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경험 바탕으로 생생한 감동을 전해줘
지난달 29일 백남홀에서 진행되는 ‘21세기 세계와 한국’의 전담교수인 최진우(사회대·정치외교) 교수와 함께 강의실에 들어선 사람의 걸음걸이는 어쩐지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강의를 듣기 위해 모인 학생들은 거동이 불편한 이 ‘맹인’에게 의아한 눈빛을 보냈다. 그도 그럴 것이 옴니버스식으로 진행되는 수업에 전담교수와 함께 강의실에 들어설 사람은 강의를 맡는 사람이어야 했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의구심은 최 교수의 설명과 함께 해소되었다. 강의를 맡은 사람은 바로 시각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차관보라는 직책를 역임하고 있는 강영우 박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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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우 박사는 한 개인으로서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인생 족적을 지녔다. 양평에서 출생한 강 박사는 중학교 시절 축구를 하다가 눈을 다쳐 ‘외상에 의한 망막 박리’라는 병명으로 시력을 잃었다. 그가 시력을 잃기 2년전 이미 아버지를 세상을 떠난 상태였으며 그의 장애에 충격을 받은 어머니 역시 세상을 등졌다. 그러나 그는 장애에 굴하지 않고 연세대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미국으로 넘어가 피츠버그대학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그 이후 일일이 나열하기조차 힘들 정도의 다양하고 활발한 사회활동 및 문학활동을 하고 있다.
최진우 교수의 간략한 소개 후에 학생들의 열렬한 박수와 함께 강단에 선 강영우 박사는 “가장 가까운 친구가 총장으로 있는 학교에 방문하고 강의까지 하게 되어서 감개무량하다”며 말문을 연 뒤 ‘세계화에 맞는 가치관 - 3C’라는 주제로 강의를 시작했다. 그는 강의를 통하여 학생들에게 능력(competence)을 기본으로 하되 인격(character)과 헌신(commitment)까지 포함한 ‘3C’로 세계화 시대에 도전하기를 당부했다.
개인적인 역경과 주변의 냉대 속에서 종교를 통해 그것을 극복한 그의 강의는 한마디 한마디는 학생들을 깨우치고자 하는 외침이었다. 강 교수는 sight(시력)과 vision(비전)의 차이점에 대해서 언급하며 시력은 있으되 비전이 없는 사람이 가장 불행하다고 하며 학생들이 비전을 갖고 인생을 진지하게 살아갈 것을 촉구했다. 또한 “주변 친구들을 보며 열등감과 패배감에 시달렸다. 또한 아침에 맹인을 보면 재수 없다는 편견 때문에 버스차장이 밀어냈고 택시 기사가 승차거부를 하기 일쑤였다”, “시련과 역경을 딛고 타인에게 유익한 사람이 되겠다는 비전을 가졌다”등의 그의 솔직한 발언은 그 자체로 학생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강의를 경청한 김동현(공과대·산업공 3) 군은 “개인적인 역경과 함께 강의하셔서 더욱 와 닿았다. 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삶의 방식이 활기찬 것 같아서 인상 깊었다”며 강의를 들은 후 소감을 밝혔다.
강 박사는 참 된 지도자가 지켜야 할 ‘지도자의 십계명’의 낭독으로 강의를 마지막을 장식했다. 그는 이어 “한양대학교는 건국이념인 사랑의 실천을 통해 섬기는 리더쉽을 길러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지도자를 많이 배출할 수 있다”며 본교 학생들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