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수 교수(문화콘텐츠학과)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을 이용한 스마트폰용 포켓몬 게임 '포켓몬 고' 열풍이 대단하다. 출시된 지 하루 만에 북미 애플 앱스토어에서 가뿐히 1위를 차지했고, 전세계적으로도 한창 이슈몰이 중이다. 한국에서는 지도 반출이 불가해 아직까지 게임이 정식 출시되지 않았으나, 기존 게임과 다른 새로운 게임의 지평을 연 포켓몬 고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증강현실 기술이 앞으로의 콘텐츠 산업에 가져올 변화에 대해 박기수 교수(문화콘텐츠학과)와 이야기를 나눴다.

 

 

포켓몬 고 위한 지도 개방, 과연 필요할까?

 

   
▲ 증강현실을 이용한 포켓몬 고 게임이 전 세계적
으로 큰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출처: 포켓몬
고)

포켓몬 고와 관련된 논의 중 한국에서 제일 화두인 것은 ‘지도 반출’이다. ‘지도국외반출협의체’ 회의가 다음 주 내로 열릴 예정. 구글은 지난 2007년부터 한국에 지도 반출을 허가할 것을 요구했다. 전 세계에서 한국만 이를 규제하고 있으며, 이것이 한국의 산업 발전을 가로막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구글은 지도 규제로 인해 길찾기 서비스는 물론, 증강현실이나 스마트카 등 혁신적인 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상세지도 데이터를 반출, 구글의 서비스와 접목하면 큰 경제적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국이 지도 반출에 반대하는 이유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안보’ 문제다. 한국이 지도 반출 조건으로 위성 사진에서 군사 시설을 삭제하기를 요구했기 때문. 그러나 세계적으로 위성사진 서비스 업체가 있는 상황에서 지도 반출이 안보에 위협을 준다는 근거는 불충분하다. 오히려 지도 반출을 통해 발생하는 ‘경제적 효과’가 지도 구축에 든 수조 원의 혈세를 상쇄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의견이 많다. 박 교수를 비롯해 지도 반출을 우려하는 논리의 대부분은 여기에 걸쳐 있다. “구글이 하려는 건 영리 행위죠. 전 세계의 위치 기반 광고와 정보가 다른 형태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요. (국내 기업은 위치 정보에 기반한 사업 모델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 국내 포털이 몰락하고 구글이 정보를 독과점하게 될 거예요.”

 

박 교수는 “한국의 IT 인프라가 구글로 넘어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저럼 구글의 영향을 받지 않고 독자적인 IT 환경을 구축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손에 꼽힌다. 뒤집어 보면 대부분의 국가에서 구글의 영향력이 크다는 의미다. 때문에 유럽 각국은 ‘구글세’를 만들어 시장지배력을 견제하고 있기도 하다. 박 교수는 구글과 같은 글로벌 기업에 데이터를 제공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유럽의 선행 사례를 한국은 분명히 인식하고 있어요. ‘포켓몬 고’만을 이유로 지도 개방을 요구하는 것은 정보 생태계 전반을 고려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게임은 이미 제공 중인 지도 수준으로도 가능한 일이에요.” 박 교수는 포켓몬 고는 하나의 서비스일 뿐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했다.

 


증강현실 최적화 위한 장기적인 고민 필요해


박 교수는 한국이 상세 지도를 제공하지 않더라도 포켓몬 고의 한국 출시는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바일 최강국인 한국에 서비스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 그러나 포켓몬 고가 언제까지 인기를 끌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라 답변했다. 이보다는 증강현실 게임이 출시돼 큰 인기를 끌었다는 사실 자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박 교수의 생각이다. “앞으로 증강 현실이 콘텐츠 산업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증강현실(AR)은 물론 가상현실(VR)이 결합해 만들어지는 새로운 콘텐츠 시장이 도래할 거예요.” 박 교수는 “포켓몬 고만을 위해서라면 곤란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서서히 규제를 풀어갈 필요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내 게임 시장에 증강현실이 빠르게 정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국내 게임의대다수는 10여 년째 형태가 고정돼 있습니다. 게임 시장이 매우 보수적이란 의미죠. MMORPG 장르가 만들어지고 채팅과 무기 교환, 팀 플레이 등의 문화가 정착되는 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처음 보는 형태의 게임이 국내에 바로 적용되기는 어렵습니다.” 증강 현실의 기술적인 한계도 있다. 아직은 기존 게임의 우수한 그래픽과 몰입감, 스토리를 재현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라는 것. 박 교수는 “게임은 ‘학습’이라는 기간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증강현실이 게임 시장을 지배할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은 아니”라고 말했다. 증강현실의 최적화를 위해 앞으로의 고민이 중요한 이유다.

 

   
▲ 포켓몬 고의 게임방식이다. 사용자들은 '몬스터 볼'을 이용해 '포켓몬'을 잡을 수 있다. (출처 : 플리커)

 


‘포켓몬 고’는 증강현실 콘텐츠의 시발점


증강현실 게임은 기술이 처음 대두됐을 때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등장했다. 2000년대 초반, MIT 미디어랩이 세계 최초로 증강현실 게임을 들고 나왔을 때는 이처럼 간편한 휴대용 게임 형태가 아니었다. 이들은 수십 개의 카메라가 달린 가상 공간을 구축하고, 가상의 연인과 반려견이 인간과 함께 일상을 즐기는 모양을 예측했다. 제한적인 공간에서만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환영 받지 못한 증강현실이 기술 발전에 힘 입어 모바일 게임이라는 소박한 형태로 나타난 것. 박 교수는 “앞으로의 증강현실 콘텐츠는 포켓몬 고를 기반으로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는 포켓몬 고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지 주목하고, 증강현실에 관한 새로운 메시지를 냉철하게 읽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 박기수 교수(문화콘텐츠학과)는 포켓몬 고가 전체 게임 콘텐츠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함을 역설했다.

 

 

 

글/ 추화정 기자              lily1702@hanyang.ac.kr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사진/ 김윤수 기자           rladbstn625@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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