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8일 서울캠퍼스 자연과학과 네이처 홀에서 진행된 CERN 가상 투어 소개

유럽입자물리연구소(이하 CERN)는 스위스 제네바와 프랑스 국경 사이에 위치한 세계 최대 규모의 입자물리학 연구소다. 미 항공우주국(NASA, 나사)이 우주과학을 기반으로 한 거시세계 연구의 선두주자라면, CERN은 미시세계 연구의 최고봉이다. 인터넷의 기반인 월드와이드웹(World Wide Web)부터 반물질, 힉스 입자 발견 등 다양한 업적을 자랑한다. CERN의 실험 현장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국내 최초의 ‘CERN 가상 투어’가 지난 6월 8일 서울캠퍼스 자연과학관 네이처 홀에서 진행됐다.

 

 

입자 연구의 산실, CERN에 방문하다

 

   
▲ 이번 CERN 가상 투어는 CMS를 이용한 실험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학생들에게 알려주고자 기획됐
다. 사진은 CERN의 연구원들이 대형강입자충돌기
를 점검하는 모습 (출처 : CERN)

CERN은 입자물리학에 기반한 세계적 과학연구기관으로, 정보공개를 통한 공동연구를 끊임없이 진행하고 있다. 한양대도 지난해 말부터 ‘CMS 국제 공동 실험'의 정식멤버로 활동 중이다. 최근 CERN은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대형강입자충돌기(Large Hardon Collider, 이하 LHC)를 통해 새로운 입자의 흔적을 발견한 것. LHC는 지하 100m에 위치한, 둘레만 27km에 달하는 대형 터널이다. 이 터널에선 양성자가 24시간 동안 빛의 속도로 움직이며, 이들의 충돌을 통해 블랙홀이나 빅뱅 등의 현상을 연구한다. CMS(Compact Muon Solenoid)는 LHC에 부착된 검출기 중 하나로, 이 현상 중에 발견되는 새로운 입자를 검출 한다. 한양대는 CMS에서 나온 정보를 분석, 정리하는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이번 CERN 가상 투어는 CMS를 이용한 실험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학생들에게 알려주고자 기획됐다. 입자 물리학은 LHC와 같은 거대한 실험 장치를 통해서만 연구가 이뤄지기에 학생들을 비롯한 대다수의 연구진은 자신들이 연구하는 분야의 실험실조차 제대로 구경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가상 투어는 재학생과 연구진이 CMS의 작동 원리와 구조를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 행사를 기획한 김태정 교수(물리학과)는 “국제 공동연구는 어떻게 진행되고 제가 연구하는 내용들은 무엇인지 모르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며 “그 부분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 주고 싶지만, 실제 장소까지 가기에는 한계가 있기에 이번 가상 체험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투어엔 학내 CMS 연구진을 포함 총 60여 명의 인원이 참여했다. SNS를 통해 소식을 듣고 참여한 타대학 학생들과 고등학생들도 있었다.

 

한국에서 7시간 떨어진 CERN 현지와 인터넷 생중계로 연결한 행사에선 CMS 주요 시설과 실험이 소개됐다. 현재 CERN에서 연구원으로 파견근무 중인 고정환 박사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서 설명하는 방식으로 투어가 진행됐다. 지상에 있는 다양한 시설부터 모니터 룸, 지하 100m에 위치한 검출기와 실험 과정, 연구원들의 모습까지. 현장의 분위기는 화면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됐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학생들의 질문도 그치지 않았다. 김태정 교수는 “학생들이 따로 공부를 해왔나 싶을 정도로 질의응답이 활발했다”고 말했다. “힉스 입자와 관련된 입자물리학은 한양대에서 따로 연구한 적이 없음에도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질문을 던졌습니다. 수준이 생각보다 높아서 놀랐죠.”

 

   
▲ 한국에서 7시간 떨어진 CERN 현지와 인터넷 생중계로 연결한 행사에선 CMS의 주요 시설과 실험이 소개됐다. (영상을 바로 보실 수 있습니다.)

 

 
최첨단 현대 과학 기술을 마주하다

 

   
▲ 지난 15일 CERN 가상 투어를 기획한 김태정 교
수(물리학과)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김태정 교
수는 "입자 물리학 연구가 얼마나 역동적으로 이뤄
지는 지 알려줄 수 있어 기뻤다"고 말했다. 

실제 학생들의 소회도 남달랐다. 강윤구(물리학과 4) 씨는 “지상 최대 크기를 자랑하는 실험장치와, 이를 통해 데이터가 산출되기까지의 과정을 알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검출기가 꺼져도 자기장이 잔류하고 있는 게 신기했어요. 4테슬라 정도 되는 자기장이 검출기 주변에 잔류하고 있어서 모든 금속물질이 검출기에 가서 들러붙거나 무중력 상태처럼 떠 있는 걸 볼 수 있었죠.” 강 씨는 이번 행사를 통해 학문을 대하는 태도를 새로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2000명이 넘는 연구진들이 하나의 주제에 대해 생각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모습이 놀라웠어요. 우리나라에는 잘 없는 문화인 만큼 본받아야겠다고 생각도 들었구요.” 강 씨는 “다양한 관점으로 학문을 접하는 자세를 가지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민정(물리학과 3) 씨는 입자 물리학이 생각보다 훨씬 실용적이고 역동적인 학문이란 것을 깨달았다고. “CERN에 입자 실험과 관련된 장치들이 더러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입자물리학에 대한 이미지는 실험보단 이론 위주의 학문에 가까웠어요. 이번 기회를 통해 입자물리학에도 흥미로운 실험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국내 최초로 진행된 가상 투어이다 보니 보완해야 할 부분도 있었다. 김 씨는 “기관을 탐방하는 시간과 질의·응답 시간이 분리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유로운 질문이 가능한 것은 좋았지만 그러다 보니 시설을 설명해야 하는 순간에도 질문에 대한 답을 들어야 하는 경우가 생기더라구요. 질문 시간과 탐방 시간이 분리되면 더 원활히 감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입자 물리학의 대중화를 위해


김태정 교수는 “입자 물리학이 얼마나 역동적으로 연구가 이뤄지는지 알려줄 수 있어 기뻤다”고 말했다. “연구원들이 토론하는 장면이나, 기계를 만져가며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 나와서 좋았습니다. 물리학이 책상에 앉아서만 하는 공부가 아니란 걸 이 체험을 통해 알려주고 싶었거든요.” 김 교수는 입자물리학에 대한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때문에 다음해부터는 규모를 더 키워 비전공자들도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계획할 생각이다. 김 교수는 “입자 물리학이야말로 최첨단 현대 과학이 집약된 학문”이라며 “어렵게 생각하기보단 다양한 실험이 함께 진행되는 흥미로운 분야로 받아들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 김태정 교수는 "내년엔 좀 더 큰 규모로 비 전공자들도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계획할 생각"이라며 "물리학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투어 당시 김태정 교수와 현지 연구원이 대화를 주고 받는 모습 (출처 : CERN)

 

 

글/ 이재오 기자          bigpie19@hanyang.ac.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 김윤수 기자        rladbstn625@hanyang.ac.kr

 

키워드

'한양위키' 키워드 보기 #CERN #CMS #김태정 #물리학과
저작권자 © 뉴스H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