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목포, 경상도 경주, 제주도에서 온 한양인

편 가르기 구호는 지역마다 차이가 있다. 어떤 곳은 ‘데덴찌’라 하고, 어떤 곳은 ‘하늘땅’을 말한다. 심지어 ‘오라이 모라이 땡’을 외치는 곳도 있다. 대학은 이와 같은 지역별 다양성이 한데 어우러지는 공간이다. 학생들은 집 떠나와 열차를 타고 오기도 하고, 비행기를 타고 날아오기도 한다. 이번 기획을 통해 전국 각지에서 온 6人의 한양인을 만났다. 그들의 대학 생활은 어떤 모습일까.

 

   
 
   
▲ 허윤(주얼리ㆍ패션디자인학과 1) 씨는 아직까지 대학
생활이 낯설다. 그럼에도 학교 생활에 대해 말하는 허 씨의
얼굴에는 기대와 설렘이 가득했다.

허윤(주얼리ㆍ패션디자인학과 1) 씨는 이번에 입학한 16학번 새내기다. 하얀 도화지에 자유롭게 꿈을 그려 넣는 시기, 허 씨는 어떻게 우리대학에 오게 됐을까. “처음에는 초등학교 교사가 되길 원해서 광주 교대로 진학하길 원했어요. 그러다가 의상, 특히 신발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잡지나 인터넷 쇼핑몰에 소개된 구두를 보면서 자신의 디자인을 꿈꿨던 허 씨는 결국 우리대학에 지원, 당당히 합격했다. 순수한 인상의 허 씨는 벌써부터 축제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축제 때 의상을 디자인, 제작해 선보일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란다.

 

기대감은 컸지만, 대학 생활 초반인 만큼 걱정할 거리도 많았다. 실제로 그와의 만남에서는 ‘힘들다’는 말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학교가 아직은 낯설고 자유로운 생활도 마냥 편하진 않아요. 저는 고등학교 때까지 철저하게 짜인 생활을 했거든요.” 비실기자라는 상황도 한 몫 했다. “학생부 전형으로 왔기 때문에 실기 면에서 많이 부족한 상황이에요. 더 열심히 해야죠.” 허 씨는 학과에서 마련된 드로잉 강의를 수강하는 등 부가적인 노력을 통해 학교생활에 차츰 적응해 나갈 예정이다.

 

   
 
   
▲ 이건주(신문방송학과 3) 씨는 고교시절, 방송국
에서의 경험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와 신문방송학
과로 진학했다.

이건주(신문방송학과 3) 씨는 고등학교 때까지 역사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사학과 진학을 꿈꾸던 이 씨는 한 경험을 통해 방송에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EBS 장학퀴즈에 학교 대표로 출연했어요” 이 씨는 당시를 회상했다. “대기실에 있던 시간에 카메라 감독님께서 촬영 과정을 상세히 설명해주시는데 굉장히 흥미로운 거에요.” 신선한 충격은 촬영장에서도 이어졌다. 방송이 제작되는 과정을 보면서 그녀의 마음엔 변화가 일었다. “어떻게 하면 제가 좋아하는 역사와 방송을 매치 시킬 수 있을지 생각했어요” 고민 끝에 이건주 씨는 EBS에 입사해 역사 교육방송을 제작하고자 마음 먹었고 결국, 신문방송학과로 진학했다.

 

바쁜 생활 속 언제 가족 생각이 나냐는 질문에 이건주 씨는 “스케줄 상 혼자 이동하거나 홀로 기숙사로 들어갈 때”라고 답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기숙사 생활을 해왔기 때문이란다. 떨어져 지내는 만큼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고 이 씨는 말한다. 경상도 방언에 대해서도 잠시 들어볼 수 있었다. “경상도는 말 한마디면 대부분의 리액션이 가능해요(웃음).” 예를 들자면, ‘맞나’ 같은 표현이다. 억양에 따라 같은 말로 수긍, 동의, 의문, 불신 등 다양한 감정 표현이 가능하다. “한 번은 카페에 가서 유자스무디를 먹고 '쌔그럽다' 라고 했다가 친구들이 궁금해 했죠.” '쌔그럽다'는 '시다'는 뜻의 방언. 함께 있던 친구들 중 경상도 출신의 한 사람만 이 말을 알아 들었다.

 

이 씨는 교육방송 PD라는 뚜렷한 목표를 갖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으려 한다. 방송학회에서 활동했고, 삼성 드림클래스 학생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친다. 올해는 신문방송학과의 회장으로 새로운 도전을 이어나가는 중이다. “분명히 활용할 수 있는 좋은 기회들이 많은데 참여율은 높지 않아요. 그것을 좀 더 효과적으로 유도해서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과를 만들고 싶어요.” 당돌한 이 씨의 야무진 활약을 기대해본다.

 

   
 

“저와 친구들 사이에는 제주도를 벗어나 육지로 가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었어요.” 이준구(전자공학부 2) 씨는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며 육지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축구와 기타를 사랑한 청년은 전자음악연구 밴드동아리인 ‘헤마(HEMA)’에 들어갔다. 동아리 내 축구 소모임인 ‘FC 헤마(HEMA)’에도 몸담았다. 이준구 씨는 “축구와 기타가 인생의 활력소”라며 “동아리를 잘 이끌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작년에 동아리의 회장을 맡은 이 씨는 우선 공연 진행에 대한 지침서를 제작했다.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효율성이 크게 개선됐고 공연의 격도 높아졌다. “지난 축제 때 동아리 콘테스트 2등도 하고 이번 신입생 OT 공연 때도 반응이 뜨거웠죠. 이 정도면 잘해냈다고 봐요.”

 

이 밖에도 그는 외국인 멘토 프로그램인 ‘한밀레’에서 멘토로 활동했다. 말레이시아 학생의 적응을 도왔다. 바쁜 와중에 힘든 점은 없었냐고 묻자, 이 씨는 “지친 상황에서 푹 쉴 곳이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고 밝혔다. 기숙사는 혼자만의 공간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이 동문의 생각이다. 고향에 있는 본인의 방이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한편, 제주도 출신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제주도 방언을 써보라고 하기 일쑤에요. 가끔은 도가 지나칠 때도 있죠. 거기서 말 타고 다니냐 묻기도 하고.” 대학에 처음 왔을 때는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지만 이제는 신경도 안 쓴다는 이준구 씨. 오히려 되돌아 보면 그런 농담을 주고 받으면서 친해진 부분도 있었다고.

 

제주도에 살면서 접한 특이한 경험으로 그는 ‘냉동 고등어 포장’ 아르바이트를 뽑았다. “시급이 좀 짰지만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어요.” 이 씨는 평소에도 새로운 경험을 즐기는 편이다. 그리고 이제는 꽤 커다란 경험을 앞두고 있다. “캐나다로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하려고 해요. 그쪽 문화를 체험하고 새로운 사람들도 많이 사귀고 싶네요. 물론 돈도 벌고요.”

 

   
▲ 현재는 서울에 머무르면서 워킹홀리데이를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이준구(전자공학부 2) 씨. 바다를 넘나드는 그의 행보는 계속된다.

 

 

우리는 씩씩한 한양인

 

이번 기획을 통해 전라도, 경상도, 제주도 출신의 학생들을 만났다. 한양대학교에는 허윤 씨처럼 설렘 반, 두렴 반으로 학교를 시작하는 이들이 있다. 이건주 씨처럼 목표를 위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는 이들도 있다. 이준구 씨처럼 잠시 휴학을 하며 색다른 경험을 가지는 이들도 있다. 멀리서 왔지만 본인에 상황에 맞게 씩씩하게 생활하는 한양인들이었다. ‘6人6色 전국 각지의 한양인을 만나다’ 다음 편에는 충청도, 서울ㆍ경기, 강원도 학생과의 만남이 이어진다.
 

 

글ㆍ사진/ 김상연 기자     ksy1442@hanyang.ac.kr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디자인/ 김혜임 기자        hitgirl827@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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