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성질환 치료의 선두주자가 되기 위해

"난치성 질환 환자들이 존중받는 환경 되길"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의 선수번호 4번은 영구 결번으로 지정돼있다. 4번은 베이브 루스와 함께 양키스의 강력한 타선을 이끈 선수의 번호였다. 그는 16년간의 선수시절 동안 통산 3할 4푼, 493개의 홈런을 친 선수다. 그런 그가 야구계에서 은퇴하게 된 것은 점점 근육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근육위축가쪽경화증', 훗날 그의 이름을 따 '루게릭 병'으로 불리게 된 병 때문이었다. 루 게릭(Lou Gehrig)은 병의 제대로된 치료조차 받지 못한 채 38세의 젊은 나이에 사망했다. 이처럼 세상에는, 루게릭 병뿐만 아니라 원인과 치료법이 불분명한 다양한 난치병들이 있다. 루게릭처럼 꿈을 잃어가는 사람들에게 치료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우리대학 병원의 난치성질환 세포치료센터가 문을 열었다.

 

세포치료센터, 다시 도약하다


지난 13일, 우리대학 병원 서관 7층에서 '난치성질환 세포치료센터'의 개소식이 열렸다. 개소식에는 김종량 학교법인 한양학원 이사장, 이영무 한양대 총장, 권성준 서울병원장, 오제세 전 보건복지위원장, 김재윤 한림제약 회장 등 내외귀빈이 참석했다. 개소식에 참석한 김종량 이사장은 “줄기세포 치료 분야의 의술발전을 위해 더 진력하셔서 고통 받고 있는 환자들의 빛과 소금이 돼주시길 기원한다”는 소감을 전했다. 개소식 이후 열린 심포지엄에는 루게릭 병, 루푸스, 버거씨 병 등 난치병에 관한 각 전문가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우리대학 병원은 2003년 산하 조직으로 세포치료센터를 개소한 이래 다양한 질환의 세포치료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특히 종양 생성 등의 문제점이 많이 제기된 배아줄기세포 보다는 안전하고 윤리적인 문제가 적은 자가골수유래 줄기세포로 연구를 전개했다. 산업계와의 연계를 통해 줄기세포 치료제의 임상 실험을 통해 치료제를 개발해가던 중, 2009년에는 루게릭 병을 앓고 있는 필리핀 시장의 부인의 치료에 관여하기도 했다. 필리핀 의사들에게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치료제의 연구 덕분이었다. 이를 계기로 세포치료센터는 필리핀 대통령 궁에 초청을 받아 이후 약 3년간 필리핀의 병원과의 연계로 치료를 시행하기도 했다. 노력의 결과, 세포치료센터는 2010년 보건복지부 병원특성화 사업에 선정돼 연간 1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았다. 우리 대학 병원은 그 해 ‘난치성 신경계질환 세포치료센터’를 개소하게 됐고, 병원특성화 사업이 종료되는 올해부터 ‘난치성질환 세포치료센터’라는 이름으로 다시 문을 열게 됐다.

 

우리대학 병원은 특히 루게릭병 연구에 있어 국내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있다. 탄탄한 의료진과 대학의 도움, 정부의 연구 개발 지원, 제약업체 ‘코아스템㈜’와의 연계를 통해 세계 최초로 ‘뉴로나타-알’이라 불리는 루게릭병 줄기세포치료제를 만들어냈다. 난치성질환 세포치료센터의 센터장 김승현 교수(의대·의학)는 루게릭병 연구를 토대로 한 미래 계획을 밝혔다. “우리대학 병원이 루게릭병에 대해서는 치료제뿐 아니라 치료 방법, 환자 접근 방법 등이 정착 돼가고 있습니다. 이런 성과를 기반으로 다른 질병까지 치료 체계의 확립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에요.”

 

환자들의 가족들까지 보듬는 곳

   

김 교수는 세포치료센터의 강점인 다학제적 시스템에 대해서 설명했다. “난치성질환 진단이 된 후엔 환자의 질병상태에 맞는 통합적이고 전문화된 관리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환자의 증상 관리를 위해서는 다학제적 팀 접근이 필요하죠.” 루푸스 병(면역계의 이상으로 온몸에 염증이 생기는 만성 자가면역질환) 같은 경우 담당 과의 재활상담 이외에 사회복지 상담, 신경심리 상담 등의 분야에서 신경 쓸 일이 많은데, 이를 세포치료센터에서 모두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여러 진료과 의사와 의료기사가 한 명의 환자에게 붙어 치료를 하게 된다. 이를 위해 환자의 스케줄 조절부터 전담 간호사와의 24시간 연락을 위한 스마트폰 핫라인까지 준비했다.

 

세포치료센터에는 다양한 질환의 특별 클리닉이 있다. 파킨슨 클리닉과 루푸스 클리닉, 저산소성 뇌손상 클리닉, 제대혈 클리닉 등 특정 질환의 치료법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환자들을 보는 곳이다. 이 중 루게릭병 클리닉은 루게릭병 환자들뿐 아니라 보호자들까지 관리한다. 병의 증상과 관련된 영양, 호흡, 재활, 복지, 진행단계별 일상관리 등의 분야별로 전문가를 초빙해 강의를 하고 있으며, 루게릭병의 치료와 관리에 대해 매월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에서 더 나아가 정신적 관리까지 잊지 않고 있다. 2010년 희귀난치성질환의 자조집단에 관한 논문을 쓴 강민정 씨는 “문제해결을 위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은 특히 자아존중감을 상실하게 되는 질병경험을 가진 이들에게 더욱 높아진다. (중략)가족에게서조차 충족할 수 없는 환자 본인의 고통이나 간병을 맡고 있는 환자 가족들만의 고통을 나누고 정서적, 물리적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공간을 통해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강민정, 「희귀.난치성질환 자조집단과 환자 및 가족의 임파워먼트 연구」, 숙명여자대학교 정책산업대학원 석사 논문, 2010, p.26) 세포치료센터는 현재 자조관리 모임을 운영해 환우와 가족들이 긍정적인 마음으로 힘든 상황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대학병원은 돈에만 집중하는 곳 아닌, 사회적 역할이 있는 곳


세포치료센터의 개소과정에서 중요하게 여겨진 가치는 무엇일까. 김 교수는 대학 병원의 역할에 대해 얘기했다. “대학 병원은 돈을 버는 것만이 최고 가치가 되는 곳은 아닙니다. 대학 병원이기 때문에 사회 환원에 더 앞장서야 하는 거죠. 김종량 이사장님도 이런 점을 이해하셨기 때문에 개소과정에서 도움을 주셨습니다.” 수익 창출을 위한 모델 역시 대학과의 협동을 통해 구축할 수 있었다. “병원과 대학 내에서 줄기세포를 함께 연구하고, 기업과 정부의 투자를 통해 연구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주관해 세포치료제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전무후무한 일이에요.”

 

타 병원에서 활성화 돼있는 암센터와 달리,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수가 적어 큰 도움을 받기 어려운 것이 실정이었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세포치료센터가 실제로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곳이 되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루게릭병 자체가 우리나라에서 굉장히 희귀한 병이지만 지금 우리대학 병원에 입원한 환자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게 루게릭병 환자에요. 다른 희귀병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전국적으로는 수가 적지만 우리대학 병원이 특화가 되면 환자들이 모이고, 환자들이 모이면 그 분들에게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기가 더 쉬워집니다. 힘을 보탤 수 있게 돼요. 희귀난치성 질환 환자들은 금전적으로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로 진단만하고 치료는 안 하는 일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환자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길 바랍니다. 난치성 질환 환자들은 열악한 상황에 놓여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센터의 노력으로 난치성 환자들이 존중을 받고 우리가 치료를 제공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어요.”

 

   

 


최정아 기자 shaoran007@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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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보민 기자 marie91@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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