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체형 설계는 우리 손에

지난해 말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은 한국인의 체형이 서구화 돼 가고 있다고 발표했다. 20대 남녀의 평균키가 지난 79년에 비해 각각 6센티미터, 4.6센티미터 커졌다는 것. 이같은 인체의 변화는 인간이 유인원에서 진화해온 것을 상기하면 당연지사일 것이다. 하지만 인체의 변화는 과학기술에게 또 다른 도전 과제를 부여하고 있다. 최근 인체공학이란 말이 유행하고 있는 것처럼 과학기술은 소비자 만족과 제품의 안정성의 뼈대를 이루는 인간 중심 제품 설계의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인체의 유동적 신비와 인간 중심 제품 설계에 도전장을 내민 연구실이 있다. '좀 더 편하게, 좀더 안전하게'를 기치로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고 있는 안산캠퍼스 인체공학연구실이 바로 그곳이다.

 

   
 

지난해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이 역점을 두고 실시한 ‘Size Korea’의 총괄책임을 맡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한 인체공학연구실은 최근 웅진코웨이개발과 공동으로 복합식 순간온수시스템(IBS: Instant Boiling System)을 적용한 룰루비데 신제품(모델명:BA03-A)을 출시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인체공학연구실과 웅진코웨이개발이 산학협력으로 개발한 이번 신제품은 소비자 조사결과를 대폭 반영해 실사용자의 편의를 위한 다양한 기능을 추가했고 욕실환경과 어울리는 현대적이고 세련된 디자인을 추구했다. 아울러 신기술적용, 청결, 편의성, 안정성강화 4가지 측면에서 기존 제품보다 월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체공학연구실 김정룡(공학대·정보경영) 교수는 “한국인의 체형을 고려, 허벅지 압박을 줄이기 위해 접촉부위를 평평하게 하고 엉덩이를 감싸는 면적을 극대화하여 기존의 서구나 일본의 인체치수에 맞게 설계됐던 것에서 탈피할 수 있었다”라며 “본교 디자인 대학의 지원과 본교 대학병원에서 배운 해부학적 지식이 제품 개발에 도움을 줬다"라고 설명했다. 산학 협력에 대해 김 교수는 “효율적인 산학협력을 위해서는 학생들과 실무자간의 지속적인 대화와 토론이 매우 중요하다”라며 “산업계와의 원활한 대화를 위해서는 석사 과정 이상의 인재들이 현장에 더 활발히 취업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이공계 학생들의 대학원 진학을 독려했다.

 

인체공학 연구실의 주요 연구 사업은 인간을 위한 설계에 필요한 기초적인 인간 관련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것이다. 그동안 주요성과는 산업자원부에서 주관한 한국인 인체치수 조사사업(이하 Size Korea)의 총괄책임을 맡아 지난 4년간 2만 명이 넘는 한국인 신체치수와 3차원 형상 스캔, 동작 범위 등의 연구·조사, 노동부에서 시행하는 작업관련성 근골격계 질환 부담 작업에 대한 전국 설문조사 등이 꼽힌다. 또한 한국도로공사와 운전자 오류를 예측할 수 있는 생체신호 측정 연구, 현대·기아 연구소와 운전자의 정신적 신체적 컨디션을 읽어내는 차세대 자동차 연구 등 다양한 연구들을 진행했다.

 

인체공학 연구실 박사과정 3년차인 조용진(대학원·산업)씨는 “학부생을 비롯하여 석사과정 이상의 학생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배움과 현실과의 차이다”라며 “산학 협력을 통해 이 점을 보완할 수 있고 보다 과학적인 제품설계가 가능하도록 기술을 보유할 수 있게 된다”라고 산학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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