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 동문봉사단인 함께한대의 출범은 국내 최초 동문봉사 네트워크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이목을 모았다. 이러한 함께한대가 사랑의 실천의 첫 걸음을 뗐다. 필리핀 테르나떼(Ternate)지역의 생활 수준 향상을 위해 90여명의 봉사단원들이 모여 두 팔을 걷어붙인 것. 테르나떼에서의 뜨거웠던 6일간의 일정을 본지 기자 정규연 영문기자가 전한다. 본 기사는 정규연 기자의 현지 기록과 함께 함께한대 봉사팀의 일정을 편집 및 재구성했다.


day 1 - ‘함께한대’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전부 합쳐 900kg은 족히 넘는 무게의 짐들을 부치는 것을 시작으로, 수속을 밟고, 환전을 하고 국제전화카드를 사는 등 인천국제공항에서부터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함께한대’가 적힌 하늘색 티를 입은 사람들이 아흔 명은 가히 넘었던 것 같다. 2012년 6월 24일 오전 10시, 우리는 그렇게 ‘함께한대’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필리핀의 땅을 밟았다.

드디어 버스 안에 몸을 싣고 마닐라 공항을 뒤로 한 채 테르나떼 지역으로 향했다. 필리핀의 티 없이 맑은 하늘은 필리핀 땅 위에 내가 서있다는 것을 실감케 했다. 입체적인 구름과 바다와 투명한 푸른빛의 조화가 돋보이는 하늘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아름다운 필리핀에 심취한 채 버스를 타고 한 시간 반 가량 달려 드디어 테르나떼 지역에 도착했다. 푸에르토 아줄 리조트에 짐을 풀고 함께한대 모든 단원이 만나 짧은 미팅을 가졌다.

함께 온 팀장들과 단원소개가 끝나고 의료봉사/영유아 교육팀은 교회로 가서 짐을 풀고 답사를 했다. 교육봉사팀은 테르나떼 고등학교(Ternate West National High School)를 둘러봤고, IT/적정기술 등의 팀도 각자 맡은 바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며 현지답사를 진행했다. 내일은 현지 발대식이 있을 예정이고, 본격적인 봉사는 돌아오는 화요일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첫째 날 함께한대 부단장인 박문일 교수(의대·의학)는 한양의 4가지 덕목인 근면, 정직, 겸손, 봉사를 언급하며 “겸손하게 봉사하라”고 말했다. 이번 함께한대 현지 총괄을 맡은 KOICA의 윤금희 직원은 “필리핀은 전세계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라며 “봉사하는 동안 힘들고 어려운 점으로 인해 다툼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필리핀 사람들 앞에서는 말을 조심하고 목소리를 낮추며 말하자”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day 2 – 심성이 맑은 필리핀 사람들과의 교감

현지 시각 오전 6시 반에 아침을 먹고 9시부터 본격적인 일정이 시작되었다. 함께한대 현지 발대식이 있는 날이기에 이른 시간부터 모두들 분주하게 움직였다.

나를 포함한 16명의 재학생 팀은 교육봉사가 있을 테르나떼 고등학교로 출발했다. 재학생들이 포크 댄스와 단체 군무를 보여주었고 합창단은 노래로 우리를 맞이했다. 답례로 우리대학 학생팀이 열심히 준비한 K-POP 댄스와 태권무 공연을 선보였다. 발대식이 끝난 후에는 시청 광장에 모여 테르나떼 지역에 새로 건립된 에코파크 개원식에 참여했다. 이곳에서 코코넛 쥬스와 함께 하루를 마무리하는 바비큐 파티가 있었다. 필리핀에서의 파티의 전통 그대로 통돼지 세 마리를 구워 모두 함께 나눠 먹으며 서로 감사한 마음을 나눴다.

도착한지 이틀밖에 되지 않았지만, 내가 본 필리핀 사람들은 심성이 맑고 곱다. 이들은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안다. 미흡하게 준비해 간 공연을 보고도 큰 함성과 박수로 화답할 줄 아는, 따뜻한 사람들임을 느낄 수 있었다. 손님을 가족과 친구처럼 대해주는 고마운 마음 덕분에 벌써 시간이 꽤 흐른 듯 한 기분이다. 이런 고마운 마음과 함께 ‘어떻게 하면 그들에게 무언가를 더 줄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봉사는 주는 것이라고 알고 있지만, 벌써 너무나 많은 것을 받았다. 그들이 내게 그런 것처럼 나 또한 그들에게 따뜻하고 기분 좋은 추억을 남겨주고 싶다.

둘째 날 함께한대 봉사팀은 테르나떼 고등학교를 둘러보며 학교에 책을 기증했다. 카페테리아 개선을 위해 빙수기 및 믹서기 등 주방용품도 함께 기증했다. 이 후 에코파크 개원식에는 카비테 주지사, 테르나떼 시장, 임덕호 총장, 함께한대 봉사단장인 구자준 회장(전자.70), KOICA 마닐라 사무소장 등 귀빈들이 참석했다. 축하 공연 사절단의 공연도 이어졌다.


day 3 – K-POP으로 사랑의 마음을 전해요

오늘은 본격적으로 교육봉사가 시작된 날이다. 교육봉사 팀에서 100명 정도의 4학년 학생들의 교육을 담당하기로 했다. 수업은 총 4교시로 구성되어 있고 한 수업 당 한 시간 반씩 진행되었다. 첫 교시에는 가르칠 일곱 개의 과목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과 학생 및 선생님의 소개를 하며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K-POP 수업에서는 가수 ‘티아라’의 ‘롤리폴리’ 춤을 하나하나 배우며 서로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태권무 교실에서는 기본 태권도 동작을 배우고 시범공연을 선보였다. 이후 문채수 고문을 비롯한 모든 함께한대 단원이 테르나떼 고등학교를 찾았고, 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교육봉사 팀 및 현지 학생들이 한 번 더 축하 공연을 선보였다.

테르나떼 현지 학생들 중 대다수에게 우리는 생애 처음으로 만나는 외국인이라고 했다. 그래서일까. 전교생들이 쉬는시간, 점심시간, 하교시간 등을 이용해 우리들과 교감을 나누고 싶어했다. 우리에게 기념품과 선물을 건네고, 심지어 싸인을 받아가기도 했다. 그들의 반응은 이렇게나 뜨거웠고 그 덕에 더 열심히 수업에 임할 수 있었다. 가장 미안하면서 고마운 점은, 봉사를 하러 온 우리들에게 너무 큰 관심과 도움을 베풀어 주었다는 것. 오히려 호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봉사란 주러 왔다가 받는 것’이라는 말이 가슴으로 느껴졌다.

셋째 날 김종량 이사장의 후원으로 학교에 10개의 LED 모니터와 2개의 프린터를 기증했고, 한양기독교인회와 학생봉사단의 후원으로 도서관에 약 350여권에 달하는 영어책을 선물했다. 4학년에 재학 중인 Norberto Chio는 “유투브를 통해서 한국 영상을 많이 접해서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았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한국 문화를 잘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서 너무 고맙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day 4 – 테르나떼 고등학교가 있기까지

수업이 진행된 지 어느덧 4일째. 시간이 참 빠르다. 오늘도 어제와 다름없이 학교로 가서 한국어, 한국 가요, 태권무, 미술 및 공예, 환경, 경영, 컴퓨터 교육을 진행했다. 오늘은 한국 전통놀이도 학생들과 함께 해보았는데 반응이 정말 뜨거웠다. 단체 줄넘기와 공기놀이를 했는데, 특히 단체 줄넘기는 모든 학생들이 마당으로 뛰어 나와 함께 하며 교감을 나눴다.

지금의 테르나떼 고등학교가 있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Arnel Zapanta 교장선생님의 노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늘 낮에 교육청 상급 관리자가 학교를 방문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에게 Zapanta 교장 선생님의 여러 노력에 대해 설명해줬으며 한양대 학생 봉사팀의 방문에 큰 관심을 가졌다.

넷째 날 학생봉사팀의 최누리 양(체대·체육 3)은 “매일 봉사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와서 일기를 쓰는데 ‘행복하다’라는 말이 대다수다. 아이들 덕에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너무 감사한 경험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day 5 - 당신과 친구여서 행복합니다

오늘은 테르나떼 고등학교의 Pat 선생님의 말씀이 머릿속을 계속 맴도는 하루였다. “학생들이 ‘함께한대’ 교육봉사팀을 참 좋아한다. 특히 K-pop, 태권무, 한국어가 인기가 많다. 미술 및 공예 시간도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는 것. 우리의 마음과 열정이 이곳 학생들에게도 잘 전달되고 있는 것 같아 뿌듯했다.

미술 및 공예 시간은 풍선 아트, 한국 전통 부채와 매듭 만들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학생들이 ‘풍선’을 태어나서 처음 본다고 하며 신기해하는 모습이 예뻤다. 컴퓨터 수업을 통해서는 학교 홍보 동영상 만들기를 최종 목표로 하고 있는데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고 있어 뿌듯하기도 하다. 이 외에도 학생들의 경제관념을 심어주기 위해 준비한 경영 마인드 교육이 인기가 좋다. 필리핀 학생들은 돈을 벌기 위해 빙수를 파는데, 마진에 대한 개념이 없어 가격이 매번 다르다고 한다. 그래서 경영 수업에서는 마진에 대한 교육을 비롯해 마케팅 수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매 수업마다 경청하는 자세와 좋은 반응을 보여주는 학생들에게 고맙다.

내일은 ‘문화의 밤’. 학생 봉사팀과 테르나떼 고등학교 선생님들이 포크 댄스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학생 봉사팀의 ’롤리폴리’, 태권무, 사물놀이 공연이 있을 예정이고, 테르나떼 고등학교 재학생들이 원더걸스의 Nobody를 배워 춤과 함께 선보일 것이다. 그리고 모두 함께 손에 손잡고 필리핀 전통노래인 ‘Pinoy'와 Diana Ross의 If we hold on을 부르기로 했다. 오늘 수업도 별 탈 없이 무사히 잘 끝나서 참 다행이다. 그리고 오늘 들은 말 중에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게 맴도는 말이 있다. Lawrence Olano(15. 테르나떼 고등학교)의 “당신과 친구여서 행복합니다.”


day 6 – 함께한대 문화의 밤

테르나떼 고등학교의 Zapanta교장선생님의 개회 기도로 시작된 함께한대 문화의 밤은 정말 아름다웠다. 각 팀들이 열심히 준비한 공연들이 이어졌고 테르나떼 어머님들께서 부채춤 공연도 선보이셨다. 마지막에 모두 함께 ‘사랑으로’를 부를 때는 가슴이 뭉클해졌다.

테르나떼 고등학교의 Frank Linayao 선생님은 봉사팀이 준비한 한국 소개 영상과 K-POP 뮤직비디오를 감상한 뒤, ”소녀시대와 샤이니의 음악을 더 들어보고 싶다“며 “한국에 가서 낙지볶음을 먹어보고 싶다“고도 말했다. 테르나떼 시청 직원 Liberty Sosa는 합동 공연을 보며 ”한국 사람들이 필리핀 춤을 추는 모습이 너무 신기하고 아름답다. ‘함께’해서 아름다움이 배가 되는 것 같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혜진 학생기자
coolppee@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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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연 학생기자
allyjeong@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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