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백남 김연준 박사의 '사랑의 실천' 계승"

제2회 백남상 시상식이 지난 10월 16일 서울캠퍼스 백남음악관에서 개최됐다. 백남상은 우리대학의 설립자인 고(故) 백남 김연준 박사의 삶과 그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이다. 김연준 박사의 주요한 발자취를 따라 세 분야로 나누어 시상한다. 올해는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공학부문), 이규도 이화여대 명예교수(음악부문), 인세반 유진벨재단 회장(인권·봉사부문)이 선정됐다.

  

백남의 이름, 한양의 정신

 

   
 ▲ 제 2회 백남상 시상식이 지난 10월 16일 서울캠퍼스 백남음악관에서 개최됐다. 

제2회 백남상 시상식은 아나운서 백승주 동문(독문 99)의 사회로 시작됐다. 시상식에는 김종량 백남기념사업회 이사장 및 학교법인 한양학원 이사장과 이영무 총장이 참석했다. 이 밖에도 제1회 백남상 수상자인 박희재 교수, 박영희 작곡가,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송상현 대표가 특별히 자리했다. 전체 행사는 제1, 2부로 구성됐다. 1부에는 백남상 시상과 수상소감 발표, 축하공연 등이 진행됐고, 2부에는 시상식 참석자를 위한 리셉션 장이 로비에 마련됐다. 김종량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시상식이 열리는 오늘은 한양공과대학의 출범일로, ‘한양’이라는 이름을 처음 사용한 날”이라며 “김연준 박사가 평생 추구한 삶의 핵심을 백남상으로 기린다”고 했다.

 

우리대학이 백남상을 통해 되새기는 가치는 무엇일까. 이영무 총장은 백남상의 제정취지를 소개하며 세 가지 내용을 언급했다. 첫째, 선각자적인 실용 정신이다. 김연준 박사는 일제강점기 과학 기술의 중요성을 깨닫고 공업대학을 설립, 시대를 앞서는 면모를 보였다. 둘째, 열정적인 예술혼이다. ‘청산에 살리라’ 등 다수의 가곡을 작곡한 김 박사는 국내 최초의 바리톤 독주회를 여는 등 음악가로 활발히 활동했다. 셋째, 국제인권옹호 한국연맹 회장을 맡는 등 소외된 이웃을 돕기 위해 애썼던 사랑의 실천 정신이다. 이 총장은 “백남상은 김연준 박사의 실천적 삶을 계승, 우리 사회가 아름답게 나아가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백남의 철학 몸소 실현한 수상자들 

 

   
 ▲ 제2회 백남상 공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이 제2회 백남상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백남상은 제정취지에 따라 세 부문으로 수여한다. ‘공학상’은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연구 개발로 국가 발전에 공헌한 개인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음악상’은 창작 또는 연주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으로 한국 음악 발전에 기여한 개인 또는 단체에게, ‘인권·봉사상’은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 보장을 위해 헌신, 봉사한 개인 또는 단체에게 수여한다. 백남기념사업회는 공학, 음악, 인권·봉사 세 부문의 자문위원회를 구성, 후보자 추천을 받았다. 해당 부문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회가 엄격한 심사를 거쳐 최종 후보자를 선정했고, 운영위원회가 지난 9월 20일 최종 수상자를 발표했다.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공학상), 이규도 이화여대 명예교수(음악상), 인세반 유진벨재단 회장(인권·봉사상)이 그 주인공이다.

 

김기남 사장은 20여년 간 메모리 반도체 분야를 연구하며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이끈 공로를 인정받았다. 김 사장은 480여 편의 공학기술 논문과 130여 건의 특허를 출원하는 등 뛰어난 연구 실적을 자랑할 뿐 아니라, 여전히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최전선에서 신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2014년에는 ‘20나노’ 제품을 세계 최초로 양산했고, 3차원 구조로 집적도를 높여 데이터 저장 효율을 개선한 ‘3D V플래시’ 기술을 개발했다. 김 사장은 이처럼 튼튼하고 창의적인 기초 연구를 훌륭한 실용적 연구로 증진한 점을 높이 평가 받았다. 그는 "1982년 삼성전자에 입사할 당시만 해도 반도체는 미지의 세계였다"며 "불철주야 연구에 헌신하는 엔지니어들의 노력 덕분에 이 자리에 오게 됐다”고 했다. 이어 “우수한 인재들과 함께 한국 과학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규도 교수는 다수의 세계 무대에서 공연하고,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에 공헌한 점을 높이 평가 받았다. 이 교수는 줄리아드 음악대학 대학원을 수료하고, 마리아 칼라스 마스터 클래스를 수료했다. 1974년 ‘나비부인’으로 미국 무대에 데뷔, 40회 이상을 프리마돈나로 공연했다. 귀국 이후 300회 이상 오페라 공연의 주역으로 섰고, 한국 가곡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데도 앞장섰다. 이 교수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음악상을 받는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우리대학 음악대학에 재직했던 고(故) 박정현 교수를 떠올리면서는 눈시울을 붉혔다. 이 교수는 "음악이라는 외길을 함께하며 남편이자 음악가로, 등대처럼 인도해 준 박정현 교수에게 감사한다"며 "남은 인생을 음악에 대한 사랑과 열정으로, 성악도에게 도움이 되는 선배가 되겠다"고 했다.

 

   
 ▲ 제 2회 백남상 시상식에서 음악 부문 수상자 이규도 이화여대 명예교수(좌)와, 인권· 봉사 부문 수상자 인세반 유진벨재단 회장(우)이 상패를 전달 받고 있다.

 

인세반 회장은 유진벨재단을 통해 북한의 보건, 의료 부분 질 향상에 공헌해 수상자로 선정됐다. 유진벨재단은 북한의 ‘다제내성 결핵’ 환자 치료에 집중하고 있다. 다제내성 결핵은 일반적인 결핵 치료에 내성이 생겨 특별한 치료가 필요한 질병. 유진벨재단은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22만 여명의 환자를 효과적으로 치료했다. 아울러 지속적인 방북을 통해 부작용 등을 관리하고, 후원자와 의료진 사이의 충실한 교두보 역할까지 하고 있다. 인 회장은 수상 소감에서 “유진벨 재단은 민간 후원으로 운영된다. 그들은 공존의 가치를 알고 다른 사람의 생명을 아낄 줄 아는 분들”이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 “더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면 더 많은 북한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고 진정한 봉사자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한 목소리로 그리는 ‘청산’의 뜻


수상 소감 발표 후에는 이규도 교수의 제자들로 구성된 합창단 ‘프리마돈나 앙상블’의 축하 공연이 이어졌다. 이들은 김연준 박사의 곡 ‘청산에 살리라’와 ‘무곡’, 베르디의 ‘아! 그이였던가’를 불렀다. “길고 긴 세월 동안 온갖 세상 변하였어도/ 청산은 의구하니 청산에 살으리라”. 김연준 박사는 가곡 ‘청산에 살리라’를 통해 진실한 삶의 공간인 ‘청산’을 노래했다. 모진 시대에 학교를 세워 인재를 길러낸 실용의 정신, 아름다운 가곡과 삶의 행적에 녹아난 사랑의 실천 정신이야말로 김연준 박사가 노래한 ‘청산’에 담긴 뜻이 아닐까.

 

   

 ▲ 합창단 '프리마돈나 앙상블'이 제2회 백남상 시상식에서 축하 공연을 펼치고 있다. 음악 부문 수상자 이규도 교수의 제자들로 구성된 이들은 고(故) 김연준 박사의 가곡 '청산에 살리라'와 '무곡'을 포함해 세 곡을 노래했다.

 

 


곽민해 기자 cosmos3rd@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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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유미 기자 lovelym2@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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