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모으는 것이 아닌, 마음을 모으는 일이 기금 조성이다"


한국의 기부문화는 더디기는 하지만 점진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기부선진국이 기부문화의 산업화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길로 들어섰듯이 한국의 기부문화 또한 자연스럽게 산업화의 길로 들어서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기부산업을 추동하는 힘을 미리 찾고 다른 분야의 산업화에 따른 시행착오를 통해 배우고, 기부 메커니즘을 바로 이해하여 큰 흐름을 읽을 수 있는 한국형 가이드라인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 '필란트로피 산업론'은 기부문화의 산업화를 대비하고, 그에 따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집필됐다. 저자 비케이 안 교수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비케이 안 교수는 2018년 8월 30일 '필란트로피 산업론'을 출간했다.

1. 교수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현재 경영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비케이 안이라고 합니다. 미국에서 생활하며 '국제공인모금전문가'가 되었고, 이후 한국으로 와서 강의를 맡고 있습니다. 

2. 국제공인모금전문가라는 이력이 인상 깊었는데, 어떤 일을 하시는지 여쭤볼 수 있을까요?


국제공인기금조성전문가는 기금을 조성한다는 점에서는 펀드매니저와 비슷합니다. 다만, 일반 펀드매니저와의 차이는 필란트로피와 관련한 재원을 조성한다는 것입니다. 이때 재원은 돈, 시간, 재능, 정보, 네트워크 등 다양한 리소스들을 포함합니다. 

3. 한국의 기부문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국의 기부산업은 미국과 비교했을 때 기반구조(infrastructure)가 약합니다. 예를 들어 몇 년 전 '이영학 사건' 이후 한국의 기부 액수가 추락했습니다. 한국 기부산업이 한파를 겪고 있다고 했는데, 이런 단계를 넘어 빙하기에 도달한 것이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한국의 기부문화가 산업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기부문화가 산업화된다면, 그런 사건이 있어도 기부문화가 존속할 수 있습니다. 큰 사과 상자 안에 있는 하나의 썩은 과일 정도로 취급할 수 있게 됩니다. 상자 안에 있는 과일 한 개가 썩었다고 해서 상자 자체를 버리지 않아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4. 기사로 책을 접하게 될 독자들을 위해 교수님의 저서 <필란트로피 산업론>에 대해서 소개 부탁드려요. 
 
▲ 『필란트로피 산업론』
비케이 안 / 사곰(한양대학교 출판부) / 480쪽

앞에서 말했듯이 한국의 기부문화는 산업화의 길을 걷게 될 것입니다. 이 책의 이름인 <필란트로피 산업론>도 그러한 생각에서 나온 것입니다. 산업화하자는 것이 상업적으로 이용하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기부문화로써 끝내지 말고 산업화하는 것이 탄탄한 기금조성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필란트로피 관련 산업이 12조 규모 정도 됩니다. GDP 대비 적은 편이죠. 그러나, 파생산업까지 하면 100조 정도의 부가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필란트로피를 산업화하면 고용인구 증가 효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미국은 전체 고용인구의 12%가 필란트로피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그보다 종사자의 규모가 훨씬 작습니다. 필란트로피의 산업화는 지금보다 더 관심을 가지고 주목해야 하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러려면 산업화된 기부문화가 가져다줄 장단점에 대한 분석과 대비가 필요합니다. 이 책에서는 기부문화의 산업화에 따른 한국형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자 했습니다. 

​5. 책에서도 언급된 '필란트로피'라는 단어가 학생들에게는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필란트로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 비케이 안 교수는 "리더는 공익을 위해 자신에게 불리한 선택을 하며 필란트로피를 실천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필란트로피'는 단순히 남을 돕는 행위를 넘어 사회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근본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전 과정을 뜻합니다. 필란트로피는 네 가지의 축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Giving', 주는 것입니다. 타인에게 돈을 기부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두 번째는 'Joining', 사회적 문제에 함께 고민해달라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Serving', 사회적 단체에서 일하는 것,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마지막 네 번째 'Asking'이 바로 기금을 달라고 요청하는 행위입니다. 이 네 가지의 축이 필란트로피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진정한 필란트로피의 실현은 단순히 돈을 기부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빌 게이츠의 사례처럼, 돈을 모으고, 실질적으로 단체에서 활동하고, 함께 고민하고, 기금을 요청하는 전 과정이 필란트로피의 실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6. 필란트로피 네 가지의 축 중에서 마지막 기금 요청에 대해서 조금 더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사람들은 흔히 기금을 주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달라고 요청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기금을 달라고 요청하는 사람을 존중하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타인을 위해 돈을 달라고 설득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왕이나 종교지도자가 이러한 역할을 했지만, 현재는 일반인들도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기금을 달라고 요청할 때는 '경청'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조건 말을 많이 하며 기금을 요청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그 사람의 말을 잘 듣고, 마음을 움직여서 설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7. 교수님의 칼럼에서, 시대별로 기부의 형태가 달라진다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현시대에서 가장 적절하고 바람직한 기부였다고 생각하시는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학문적으로는 주는 사람도 모르고, 받는 사람도 모르는 기부가 가장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부문화가 산업화 될 수록 주는 사람이 누군지, 받는 사람이 누군지 밝히지 않는 것은 쉽지 않겠죠. 따라서 현대에서는 돈만 기부하고 끝나는 것보다, 필란트로피의 네 가지 축을 모두 가지고 있는 기부가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스버킷 챌린지도 좋은 예입니다. 기부도 하고, 이벤트에 참여하며, 타인의 참여까지 유도하며 요청까지 하는 것이 바람직한 기부였다고 생각합니다.

8. 마지막으로 한양대학교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미국 오바마 전대통령은 25세에 로스쿨을 졸업하고 25만불을 주는 맨허튼 로펌으로부터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대형 로펌 자리를 거절하고 시카고로 갔습니다. 시카고에서 모금가로 일하며 흑인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애쓰기 위해서였습니다. 이처럼 리더는 공익을 위해 자신에게 불리한 선택을 하며 필란트로피를 실천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한양대학교 학생들도 사회를 위해 자신의 재능을 투자하는 리더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본 내용은 2020. 1. 31 백남학술정보관 공식 블로그에 게시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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