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사랑 구체화할 수 있는 건전한 발전기금과 예우마련 필요

'한양'의 정체성 공유하는 21세기 동문 상 요구돼

 

 지난 20일, ‘2004년 동문 재상봉 행사를 위한 예비모임’이 동문회관에서 열렸다. 올 10월에 열릴 동문 재상봉 행사 준비와 대표선출을 위한 것. 올해로 6회 째를 맞이하는 동문재상봉 행사는 그 참석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작년에는 75, 76 졸업 동문 5백여 명이 모임으로써 동문 활성화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학교 측에서 주관하는 ‘동문재상봉 행사’ 이외에도 총동문회에서 주관하는 ‘세계 한양인의 밤’ 행사는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동문들 간의 유대감을 강화시키며, 해를 거듭할수록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문의 경쟁력 = 학교의 경쟁력’

 

   
 

 현재 각 대학에서는 동문들의 힘을 모으기 위한 다양한 행사 마련에 분주하다. 본교 총동문회에서는 매년 ‘한양인의 밤’을 비롯해 국가고시 합격자를 위한 축하행사, 동문 장학회 사업 등 동문 활성화를 위한 행사 및 지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2004년 동문회 자료에 따르면 현재 활성화된 본교 동문회 모임은 국내외를 합쳐 총 1백 70여개. 이 중 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지역 동문회도 26개에 달한다. 김상원(총동문회·편집부) 과장은 “올해 18회째 되는 LA 음악회의 경우, 본교 동문들이 주축이 되어 지역행사로 굳건히 자리를 잡았다”면서 “예전에 일부 미주지역에 국한된 동문회 활동이 이제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라고 밝혔다.

 

 동문회의 활성화가 곧 대학발전을 위한 든든한 초석이라는 것은 교육개방시대를 맞아 모든 학교에서 절감하고 있는 부분. 이에 각 대학에서는 동문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 중이다. 발전기금 정도에 따라 의료, 문화, 예술 공연 등의 할인과 마일리지 혜택을 주는 것은 이미 보편화된 방법이며, 일부 사립대에서는 발전기금 핸드폰 결제와 자발적인 재학생 학부모 일 구좌 갖기 운동 등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사전 동의와 적절한 설명 없이 진행되는 이러한 모금 방식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함께 높아지고 있는 실정. 동문회 한 관계자는 “전국 대학동문회 실무자들의 모임에 가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동문들에게 연회비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거둘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한다”면서 “일부 대학에서는 강제적인 방법을 취했다가 동문들의 반발로 그친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에 따라 발전기금에 따른 적절한 혜택과 함께 모교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예우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발전기금을 다섯 가지로 세분화해 모금하는 K대학의 경우, 교육환경개선기금을 기부하면 “이 책상은 000님(00학과 00학번)께서 기증하여 주셨습니다.”라고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실제로 이 학교에서는 지난해 10월 각 기업과 동문들로부터 2백 50억 원 기금을 모금해 최첨단 경영관을 건립하기도 했다. 본교 역시 지난해 2월 송재성 동문(성호철관 회장, 토목 54년졸)이 발전기금 50억 원을 기부해 '재성 토목관'이 건립 중에 있으나, K 대학과 같은 소액 기부금을 통한 동문예우는 명확치 않은 실정이다.

 

‘21세기 동문의 조건은 정체성의 공유’

 

   
 

 현재 본교에서 동문으로 인식되는 범위는 본교 대학, 대학원 출신학생과 교수로 정하고 있으며, 정회원, 준회원, 특별회원으로 나뉜다. 그 중 특별회원은 본교 출신이 아닌 교수와 학교를 위해 지대한 공헌을 한 자로 동문 이사회의 승인을 통해 동문임을 인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단순히 대학출신으로 구성된 동문은 시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총동문회 한 관계자는 “K대의 경우 학교의 현재 구성원인 교직원을 비롯해 심지어는 학내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용역직원들 까지도 모두 동문회 구성원으로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방 한 사립대에서는 지역주민들이 장학회를 구성해 학생 장학금 및 활동지원금을 기부한 사실이 알려져 학내 구성원을 넘어, 지역사회 역시 학교 발전을 위한 광의의 동문에 포함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본교 지방자치대학원 역시 이러한 측면에서 동문의 개념을 확장시키는데 기여를 하고 있다. 지난 87년부터 주민교육을 실천해 지역사회로부터 높은 호응을 받고 있는 것. 올해까지 지방자치 연구소가 개최한 프로그램은 총 26차례로 배출한 수료자만 4천 7백여 명에 이른다. 지방자치 연구소 프로그램 수강자들의 모임인 2기 동양회는 현재 1백 5명 회원을 갖추고 본교 동문회에 정식 가입돼 있는 상태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학교 측의 제도적인 노력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공노식(기획처·발전협력팀)계장은 “학교와 동문회에서는 동문예우와 결집을 위한 다양한 제도적 방안을 고민하고, 준비 중이다”고 전제하며 “하지만 좋은 제도를 마련한다고 해도 그 제도를 이용하는 동문들의 관심이 없으면, 유명무실한 제도가 될 뿐이다”고 지적했다. 결국 애교심과 저력을 직간접적으로 나타내 주는 학교발전 기금 마련을 위해 동문들이나 학교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기금을 조성하려는 움직임과 학교차원에서 그 토양을 제공하려는 노력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동문회 차원이 아닌 단과대학 차원에서 장학기금을 마련한 것은 본교에서도 자생적인 기금마련의 싹이 마련될 수 있다는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다. 김대식(경영대·경영) 교수가 마련한 경영대학 장학기금이 그 것. 올해로 2년째인 경영대학 장학기금은 뜻을 함께하는 교수들의 재원으로 적립해 나가지만, 장학금을 받은 학생은 사회에 진출한 후 자신이 받은 혜택을 후배에게 돌려준다는 서약서를 작성해 교수와 학생, 동문들의 관계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교육개방을 목전에 앞둔 요즘, 각 대학들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갈수록 치열해 지고 있다. 본교 역시 이러한 움직임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는 법. 동문의 힘을 결집시키려는 학교측의 노력과 모교 발전을 기원하는 동문들의 구체적인 실천이 모여 시너지 효과를 이룰 때만이 교육개방의 위협을 뚫고 세계 100대 대학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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