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로 알아보는 소프트웨어전공

“리더는 자기만의 철학이 있어야 한다.” K리그 FC 서울팀의 최용수 축구감독이 한 말이다. 그의 말처럼 시대를 이끈 리더들은 자기만의 철학이 확고했다. 스티브 잡스는 “스마트폰은 한 손으로 조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을, 마크 주커버그는 “사생활을 보호할 필요가 없다”는 신념을 내세워 세상을 바꾼 리더가 되었다. 이즈음 되면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가까운 미래에 우리나라 IT 산업을 이끌어나갈 인재들은 무슨 생각을 할지 말이다. 한양대학교 소프트웨어전공 재학생 중 유난히 반짝반짝 빛나는 공학도를 찾아가 물었다. 당신에게 소프트웨어란?

에디터 이명연 | 글 박종관(학생기자) | 사진 김정훈

 

 

   
▲ 14학번 서상우 학생

 

소프트웨어는 꿈이다 (서상우 | 14학번·알고리즘에 빠진 드리머)

 

최근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2014)이 화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24시간마다 바뀌는 암호를 해독해 1400만 명의 목숨을 살린 앨런 튜링(Alan Turing)의 실제 삶을 그린 이 영화는 서상우 학생에게 더욱 특별하다. “저도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와 게임에 관심이 많았어요. 앨런 튜링처럼 저도 기계가 아닌 사람을 위한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습니다.” 청소년 시절, 서상우 학생은 다른 무엇보다 알고리즘에 푹 빠져 지냈다. “주어진 문제를 하나씩 풀어가며 명확히 정의된 규칙과 단계를 이해하는 과정이 흥미로웠어요. 대학생이 된 그는 ‘알로하’라는 알고리즘 동아리에서 학술부장으로 활동했다. 또 프로그래밍 경시대회인 ‘ACM-ICPC’에서 DEVSISTERS 특별상을 수상하며 자신감을 얻었다. 청소년기가 알고리즘에 반해 마냥 두근거리던 시기였다면 , 지금은 알고리즘을 깊이 알아가며 성장하는 단계. “10대 때 학원에서 배운 알고리즘은 단순히 문제를 풀기 위한 공식이었어요. 대학에 들어오니 확실히 컴퓨터의 구조와 전반적인 개념 등 원론적인 지식을 쌓아갈 수 있어 좋습니다.” 그에게 소프트웨어는 ‘꿈’이다. 어릴 때부터 훌륭한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기 위해 한 걸음씩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온 서상우 학생은 요즘 점차 그 꿈에 가까워지는 것 같아 행복하다.

 

 

   
▲ 13학번 박창호 학생

 

소프트웨어는 산소다 (박창호 | 13학번·창의적인 다이아몬드 인재)

 

장학금, 영어캠프, 어학연수, 인턴십 등 소프트웨어전공은 재학생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성적이 우수한 박창호 학생은 이 모든 혜택을 누리는 ‘다이아몬드’ 인재다. 입학 후 그는 호주로 어학연수를 떠나 세계 각국의 학생들과 어울리며 견문을 넓혔고, 방학 기간 중에는 삼성전자에서 6주 동안 인턴 경험을 쌓았다. 그의 인턴 생활은 ‘미생’이 아니었다. 커피나 복사 심부름 대신 개인 프로젝트와 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평소 관심이 많았던 데이터 마이닝(Data minig, 대규모 자료를 토대로 새로운 정보를 찾아내는 것)을 개인 프로젝트로 진행한 것도 좋았고,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에서 산업의 최신 트렌드를 접했던 것도 좋았습니다.” 현재 군 입대를 앞둔 박창호 학생은 대학원 진학과 취직, 창업 등 다양한 진로가 고민이다. 그 기로에서도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싶은 마음만은 굳건하다. “자동차, 엘리베이터 등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기기에 소프트웨어가 필요해요. 마치 느끼지는 못해도 분명히 존재하는 ‘산소’처럼요. 저도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필요한 그런 기술을 만들고 싶습니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 애플리케이션 개발 능력도 키운 박창호 학생. 그의 재능과 기지는 어디로 튈지 몰라 더욱 높게 튀어오르는 럭비공 같았다.

 

 

   
▲ 13학번 하준수 학생

 

소프트웨어는 장난감이다 (하준수 | 13학번·인공지능 연구원을 꿈꾸는 수학 덕후(德厚))

 

비가 올 때 뛰어가는 것과 걸어가는 것 중에 어떤 방법이 더 효율적일까? 하준수 학생은 중·고등학교 때부터 수학과 물리학을 좋아해 책에서 배운 내용을 실생활에 적용해보곤 했다. 수학에 대한 관심은 소프트웨어전공에 입학한 후에도 계속되어 다중전공을 신청했다. 전공 과목 따라가기도 바쁜 공대생이 ‘수학’이라는 기초 학문을 공부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수학과 소프트웨어는 다른 학문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특히 인공지능 분야는 수학과 연관성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다수의 데이터를 그래프에 여러 점으로 나타내 패턴을 찾아내는 ‘회귀분석’의 개념과 원리는 인공지능에 응용할 수 있습니다. 요즘 많이 사용하는 스팸 문자 필터링 시스템이 그 예입니다. ‘회귀분석’ 시스템으로 데이터를 입력하면 그 패턴을 찾아 스팸 문자가 걸러지는 원리니까요.” 하준수 학생의 현재 목표는 인공지능 분야를 연구하는 것이다. 단 학문적인 연구에 그치기보다는 “실제 산업 현장에서 도움이 되는 연구 결과를 도출해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시종일관 진지했던 그에게 소프트웨어의 의미에 대해 물었다. “제게 소프트웨어는 장난감 같아요. 혼자 이것저것 만져보면서 가지고 놀 수 있잖아요.” 복잡한 프로그래밍이 골치가 아닌 놀이라니. 비 오는 날, 수채화도 아닌 수학을 했다는 이야기만큼 특별한 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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