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즐거움·보람·자기만족 1석 3조의 청량제

추운날씨와 삭막한 회색풍경은 겨울방학을 자칫 길고 지루하게 느껴지게 한다. 게다가 각종 스포츠와 해수욕,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여름과 달리 겨울은 활동량이 적고 활동범위도 제한돼 있어 여가나 취미생활에도 제약이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방학은 방학. 학기 중의 빠듯한 일상을 벗어나 어디론가 훌쩍 떠날 수 있는 여유가 있으니 그것 만으로도 방학의 의미는 충분하다. 아니나 다를까 2005년 현재 다재다능한 한양인들은 짬짬히 자기만의 취미생활을 즐기며 추위가 무색하리만큼 열정적인 방학을 보내고 있다.

 

3인의 학생, 3색의 즐거움

 

   
 

겨울하늘은 차가운 날씨만큼이나 시린 맑음과 푸름을 가지고 있다. 이런 하늘을 가까이에서 본다면 얼마나 황홀할까? 송영두(공과대·전전컴 2) 군은 이 같은 바람을 직접 현실에서 실현하고 있다. 신입생이었던 작년, 동아리 가두모집에서 펼쳐놓은 행글라이더를 본 것이 계기가 되어 행글라이딩을 배우기 시작한 것. 날개와 하나 되어 공중으로 뜨는 느낌은 표현할 수 없이 기분 좋은 일이라고 한다. 처음엔 비교적 쉬워 비행에 재미를 갖게 하는 패러글라이딩으로 시작해 작년 여름방학부터는 개인교습을 통해 본격적으로 행글라이딩을 배워 그 재미와 매력에 흠뻑 빠져있는 중이다. 영월, 전주, 문경 등으로 교육 겸 원정 비행을 가는데 특히 영월은 8백 미터 고지라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무척 아름답다고 한다. 이번 방학에는 1월 셋째 주 일주일 동안 이착륙 연습을 하면서 전주로 비행을 다녀왔다. 비행에서는 무엇보다 안전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부상의 대부분이 발생하는 이착륙 연습을 많이 하고 있다. 송 군은 “하늘에서 본 하늘은 느낌이 다르다. 공중에서는 내가 하늘 속에 같이 있는 것 같고, 손으로 잡힐 것 같이 가까운 느낌이 든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도 아름답고 무엇보다 비행할 때 귓가를 지나는 바람소리가 무척 좋다" 는 말로 행글라이딩의 매력을 표현했다. 또한 날씨에 대해 민감해지고 몸의 감각에 훨씬 집중하게 되는 것도 즐거움 외에 행글라이딩에서 얻을 수 있는 소득이다.

 

   
 

‘대학생', '젊음'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자유로움' 일 것이다. 그리고 자유로움을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것이 음악, 그 중에서도 힙합이다. 장윤호(공과대·산업공학3) 군은 이런 힙합을 좋아하고 즐기고 있다. 홍대 클럽과 힙합 공연에서, 또는 특별한 파티 등의 이벤트가 있을 때 DJ로서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고 있는 것. 고등학교 시절 힙합을 들으면 자유스럽고, 독특한 랩과 귀에 잘 들어오는 강한 비트에 매력을 느껴 관심을 가지게 됐다. 지난 12월 28일에는 신촌에 있는 클럽 '블루몽키스' 에서 열린 힙합파티의 DJ를 맡았다. 장 군의 DJ로서의 경력은 벌써 6년째에 접어들고 있는데, 단순히 DJ 활동만을 하는 것이 아니다. 원래부터 음악을 좋아하고 관심이 많았던지라 장비를 마련해 직접 곡 작업도 해와 지금까지 10~15곡 정도를 만들었다. 그 중 3곡은 한양가요제에서 2000년 특별상, 2001년과 2004년엔 금상을 받았고 이 때 장 군도 MC와 DJ로 참가해 실력을 인정받았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힙합은 비주류다. 국내 환경이나 여건이 좋지 않은데도 힙합을 즐기고 좋아하는 이유는 비주류로서의 척박한 환경을 깨나가고 개척해 제대로 한번 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라고 말하는 장 군에게서 힙합에의 열정이 느껴진다.

 

프로 마술사 이은결, 최현우의 등장으로 우리사회에서 마술의 인기가 점점 높아가고 있다. 마술의 대중화가 이루어지면서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마술을 배우는 것이 하나의 취미이자 즐거움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가운데 함대영(공과대·응용화공 2) 군도 그 대열에 속해 마술로 일상의 활력을 얻고 있다. 함 군은 평소에 동전이나 카드를 손에 들고 다니면서 지하철을 클로즈업 마술 연습장으로 이용하고 용돈이 생기면 종종 마술도구를 사 새로운 마술을 연습하기도 한다. 무대에서 직접 마술 공연을 한 적도 있는데 카드마술처럼 손에서 CD가 계속해서 나오는 ‘CD맨' 이라는 마술을 선보였다. 국내·외 프로 마술사나 대학 마술 동아리의 공연을 보면서 함께 즐기고 교과서로 삼는다. "마술을 통해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대화하고 즐거움을 주면서 그들과 친해질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무대 마술보다 클로즈업 마술을 더 좋아 한다" 는 함 군은 작은 실수만 해도 비밀이 드러나기 때문에 하루에 4, 5시간씩 연습을 한다고 말했다.

 

교수, 예술의 세계에 빠지다

 

   
 

의과대학 소아과의 이 항 교수와 오재원 교수는 연극과 음악 활동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항 교수는 이미 한양레퍼토리 극단의 ‘러브레터' , 황지우 시인의 '물질적 남자' 등에서 열연을 한 적이 있어 의사이자 연극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겨울에는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공연된 의극회(의사연극회)의 연극 '시민의 적' 을 총연출하고 선장 배역까지 맡아 두 가지 역할을 멋지게 소화해냈다. 이 교수는 올 봄 개봉을 앞둔 영화 '안녕 형아' 에서는 소아과 의사로 출연한다.

 

오재원 교수는 바이올린을 켜는 의사다. 의과대학 오케스트라 지도교수를 맡고 있을 정도로 음악에 일가견이 있고 음악을 좋아한다. 3년 전부터는 구리병원에서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에 ‘음악 산책??이라는 타이틀로 음악 콘서트를 열고 있다. "매일 환자들을 보면서 그들에게 뭔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음악을 떠올리게 됐다" 는 오 교수는 피아노와 첼로 연주자를 물색해 함께 트리오를 결성, 환자들에게 육체적인 병의 치료뿐만 아니라 마음의 안정도 주고 있다.

 

자신의 끼와 재능을 살릴 수 있는 분야를 발견하거나 흥미에 맞는 것을 찾아 배움으로써 즐거움을 얻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특히 자기만의 개성 있는 취미생활을 가진 사람들은 어디에서나 주목받으며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학생들 중에는 취업에 좇기고 시험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취미활동을 한다는 것이 사치스럽게 느껴지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까봐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취미는 어디까지나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즐기면서 심신에 휴식과 신선한 자극을 제공하는 것임을 잊지 말자. 방학 때 만이라도 접어두었던 취미활동을 다시 시작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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