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1일 자 「다산 등 실학자들 천주교로 이끈 서양윤리서 칠극」 기사

지난달 『칠극-마음을 다스리는 7가지 성찰』을 출간한 국어국문학과 정민 교수가 한겨레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칠극>은 스페인 출신의 예수회 선교사 데 판토하(1571~1618·방적아)가 쓴 ‘마음 수양서’다. 실학자와 서학의 만남을 탐구해온 정민 교수가 ‘조선시대 빼어난 유학자들이 어떻게 나라에서 금기시했던 서학(천주학)에 마음이 기울었을까?’라는 질문의 끝에서 <칠극>이라는 고서를 번역해냈다.

<칠극>은 천주교 신앙이 동양 사회에 스며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18세기 조선 지식인들의 사랑을 받으며 서학 열풍을 일으켰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교수는 <칠극>을 “‘너희들(중국)한테는 희로애락애오욕이란 칠정을 끊는 인의예지라는 사단이 있잖니. 서양에도 교만·질투·탐욕·분노·식탐·음란·나태, 이 7가지 죄를 다스리는 겸손·사랑·관용·인내·절제·정결·근면이란 처방이 있어. 유학에서 말하는 것과 같지?’라고 종교색을 빼고 들려준 게 <칠극>이다. 이게 중국인들에게 이단 신앙(천주교)을 받아들이는 완충장치가 됐다. 서구 그리스도교가 중국에 토착화하는 데 이정표가 된 책이다.”라고 소개했다.

<칠극>은 조선으로 건너와 사도세자를 비롯한 많은 이들에게 읽혔고, 실학자들 사이에서 서학 붐을 일으키는 기폭제가 됐다. 유몽인의 <어유야담>에는 허균이 <칠극>을 처음으로 조선에 들여왔다는 주장이 실려 있고, 사도세자가 읽은 책 목록에도 <칠극>이 포함돼 있다. 정 교수는 “당시 남인 실학자들이 <칠극> 등 서학책을 읽은 것은, 노론의 전제가 70~80년간 이어지면서 변혁의 희망을 품을 수 없던 남인들이 우리 사회를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통로를 찾는 과정의 하나였다”고 보았다. ‘청나라 수도에 가면 서점이 30~40곳 늘어서 <앵무새 사육법> 같은 실용서까지 진열돼 있고, 서양문물이 들어와 발전해 가는데, 조선에서는 여전히 ‘무찌르자 오랑캐’만 노래하고, ‘사단칠정론’만을 두고 싸우고 있으니, 서양의 앞선 문물로 나라를 발전시켜보고 싶은 열망이 서학에 관한 관심으로 나타났다’라는 것이다.

한편 정민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다산 정약용 연구의 권위자이자 새로운 시각으로 고전 속의 지혜를 전하는 지식인이다. 혜안을 넓히는 독서와 글쓰기에 관한 강연과 저서 활동도 펼치고 있다. 다산에 이어 연암 박지원에 관심을 가지고 지난해 말 <연암독본>(1·2권)을 펴내기도 했다.

▲ 『칠극-마음을 다스리는 7가지 성찰』 판토하 지음, 정민 옮김, 김영사, 700쪽
▲ 『칠극-마음을 다스리는 7가지 성찰』 판토하 지음, 정민 옮김, 김영사, 700쪽

 

키워드

'한양위키' 키워드 보기 #정민 #국어국문학과
저작권자 © 뉴스H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