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에 터 잡은 불교의 신화적 근원을 정리한다
알음알이로 둘러본 수미산 탐방기
수미산에서 천상까지 섭렵, 그곳의 전경과 불보살, 천신을 만난다
신화는 모든 문화의 바탕이자 세계 공동의 자산이다. 여기에는 종교적 차원을 떠나 기독교와 힌두교 등이 지닌 신화적 바탕도 포함된다. 이유인즉 신화는 단순히 옛날 옛적 이야기가 아니라, 살아 있는 문화 생명체로 현실의 삶과 인간의 미래 사회 모습까지 그 비전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신화는 인문사회학의 한 기초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최근 ‘육도(六道)를 넘나 본 수미산(한양대출판부)’을 쓴 박동준(국문대·프랑스언어문화) 교수가 신화적인 차원에서 불교의 우주를 한번 꾸며보고자 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불문 전공자가 전공 외의 글을 쓰느냐는 질문을 가끔 받는다는 박 교수는 그 때마다 “전공 불문이라 그렇다”며 농으로 받아 넘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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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불교의 우주와 그곳 불보살 및 권속들을 묘사하고 있지만 종교 서적은 아니다. 단지 오랫동안 우리 생활 속에 터전을 잡고 뿌리가 내린 한 우리 문화의 신화적 근원을 그냥 한번 정리한 것이다. 이미 천 몇 년 일상 속에 자리 잡은 생활 문화이며 많은 문화유산을 남기고 있는 불교.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수용하고 있는 서구 문화와 비교한다면 불교는 홀대받고 있는 느낌마저 든다. 성경은 신자가 아닐지라도 교양 고전으로, 그리스 신화의 세계는 대중에게 상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찰에 모셔진 불보살들은 누가 누구인지, 불교의 우주는 어떻게 생겨나고 구성돼 있는지 오히려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까닭이다. 더구나 극락과 지옥은 많이 듣고 있지만 과연 그곳이 어떤 곳인지 막연하기만 하다. 우리 문화를 알고자 하는 외국인과 산사라도 동행 할 시면 갑자기 부딪히는 질문 앞에 부끄러움마저 느끼는 경우도 있다. 이것이 박 교수가 이 책을 처음 구상한 동기이다. 우리 전통 문화의 한 바탕인 불교가 그리스 신화나 다른 신화와 같이 흥미롭고 상식적인 문화의 일부로 이해되는 것은 곧, 지은이의 바람이다.
불교의 우주인 삼천대천세계의 모습을 알음알이(일상적인 지식)로 보느냐, 아니면 진여의 본성인 불심의 차원에서 보느냐에 따라 두 개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진여의 세계에서 보면 지옥이니 극락이니 하는 모든 것이 하나의 허상에 지나지 않고 단지 일반 중생들이 진리를 깨치기 위한 방편으로 쓰일 뿐이다. 때문에 이 책에서 언급하는 세계는 불심의 차원이 아닌 알음알이를 위한 모습으로, 더구나 오래되고 다양한 우리 문화를 구성하고 있는 한 근저를 알기 위한 신화와 상징의 모습으로 이해하고자 했다. 이 신화적인 모습은 사찰 속에 모셔진 불보살과 그 분들의 상징적 세계인 전각 속에 녹아 그 의미를 담고 있다.
여기선 먼저 삼천대천세계가 어떻게 생겼는지, 어떻게 구성되었는지를 찾아 간다. 그래서 불국토의 상징인 수미산 세계를 탐방하듯 둘러본다. 그리고 우주의 탄생 배경과 최초 인간의 모습이 어떠한지, 사후 인간이 업에 따라 윤회를 할 때 누가 어떤 이유로 육도의 생처(生處)가 정해지는지 살펴본다. 또한 육도(六道)인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 천상의 모습이 어떠한지, 도대체 정토니 하는 곳은 어디이며 어떠한지, 그리스 신화의 판테온처럼 이곳 불보살들의 모습은 어떠한지 두루두루 둘러보고 있다. 그래서 무엇보다 먼저 수미산 세계의 겉모습을 둘러보고, 지하세계로부터 염부제 지상세계를 거쳐, 수미산 자락을 올라 공중에 떠 있는 천상을 섭렵한다. 그리고 그곳의 전경과 그곳서 만난 불보살, 천신, 성중들이 누구인지 살펴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