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정체성, 자아디자인으로부터'

수많은 시각적 요소는 항상 우리의 눈을 자극 시키고 있으며 그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는 정보와 마주한다. 특히나 오늘날의 사회는 디자인과 생활환경 간의 관계가 긴밀하고 복잡다단해져 디자인은 또 하나의 정보 소구도구가 돼 버렸다. 그 때문인지 감성을 중시하는 지금의 사회에선, 뭔가 차별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과 방법이 아니라면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지 못한다. 어느새 디자인은 인간에게 새로운 유형의 정보로서 선택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디자인과 실험적 커뮤니케이션

 

   
 

시각 디자인 분야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 점에서 송민정(디자인대ㆍ시각 디자인 전공) 교수는 여러 가지 실험적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그중 하나는 바로 일본에서 그가 가진 전시회를 통해 비롯된 한글에 대한 실험적 커뮤니케이션으로부터였다.

 

한류열풍이 불었던 올해 여름, 일본 열도에서는 한글을 소재로 한 디자인 전시회에 관심이 쏠렸다. 상업적이 아닌 예술로써 한류 문화를 이어간 셈이었다. 국내에서 이미 한글 타이포그래피를 활용한 상품은 많았지만 당장 한글이 세계 시장에 어떠한 경쟁력이 있는지는 모르는 실정이었다. 특히나 알파벳을 형상화한 디자인이 범람하고 있는 지금 그녀는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이었다. 송 교수는 문자에 관심을 갖고 작업을 한 결과 한글의 생명력과 역동성이 느껴지는 ‘움직임’(Movement)을 만들어낸 것이다.

 

“저만의 작품 세계를 표현해 보고 싶었죠.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이기 이전에 디자이너로서 작품 활동을 하고 싶었기에 한글과 알파벳 등의 글꼴에 관심을 갖고 작업한 결과 디자이너로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죠. 활자를 하나의 작품의 모티브로 그 형태 자체를 순수미술에 접목시켜 예술적 표현을 하는 것입니다. 활자의 형태자체를 예술적으로 승화시키는 작업이라 할 수 있겠죠"

 

한글의 닿소리와 홀소리가 직선과 곡선, 구심 혹은 원심의 움직임을 보이도록 크고 작게 배치가 된다. 여기에서 글꼴이 시선을 이리저리 유도하면서 여러 감정에 빠지도록 한다. 한글 글꼴이 움직임을 통해 예술을 만들어 내고 있다.

 

   
 

“개인적인 작품 활동과 프로젝트 진행을 통해 새로운 작품세계를 개척해 나가고자 합니다. 좋은 디자이너의 위치가 되어야 만이 좋은 가르침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꾸준한 작품 활동을 통해 새로운 작품세계를 개척해 나가고자 합니다”

 

‘Teaching = Design’

 

학생들과 함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는 송 교수, 그들과 함께 자신의 미래의 모습을 그려간다고 한다. 실재로 많은 시간동안 프로젝트 작업을 학생들과 함께 해오고 있으며 꾸준한 학생들과의 피드백으로 디자인 현장의 최전선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한때 디자인분야의 사업가이이기도 했던 송 교수는 산학협력이 이슈화 되고 있는 지금, 즉시 실무투입 가능한 인재를 기르는데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졸업 후 회사에 나간 디자이너들이 적응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빠른 적응을 위해 학교에서는 즉시 실무 투입 가능한 인재를 길러야 되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죠. 실용성이 더욱 강조되는 디자인분야인 만큼 현장감을 길러주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노력이죠”

 

‘Good = Design’

 

19세기부터 끊임없이 추구돼 온 디자인은 산업기술과 예술을 합일해 새로운 예술을 성취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대 디자인은 산업디자인을 의미한다. 따라서 산업 생산에서 미의 과학으로 이해되며 생산성을 바탕으로 기술적인 것과 예술적인 것이 조화된 실체로서 인간 생활에 기여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디자인은 순수예술과는 다르다. 디자인은 자기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와 그것을 요구하는 클라이언트의 만족과 부합되지 않으면 좋은 디자인이라고 평가 받기 힘들다.

 

   
 

“디자인 분야는 순수미술과는 다르죠. 처음부터 클라이언트가 존재하기 때문에 상품을 팔기 위해서는 그 클라이언트를 만족시켜야 합니다. 자기 자신만의 생각을 무조건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클라이언트와 얼마나 조화롭게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클라이언트의 요구와 자신이 표현하고자하는 작품의 코드가 맞아야 됩니다. 그 과정의 적절한 조화 속에서 자기만의 감각을 잘 풀어나가는 것이 좋은 디자이너로 가는 첩경입니다”

 

좋은 디자이너의 가장 큰 무기는 뛰어난 감각이다. 디자인에 공식은 없다. 선천적인 디자인 감각도 조금은 존재하겠지만 그것 못지않게 후천적으로 그 디자인 감각 능력을 어떻게 키우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 송 교수의 판단이다. 단지 그림을 잘 그린다는 것이 디자인을 잘 한다는 것으로 쉽게 생각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좋은 디자인을 위해서는 기획력이 중요하다고 한다.

 

“디자이너에게는 기획력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디자인을 하는데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문제를 잘 해결하도록 하는 기획능력을 갖추는 것이 좋은 디자이너의 조건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을 통해 그런 감각을 키우고 젊은 시절을 통해 자신 만의 감각을 저축해야 됩니다. 그것조차도 자신의 미래를 위한 기획이라고 할 수 있죠”

 

요즘의 ‘디자+人’은 기업 경영의 새로운 화두이다. 미국 애플은 혁신적인 누드 디자인을 도입한 ‘아이맥(i-Mac)’ PC로 기사회생했고, 작고 가벼운 미니멀리즘(Minimalism) 디자인의 MP3플레이어 ‘아이포드(i-Pod)’로 단숨에 세계 시장을 석권했다. 디자인은 실용적이다. 고로 디자인을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서 디자이너가 돼야 한다. 디자이너로서, 교수로서, 작가로서의 인생을 기획하고 있는 송 교수, 굳이 한 가지만을 고른다면 과감히 디자이너를 선택하겠다고 당당히 말하는 그녀의 모습은 진정한 ‘프로 디자이너' 였다.

 

학력 및 약력

   
 

송민정 교수는 일본 동경 오차노미즈 Art School 수료 후 일본 동경 Sacred Heart International School을 나왔다. 미국뉴욕 Parsons School of Design (BFA)을 수료했으며, 미국뉴욕 Pratt Institute (MA) 학위를 취득하였다. ‘여백의 미’, ‘한글 타이포그래피 아트’ 등의 개인전 2회 및 국내 외 그룹전 및 초대전 30회 이상을 가진 그녀는 한국토지공사 사보, 한국수자원공사 사보, 한국주택공사, 인천공항, 철도청, 브로숴 및 인쇄물 프로젝트를 진행한바 있다. 현재는 강남구청 심의의원, 한국 디자인 진흥원(KIDP) 심의의원, 한국색채학회이사, 한국패션디자인학회이사, 한국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회이사, 한국디자인학회, 디자인문화학회, 실험작가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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