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강릉, 충남 보령, 서울에서 온 한양인

드라마 <응답하라 1994 > 주인공들의 별명을 기억하는가. ‘삼천포’, ‘빙그레’, ‘해태’ 등 출신지와 해당 지역 야구단의 이름을 따 별명을 부른 케이스다. 지역색은 거의 사라진지 오래지만, 여전히 다른 지방에서 온 친구들이 있다. 가깝게는 서울 어느 곳에서, 멀게는 대관령을 넘어 우리대학에 모인 이들. 그들의 대학 생활은 어떨까. 강원도, 충청도, 서울 출신의 학생들을 만나봤다.

 

   
 
   
▲ 강릉 출신의 이태우(행정학과 3) 씨를 지난 16
일 강의실에서 만났다. 이태우 씨는 공무원 시험 합
격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이태우(행정학과 3) 씨는 강원도 강릉 출신이다. “강릉 출신이라고 하면 농담인지 진담인지 ‘감자를 자주 먹냐’, ‘수영은 잘하냐’고 물어봐요. 하지만 저, 수영은 잘해도 감자는 잘 안 먹어요(웃음). 바다가 가깝긴 하지만 그렇게 자주 갔던 편은 아니에요.” 서울에서는 한 살 터울의 누나와 함께 사는 이 씨는 서울 생활에 자유와 불편이 공존한다고 했다. “부모님의 잔소리를 안 들을 수 있어서 처음에는 좋았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부모님의 빈자리가 커지더라고요.” 설거지와 빨래 등 집안일을 할 때면 부모님의 고충이 절로 느껴진다. “두 분이 모두 교직에 계셔서 주말에 자주 서울로 올라오세요. 차를 타고 와도 먼 길인데, 항상 죄송하고 고마운 마음이죠.” 

 

이 씨의 목표는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는 것. 현재 5급 시험 합격을 목표로 공부 중이다. “세상에 쉬운 길이 어디 있겠어요. 어려운 길이라는 걸 알고 있어요. 힘들지만 조금 더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결실을 맺을 거라고 믿고 공부하고 있죠.” 이 씨는 한양대에 입학한 과정부터 순탄치 않았다 말했다. “떨어진 줄 알았어요. 입학 마감 시간 10분 전까지 연락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마감 10분을 남기고 전화가 오더라고요. 제 귀를 의심했어요. 공무원 시험 준비에 도움이 되는 행정학과에 들어올 수 있어 너무 좋았어요.”

 

수험 생활에 지친 이 씨의 마음을 달래주는 것은 ‘축구’다. “어릴 때부터 축구를 좋아했어요. 서울에 와서는 축구를 못할 줄 알았는데, 학과에 축구 소모임이 있더라고요. 일주일에 한번 주말에 공을 차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어요.” 누나와 함께 사는 집이 왕십리와 멀어서, 친구 없는 대학생활이 될 뻔했다는 이 씨. 축구 모임을 통해 친구도 사귀고, 건강 관리도 하게 됐다.

 

   
 
   
▲ 보령에서 올라 온 이한성(경영학부 2) 씨를 지난 16일 경영
대 앞에서 만났다. 이번 학기를 끝으로 군대를 가는 이한성 씨
는 아직 꿈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충남 보령에서 올라온 이한성(경영학부 2) 씨. 입학한 지 2년째지만, 집에서 나와 타지 생활을 한 지는 그보다 오래됐다. 집에서 떨어진 기숙형 학교를 졸업했기 때문. 햇수로는 5년이 넘게 집 밖에서 생활하고 있다. “친구들의 경우 자취를 하면 부모님께서 엄청 걱정하시잖아요. 전화도 자주 하시고. 저희 부모님은 이미 제 타지 생활에 적응이 되셨어요. 걱정을 안 한다면 거짓말이지만, 이제는 조금 안심하시는 것 같아요. 너무 애태우시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고등학교 기숙사 생활과 대학에서의 자취는 분명히 다르다. 어떤 점이 다를까. “기숙사는 통금 시간도 정해져 있었고, 6인 1실이다 보니 불편한 점이 많았어요. 그런데 자취를 하니 귀가 시간도 제 마음대로 할 수 있고, 집에서도 혼자 있으니 너무 자유로운 것 같아요!(웃음) 물론 귀가 시간은 부모님한테는 비밀이에요.” 다만, 자취 생활이 마냥 좋은 것 만은 아니다.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 청소, 빨래 등등 모든 것을 제 손으로 해야 하니까 불편한 점도 많아요. 집밥이 먹고 싶을 때도 있는데, 서울에서 부모님과 같이 사는 친구들이 너무 부러워요.”

 

이 씨는 아직 꿈을 찾고 있다. 경영학부에 들어온 것도 막연한 선택이었다고. “대학생활을 1년 밖에 경험하지 않아서 진로를 정확하게 정하지는 못했어요. 이번 학기가 끝나고 입대를 할 예정인데, 군대에서 많이 고민해 볼 생각입니다.” 20대 초반을 살아가는 대다수의 청년들처럼, 이 씨도 자신에게 맞는 꿈을 찾아 방황 중이다.

 

   
 

“자취를 하는 친구들이 너무 부러워요.” 문준호(기계공학부 1) 씨는 서울 출신이다. 자취하는 친구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아무래도 과에 남자가 많다 보니까 술도 엄청 자주 마시는 것 같아요. 술에 취해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갈 때면 자취하고 싶다는 생각이 엄청 들어요.” 문 씨는 서울에 살아서 어쩔 수 없이 먼 통학 길을 오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침에 ‘지옥철’을 타면 제가 서서 가는지 아니면 중간에 떠서 가는지를 모르겠어요. 공중부양을 하는 느낌이에요(웃음).” 지방 출신의 자취생이라면 배부른 얘기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서울 출신이라면 한 번쯤 자취를 해보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뭐 그래도 자취를 할 수는 없고 친구 집에서 자는 걸로 만족합니다(웃음).”

 

문 씨는 재수를 해서 학교에 입학했다. 대학을 선택할 때 아버지의 조언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아버지가 한양대학교 기계공학부 선배에요. 아버지가 대학을 고민할 때 한양대학교를 추천해 주셨죠. 어쩌다 보니 운이 좋아서 부자가 같은 학교 같은 과에 들어간 사례가 됐네요.” 이제 새내기다 보니 아직까지는 모르는 것도, 어려운 것도 많다. “고등학교 때 화학을 선택하지 않았는데, 학과 공부에는 화학이 필수더라고요. 수업이 살짝 어려운 감도 있어요. 그래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문 씨는 현재 테니스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다. “테니스를 예전부터 좋아했고 더 배워보고 싶어서 동아리에 들어가게 됐어요. 동아리 안에 좋은 사람들도 많고 재미있는 분들도 많아서 되게 즐겁게 생활하고 있어요. 사실 연애의 로망도 있었는데 그건 차차 더 노력해야겠죠(웃음).” 유쾌한 그의 대학생활, 이제 시작이다.

 

   
▲ 아직 대학에 들어온 지 한 달이 채 안된 새내기 문준호(기계공학부 1) 씨를 지난 17일 제 2공학관에서 만났다. 문준호 씨에게 대학은 설레는 꿈이 가득한 공간이다.

 

 

우리는 꿈을 꾸는 한양인

 

이번에 만난 세 명의 학생들. 태어난 곳, 지역은 모두 다르더라도 한양의 이름 하에 모인 우리는 모두 한양인이다. 걔 중에는 공무원을 준비하는 이태우 씨처럼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있다. 아직 꿈을 찾고 있는 이한성 씨와 같은 친구들도 있다. 대학이란 새로운 시작을 경험하는 문준호 씨와 같은 이들도 있다. 요새 유행하는 노래 가사처럼, ‘꿈을 꾸는 한양인’ 모두에게 ‘빛나는 앞날(Shining Light)’이 찾아오길 바라본다.

 

 

글/ 이종명 기자          tmjo2000@hanyang.ac.kr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 김윤수 기자        rladbstn625@hanyang.ac.kr

디자인/ 조유미 기자      lovelym2@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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