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의 맥박을 찾아서 49

 경제통합은 통일 위한 주춧돌

 '실사구시 구현의 핵심에는 기술입국이 있다'


경제학부 임양택 교수

 

 1979년 이후 본교에서 줄곧 '거시경제학'과 '기술경제학' 강의를 맡아온 임양택(경제금융대·경제학부) 교수의 연구실은 '불이 꺼지지 않는 방'으로 유명하다. 끊임없는 연구와 열정으로 국내외에서 한국 경제와 동북아 경제 발전방안에 대한 사자후를 토해내고 있는 그가 털어놓는 이야기의 출발은 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IMF 이후 5년이 흐른 상황에서 경제가 얼마나 회생됐고 앞으로의 발전방안이 무엇인지를 알려면 그때의 아픈 기억을 되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위기는 기회와 닮은꼴, IMF를 해부하다

 

   
 

 "한국의 경제는 저임금과 엔고의 반사적 이익을 노리는 실물부분을 중심으로 발전해왔습니다. 금융이 실물 경제의 보조적인 측면 즉, 관치금융 체제로 전락돼 버린 것이 현실이었지요. 외환위기가 IMF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방만한 투자, 국제적인 신뢰도 하락으로 달러가 대거 빠져나가면서 비롯된 것입니다. 외환위기가 국제적인 상황과 맞물려 시작된 것이라 할지라도 이것이 왜 금융과 실물경제 그리고 전 부분의 위기로 확산됐는지 주목해야 합니다"

 

 임 교수는 이러한 경제위기의 시작을 관치금융 체제라는 온실 안에서 낙후된 채 방치된 금융테크닉의 부실이라는 데 방점을 찍는다. 지난 65년 경제개발계획을 실시한 이후로 지금까지 35년 동안 금융부문은 실물경제를 발전시키는 도구로만 이용됐지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데는 뒷전이었다는것이다. 또한 가격경쟁 위주의 정책으로 인해 기술 경쟁에서 밀리게 되면서 경제 전반의 위기로 확산됐다는 설명이다.

 

 한편 금융위기로 시작된 경제위기는 공공부문과 대기업의 군살을 제거하는 데 절호의 기회였다고 임 교수는 강조한다. 대기업의 '군살'을 제거하는 것은 중소기업의 '참살'을 더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렇기 때문에 재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업종이 이양됨으로써 양자가 같이 살 수 있고 실업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기술입국이 실사구시 구현의 핵심

 

   
 

 최근 들어 중국 경제가 경공업과 농산물의 낮은 가격을 무기로 우리나라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임 교수는 우리경제가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은 상황에서 앞으로 주력해야 할 것은 기술혁신이라고 강조한다.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가장 역점을 둔 정보통신 산업을 발전시켜 국제수지 흑자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경제성장과 물가안정, 소득분배의 조화 및 공존을 꾀한다는 것은 임 교수가 전공한 기술경제의 핵심이론이기도 하다.

 

 "제 3의 물결을 정보화라고 한다면 우리가 또다시 식민지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보통신분야를 중점적으로 육성해야 합니다. 문제는 교육인적자원부와 정보통신부, 산업자원부, 과학기술부가 어떻게 유기적으로 정보기술 발전에 기여하는 가에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산업과학기술 담당 비서관제도를 도입해 대통령 직속으로 운영하면서 포괄적인 문제들을 유기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 과거와 같이 가격경쟁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품질과 신뢰성, 브랜드 이미지 등 비가격 부문에서도 경쟁력을 지닐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해야 하는 겁니다."

 

 임 교수가 주창하는 기술입국론은 본교의 실용학풍과도 맥이 통하는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구현할 수 있다. 산업, 대학, 연구소, 정부가 연합한 산학연정을 통해 현실적인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기술개발을 구현하는 것이 바로 실사구시의 정신이라는 것이 임 교수의 설명이다. 지금의 산업발전에 본교가 구축한 탄탄한 공학기술과 인적자원이 지대한 역할을 담당한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문제는 이러한 공학기술 발전이 경제학 특히 금융과 맞물려서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금융대가 많은 공대생들이 CEO가 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을 모르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기술이 제품이고 제품이 곧 기업입니다. 이러한 기술과 경제의 연관을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기술과학경제'이라는 과목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오는 30일에 '신뢰성분석연구센터'가 본교에 개소될 예정입니다. 제품의 신뢰성을 분석하는 곳입니다. 지금까지는 품질의 개선, 관리, 단순기술개발에 치중했다면 지금은 더 나아가 제품의 브랜드 이미지와 신뢰성이 더 중요시되고 있습니다."

 

 경제통합이 통일의 주춧돌, 5단계 통일 방안 제시

 

 임 교수는 기술입국 뿐만 아니라 통일 문제에도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다. 최근 남과 북은 7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남북 철도와 도로 연결, 개성공단 건설 등을 논의하기 위해 제2차 경제협력추진위원회를 오는 26일부터 29일까지 서울에서 개최할 것을 합의했다. 특히 개성공단은 국내 기업들을 대거 유치해 연간 2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자신감을 피력하는 등 남북경협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임 교수는 경의선 철도가 통과하고 개성과 20분 정도의 떨어져 있는 장단지역을 중심으로 한 남북경협역설하고 경제통합을 시작으로 하는 5단계 통일 방안을 '제3의 통일 방안'(매일경제신문사, 1993)을 통해 제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남과 북의 통일 방안은 연합과 연방이 차이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합'과 '방'의 차이인데 분단 이후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번도 거론이 안된 것은 그 중간 단계까지 어떻게 가느냐는 것입니다. 저는 이 중간단계의 시작을 경제통합으로 보고 있습니다. 남에서 필요한 철광, 마그네슘 등의 자원과 양질의 초저임금의 노동력, 그리고 북에서 필요한 철도 등의 기반시설과 자본이 만나는 것이지요. 경제통합을 위해서는 산업구조가 민족산업으로 재편성돼야 합니다. 효율과 형평성을 강조하는 양 경제체제는 혼합경제를 통해 통합을 가능하게 할 수 있습니다."

 

   
 

 청년에게 고함, '미·일·중·러'를 활동 무대로

 

 민족역사 발전에 기여한 것 중 가장 가치 있는 것을 뽑으라면 상기의 통일방안을 국내외에 제시한 업적을 꼽겠다는 임 교수는 월드컵을 계기로 우리 민족의 우수성에 확신이 들었다고 말한다. 7백 만 명이 길거리 응원을 하면서도 쓰레기를 스스로 줍는 모습을 보면서 영국보다 시민의식이 더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교육을 많이 받고 순수한 열정을 지녔기 때문에 이러한 훌륭한 정신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임 교수는 그 에너지를 스포츠 뿐 아니라 사회 전 분야로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반도를 정보통신분야 등의 첨단기술 발전을 통한 동북아 경제의 허브로 건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재 신채호 선생이 그랬듯 '청년들에게 고함'의 형식을 빌려 "미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를 염두에 둔 조국의 미래를 구상하고 설계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 나라들이 우리의 이웃도 되고 동료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이들과 화합하고 뭉칠 수 있는 대단한 에너지를 지니고 있습니다. 타고르가 말했듯 '동방의 등불'로 이제 다시 한번 타오를 수 있다는 것이죠."

 

서용석 학생기자 antacamp@ihanyang.ac.kr
사진 : 이재룡 학생기자 ikikata@ihanyang.ac.kr
동영상 : 박수영 학생기자 rawrat@ihanyang.ac.kr

 

   
 

 학력 및 약력

 

 임양택 교수는 1971년 고려대 정외과를 졸업하고 미국 Georgia State University에서 74년과 78년에 각각 경제학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78년부터 79년까지 미국 Union University에서 경제학 조교수를 역임했고, 79년부터 본교 경제금융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임 교수는 현재 한국경제학회, 한국국제경제학회, 한국재정학회, 한국북방학회 이사, 기술경제학회, 도산아카데미 연구원, 경제분과 위원장, 흥사단민족통일운동본부 정책연구위원장,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논문은 국내에 45편, 국외 15편을 발표했으며 저서로는 '제 3의 통일방안(매일경제신문사,1993)', '비전 없는 국민은 망한다(매일경제신문사,1995)', '21세기 아시아의 비전과 전망(중국 사회과학원,1999)' 등 국내 18편과 국외 3권이 있다. 올해 제19회 백남학술상을 수상했고 미국 오클라호마주의 명예 주지사직에 임명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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