곡물가격이 폭등할 수 있다. 예 교수는 건설 분야를 예로 들었다. “대규모 토목 공사에서 해상건축물을 지을 때 파도나 파랑에 대비해서 설계해야 합니다. 엘니뇨가 발생했을 때 태풍의 강도 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야 하죠. 현재 해수면 높이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기 때문에 기존 건설된 교량, 방벽 등을 다시 건설해야 한다는 게 화두입니다.”
지구온난화 역시 피해갈 수 없는 문제다. 지구온난화가 오기 수천 년 전부터 발생했던 엘니뇨. 때문에 온난화가 일어난 후 어떤 변화가 올 것인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예 교수는 “체온이 올라가면 건강에 이상 신호가 오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근 100년간 지구 온도가 0.8℃ 상승했는데, 이는 지구 전체 에너지 측면에서 아주 큰 숫자”라고 말했다. 온난화가 심해지면서 엘니뇨 및 라니냐의 강도, 지속기간, 주기 등의 변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미 연구 결과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엘니뇨 발생 위치가 변화했다고 말해준다. “엘니뇨는 전형적으로 동태평양에서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중태평양 엘니뇨가 훨씬 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고요. 동태평양 엘니뇨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던 유라시아지역이 중태평양 엘니뇨 발생으로 영향을 받게 됐습니다.”유라시아 지역 역시 이상기변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로 인해 최근 유라시아 지역에서도 엘니뇨 현상 연구가 활발해졌다고 한다. 지구가 보내는 신호에 집중해 피해를 최소화 하는 것, 엘니뇨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여야 한다.
조지윤 학생기자 ashleigh@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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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사진팀장 ssamstar@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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