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아파트 수직 증축의 구조 안전 보강 기술 확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서울을 기준으로 전체 인구 중 아파트에 거주하는 비율은 약 45.6%에 달한다. 최 교수는 “도시에서의 생활은 아파트로 시작해 아파트로 끝난다”고 빗대었다. 아파트 비율이 높은 만큼 건설한 지 오래된 아파트도 많다. 전국의 주거용 건축물 중 2018년 기준 지어진 지 30년 이상의 건물이 55%다. 건물이 노후하면 해결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모두 부수고 새로 짓는 재건축과 건물의 일부를 보강하고 덧대는 리모델링이 있다. 최 교수의 연구(연구명 ‘수직증축 허용에 따른 구조안전 확보 기술개발’)는 리모델링, 그중에서도 수직으로 증축할 때 생기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뒀다.
기존 건물에 층수를 더 쌓기 위해선 여러 현상을 고려해야 한다. 기둥과 벽에 수직으로 가해질 하중과 바람 및 지진 등의 영향으로 생길 수평 하중, 휨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설계가 필요하다. 특히 건물의 층수가 많아지면 수평 하중과 휨 하중이 중요해진다. 볼펜을 세로로 세웠을 때 작은 입김에도 쓰러지는 것을 떠올리면 쉽다. 수평 하중과 휨 하중을 견디도록 설계한 벽을 전단벽이라고 한다.
최 교수의 전단벽 보강 기술은 기존 부착식 공법과 큰 차이를 보인다. 최 교수의 기술은 벽의 두께가 두꺼워지지 않고 벽을 추가로 늘리지도 않는다. 이 때문에 세대별 평수가 줄어들지 않는다. 부동산이 실내 거주 면적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다. 최 교수는 벽체에서 보강재를 덧댈 만큼의 두께를 계산해 잘라내고 잘라낸 부분에 시공을 진행했다. 보강이 필요한 하중만큼 보강재를 유동적으로 첨가한다는 게 특징이다.
이번 연구는 국토교통부를 필두로 많은 대학이 함께 연구 클러스터를 구성해 8년간 진행하는 과제다. 각 대학은 기초구조, 상부구조, 수직 하중, 주차장 문제 해결 등 분야를 나눠 연구했다. 최 교수는 건축물의 요소 중 상부구조에 수평 하중과 휨 하중을 견딜 수 있는 내력 설계를 개발했다. 최 교수는 기술 개발을 마쳤고 실규모 구조물에 테스트도 완료한 상태다. 상용화까지 남은 건 실제 아파트에 수직 증축을 실행해보는 것이다. 최 교수는 “이론과 실무 사이에 틈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꼭 필요한 단계”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의 연구실은 실용화를 목적으로 하는 기술 개발을 지향하고 있다. 실제 건물에 적용하는 과정은 늘 어려움이 있었다. 최 교수는 “특히 이번 연구는 실제 적용 단계에 어려움이 따른다”고 얘기했다. 아파트는 사적인 공간이면서 많은 사람이 공유하는 공적인 공간이란 성격을 띠고 있다. 세대마다 바라는 희망 사항이 다르고 한 세대 안에서도 세대원들의 입장차이가 존재한다. 부동산이기에 소유자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점들이 어우러져 기술 적용을 시도하겠다고 자처해 나서는 단지들이 거의 없다. 최 교수는 “실전 사업에 적용해보고 싶은데 도전하려는 단지들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리모델링을 선호하는 아파트 단지가 많지 않은 것도 난관으로 작용했다. 실상 대다수의 아파트는 철근콘크리트 구조이기 때문에 균열이 생기지 않는 한 수명이 상당히 길다. 최 교수는 “아파트의 재건축과 리모델링은 재료의 수명보다 정책적 판단에 따른 결정”이라고 얘기했다. 재건축과 리모델링이라는 선택지 사이에서 다수의 사람은 재건축에 손을 든다. 최 교수는 “사람들이 기존 구조물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리모델링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건축 못지않게 많은 기술적 검증이 들어가므로 안정성을 인정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글/ 김현섭 기자 swiken1@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