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비탄, 휴가철에도 봉사활동으로 비지땀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 위해 최선다한다"

 

 얼마 전 지체1급 장애인인 여대생이 장애인 편의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일이 있었다. 비록 배상액은 많지 않았지만 이 판결은 장애학우들에 대한 시설투자에 인색한 우리나라 대학행정에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마다 대학에서 공부하고자 하는 장애우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 있다. 굳이 외국의 저명한 정치인이나 학자들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열심히 살아가는 장애우들은 바로 우리 주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휴가철인 요즘에도 이런 장애우들과 함께 땀흘리고 있는 동아리 회원들이 있다. 봉사활동을 펼치며 자신의 삶과 사회를 고민하고 더 노력하려는 서울캠퍼스 봉사동아리 '한양 키비탄'(이하 키비탄) 회원들을 만나 장애우들과 함께 하는 그들의 여름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키비탄은 국제 장애우 봉사 단체로 우리나라에도 여러 대학에서 활동하고 있다. 여름 방학을 맞아 40명의 키비탄 회원들은 장봉도에 위치한 '혜림원'으로 일주일간 하계활동(이하 하활)을 다녀왔다. 혜림원은 정신지체인의 재활시설로 1백여명의 장애우들이 생활하고 있으며 이들의 사회복귀를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혜림원과 키비탄은 10년째 교류 중이고 매 여름 하계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회장을 맡고 있는 우승제(경영대·경영학과 2) 군은 "하활기간 동안 근로, 보육, 교육의 세가지 활동을 한다. 근로시간에는 건물을 보수하거나 새 시설을 만들고 보육시간에는 가족 구성원이 되어 장애우들과 생활한다. 교육시간에는 프로그램을 짜 장애우들의 재활훈련을 진행한다."라며 "때론 힘들게도 느껴지지만 너무나 큰 보람을 주는 소중한 시간들이다."라고 말했다.

 

   
 

 요즘 키비탄 회원들은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 이제는 혜림원의 시설이 너무 잘 갖춰져 있어 하활동안 할 일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고민거리는 한 가지 더 있다. 이번 하활 단장을 맡은 조성구(공대·원자력공학 3) 군은 "점점 우리의 활동이 진정한 봉사가 아닌, 장애 '일일 체험'에 그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라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봉사의 본래 의미를 되새겨봐야 할 것"이라며 "뭔가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 김연희(자연대·생명과학 3) 양은 "대강 편하게 지내고 오자는 생각에서 벗어나 좀 더 진지하게 임하고 진부한 활동이 되지않도록 새로운 방향을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에 키비탄은 새로운 연계 기관을 찾고 있으며 하활의 프로그램도 재정비할 계획이다.

 

 또 키비탄은 여름방학 중에도 계속 재가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재가활동은 장애인 시설이나 기관을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장애우의 집에 가서 직접적으로 생활을 돕는 봉사활동이다. 한 장애우와 1년이 넘도록 계속 만남을 갖고 있다는 이호영(공대·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2) 군은 "뇌성마비를 앓고 계신 분인데 일주일에 두 번 댁으로 가 함께 지낸다."라며 "처음엔 봉사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젠 친형처럼 느껴져 잘 지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군은 또 "장애인을 돕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장애우에 대한 편견을 깨고 다가가면 금방 친해지고 더 이상 힘들게 여겨지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장애우들이 안고 있는 어려움 중 가장 시급한 것은 다름아닌 사회 적응 문제. 사회에 적응해 살아가려면 편의 시설의 설치가 제일 기본적인 조건이다. 회원 강승완(공대·토목공학과 3) 군은 "해마다 서울 지역 대학의 장애인 편의시설 조사가 이루어진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 반영이 되고있지 않다."라며 "예전보다는 발전했지만 우리 학교도 더욱 장애인 편의시설 마련에 힘써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키비탄 회원들에게는 동아리 활동을 하며 두드러지는 변화가 생겼다. 예전에는 무심코 지나치던 거리에서도 장애인 편의시설이 설치되어 있는지 살펴보게 되고 또 제대로 작동하는지도 확인한다. 이에 관해 "눈을 크게 뜨고 세상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는 자세를 갖게 된 것 같다."는 한 회원의 말이 인상적이다.

 

 장애우들을 장애자로 만드는 진짜 이유는 신체적 어려움이 아닌 비장애인들의 시선이다. 선입관을 없애고 장애우들도 자신과 같음을 기억할 때에 비로소 그들은 사회속으로 들어온다. 키비탄 회원들의 조력에 힘입어 우리 사회가 진정 더불어 사는 사회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김모련 학생기자 moryun@i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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