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ICA 캠퍼스와 함께하는 작은 도서관

수혜의 대상이 아닌, 상호 교류의 대상이 되길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이 곳에는 아주 특별한 도서관이 있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도서관이지만, 찾아오는 손님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떤 의미에서 ‘특별한’ 도서관인지 금방 깨달을 수 있다. 엄마 손을 붙잡고 들어오는 수줍은 표정의 중국인 소녀, 둥글게 둘러앉아서 이야기 꽃을 피우는 다양한 국적의 이주민들. 그렇다. 이곳 도서관은 단순히 ‘도서관’이 아니라 다양한 이주민들이 한국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ERICA 캠퍼스 글로벌다문화연구원이 운영하며 이주민들의 정착과 적응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안산다문화작은도서관’(이하 다문화도서관), ‘모두어린이작은도서관’(이하 어린이도서관)을 살펴봤다.

 

원곡동, 한국 안의 외국

 

지하철 4호선 안산역에서 내리면 곧장 마주하게 되는 안산시 원곡동은 ‘다문화마을특구’로 지정된 곳이다. 국제 이주민의 거주 비율이 매우 높은 이곳에는 60여 개국 이주민과 내국인이 어우러져 살고 있으며, 전체 거주 인구의 80%이상이 결혼이주민, 외국인 근로자 등의 이주민으로 이뤄져 있다. 원곡동에 이주민들이 밀집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안산에 위치한 공단들에 기인한다. 과거 극심한 인력난을 겪던 반월공단, 시화공단 등의 안산 소재 공장들이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거 고용하면서 이주민들이 안산시에 유입되었고, 이주민의 수가 점차 증가하면서 이주민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형성된 것이다. 원곡동은 타지생활에 지친 이주민들이 서로 의지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하지만 이주민들의 유입이 심화되면서 문제도 생겨났다. 서로 다른 문화와 경험으로 인해 이주민들이 잘 적응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특히 쓰레기 분리수거에 관한 문제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지역에서 가장 첨예한 대립이 발생하는 이슈였다. 분리수거를 경험해보지 못한 이주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한국 생활에 익숙하지 못한 이주민들이 의료, 자녀 교육 등의 다양한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산시는 다양한 민간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이주민 정착을 위해 힘쓰고 있으며, ERICA 캠퍼스와도 협력을 맺고 있다. 안산시는 기존에 원곡동에서 운영되고 있던 두 곳의 도서관, 다문화도서관과 어린이도서관의 운영을 ERICA 캠퍼스 글로벌다문화연구원에 위탁했으며, 이에 따라 2014년 3월부터 김윤영 박사(글로벌다문화연구원 연구위원)가 두 도서관의 관장을 맡아 지역주민과 이주민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도서관의 역할을 재정의 하다

 

기본적으로 두 도서관은 ‘다문화’라는 특성에 맞춰 다양한 나라의 원서를 보유하고 있다. 다문화도서관의 경우 1만3353권의 도서를 비치하고 있으며, 다양한 국적의 이주민들을 위해 17개국의 원서 1만464권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어린이도서관은 총 9904권의 도서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중 3459권의 도서가 14개국의 원서로 구성되어 있다. 김 박사는 외국 원서에 대한 이용자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다문화도서관에 비치된 외국 잡지나 원서 등에 대한 수요가 많은 편입니다. 본국의 책이나 잡지를 접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작년 연말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로부터 1500여 권의 신간 잡지와 원서 등을 기증받기도 했는데, 이주민 분들이 정말 좋아하셨어요.”

 

   

 

글로벌다문화연구원은 도서관의 위탁 운영을 시작한 이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이주민의 한국 적응을 돕고 있다. 특히 이주민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역량을 배양하는 것이 우선이라 판단, 다양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 문화를 접해보지 못한 결혼이주여성을 위해 그림책 교육, 위생 및 응급처치 방법 교육, 동요 배우기 등 부모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들의 자녀를 대상으로 한글 교육, 독서교육 프로그램 등도 실시하고 있다. 김 박사는 이곳 두 도서관의 역할은 단순히 ‘책’에 한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두 곳 도서관 모두, 단순히 도서관이 아닌 그 이상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애가 아프면 어떻게 해야 할지 물어볼 수 있고, 한국의 교육문화에 대해 배워갈 수 있는 등의, 이주민들이 한국 생활에 있어서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재 탄생했습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한 성과도 고무적이다.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한 마술동화구연교육을 통해 구연동화자격증 취득자 15명을 배출해냈고, 러시아, 캄보디아, 중국 등 11개국 28명으로 ‘다다다하모니자원봉사단’을 구성하여 활동한 결과 한국도서관 협회에서 자원봉사 활성화 부문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한 2014 UNICEF 다문화 동화책 낭송대회, 동포체험수기 및 사진공모전에서 이주민 개개인이 수상하기도 했다.

 

   

 

수혜의 대상이 아닌, 함께하는 지역주민이 되길

 

지난 1년간의 고무적인 성과를 기반으로, 글로벌다문화연구원은 보다 큰 미래를 그릴 수 있게 됐다. 특히 올해 초 여성가족부 지역다문화프로그램 지원공모사업에 <책 3.0> 이라는 주제로 선정되면서 보다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이들이 계획하고 있는 <책 3.0> 프로그램은 동화구연교육, 글쓰기, 각국의 놀이문화 공유, 지역 주민들과의 북 콘서트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결혼이주여성들이 엄마로서의 역량을 키우고,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될 계획이며, 또한 그 과정에서 이주민들이 적극적인 지역사회의 주체로 자립할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현재 두 도서관의 관장 직을 수행하고 있는 김 박사는 이들 두 도서관의 활동을 통해, 지금까지의 다문화 사업과 약간은 다른 방향을 추구하고 싶다고 밝혔다. “지금까지의 다문화 사업은 단순히 이주민을 상대로 베푸는, 수혜적인 차원이었습니다. 물론 이런 방향이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궁극적으로 이들 이주민이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베푸는 것이 아니라 기존 주민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자립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러한 과정을 통해 이들이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기존 주민들과 상호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김 박사의 말대로, 이주민들이 우리 사회에 잘 정착하기 위해서는 지금과는 다른 방향의 다문화 사업이 요구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한 차원에서, 글로벌다문화연구원은 다문화 사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도하고 있다. 글로벌다문화연구원의 바람처럼, 수 많은 국제 이주민들이 보다 효과적인 다문화 사업을 통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우뚝 설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정우진 기자wjdnwls@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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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유미 기자lovelym2@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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