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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셕연료와 친환경 재생에너지의 공종

전 세계적으로 ‘탄소제로’ 사회로의 이행이 급물살을 타면서 내연기관 자동차는 130년 역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이대로 내연기관 자동차는 퇴출당해야 하는가. 한양대학교 ERICA캠퍼스 기계공학과 이기형 교수는 신재생 에너지 발전 비율이 80%에 이를 때까지는 슬기로운 공존을 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글. 박영임 | 사진. 이현구

■ 2030 내연기관차 비중 여전히 70%?

2025년 네덜란드, 노르웨이를 시작으로 2030년 독일, 인도, 이스라엘,  2035년 영국, 서울, 미국 캘리포니아주, 2040년 프랑스, 스페인, 대만,  싱가포르 등이 내연기관 신차의 판매 금지를 선언했다. 많은 국가와  도시들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강경책을 꺼내든 것이다. 하지만 기계공학과 이기형 교수는 아무리 자동차 시장이 친환경차를 중 심으로 재편되는 중이라 해도 2030년 내연기관 자동차의 비중은 여전 히 70%에 가까우리라 전망했다.

“70%라는 것은 내연기관 자동차에 하이브리드 자동차 비중까지 포함한 수치입니다. 전기차의 경우 아직은 수익구조가 낮아서 자동차 업체 들이 전기차로 100% 전환하기는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전기차는 가격이 비싸 정부 보조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충전 시 주행거리 문제 와 충전 인프라 부족, 배터리 원료인 희토류의 한정적인 매장량 등 아직 많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수소차 또한 당장은 수소충전소 부족 등 보급에 장애 요소가 많습니다.”

친환경 자동차로의 이행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자, 인류의 과제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내연기관 차의 급격한 퇴출은 산업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잃는 것이 더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연기관차는 전기차보다 부품 수가 30~40% 이상 많아 관련 부품 업체나 근로자 수도 많습니다. 그러니 고용 창출과 세수 확보 등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자체 기술로 엔진을 제작하고 수출까지 하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예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내연기관을 급격하게 퇴출하면 일자리뿐 아니라 수출 감소로 무역수지가 악화할 수 있어요. 또 자동차 관련 업체들은 친환경 자동차 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캐시카우가 줄어들게 됩니다.” 

▲ 기계공학과 이기형 교수
▲ 기계공학과 이기형 교수

■ 화학연료와 재생에너지의 공존은 불가피

무엇보다 탄소제로 사회를 향한 전환이 본질이라면, 그 큰 그림을 위해서라도 급격한 친환경차로의 이행은 어불성설이다. 현재 CO₂ 규제 법규상 전기차와 수소차의  CO₂ 배출은 0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국가 전체의 탄소제로화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출구 단계뿐 아니라 전기와 수소를 발생시키는 입구 단계에서의 CO₂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

“신재생 에너지 비중이 작고 주로 석탄과 가스 발전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전기와 수소 발생 시 CO₂ 배출이 매우 높은 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차와 수소차의 보급만 늘리면 풍선효과처럼 입구 즉, 전기나 수소를 생산할 때 배출되는 CO₂ 양이 증가해 국가 전체의 CO₂ 배출량은 오히려 증가할 수 있는 거죠.” 

따라서 신재생 에너지 발전 비율을 높여서 전기차와 수소차의 전 주기 (Life Cycle) 과정상 CO₂ 배출량이 완전히 줄어들 때까지는 화석연료와 재생에너지의 공존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이다. 한편, 내연기관 자동차도 마냥 손 놓고 버티기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심각한 환경문제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기에 스스로 대기 오염을 줄일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각국의 정부들이 내연기관 퇴출을 선언하지 않더라도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연비, 배기가스 규제에 대응하지 못하면 내연기관차는 자연히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환경문제 해결뿐 아니라 생존을 위해서도 내연기관 자동차의 열효율을 높이는 고효율, 저공해 엔진 기술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이미 2021년 유럽연합(EU)의 연비규제인 95g/km 기준을 만족하는 자동차들이 시판되고 있고, 유럽의 배기규제인 EURO6와 미국의 배기 규제인 SULEV 기준을 충족하는 자동차들이 등장했다. 최근에는 실제 도로주행 모드인 RDE규제가 도입돼 이 규제를 통과하지 못하면 자동 차를 시판할 수 없게 됐다. 따라서 가솔린 엔진이면서 열효율이 높은 디젤 엔진의 작동원리를 적용한 초희박 자착화연소 엔진, 48V 전동화로 열효율을 높이는 기술, 냉각수와 배기가스로 버려지는 폐열을 회수하는 시스템, 정밀 제어 후처리 기술, 신연소 기술, 고압분사 기술 등이 개발되고 있다. 이와 같은 기술을 도입하면 가솔린 엔진의 열효율이 50%를 넘게 되므로 가까운 시일 내 시판 차량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탄소중립 연료(e-fuel)에 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물을 분해해 수소를 발생시키고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포집된 탄소와 결합하면 탄화수소 계열의 연료를 만들 수 있습니다. 탄소중립 연료의 장점은 기존 석유계 연료와 유사하면서도 청정한 특성이 있어 현행 자동차의 연료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럼 기존 연료 공급 인프라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죠.”

즉, 전기차와 수소차로의 전환은 많은 부품 회사들의 일자리 감축과 새로운 부품 개발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하지만 탄소중립 연료를 활용하면 기존 자동차 제조산업과 인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탄소중립 연료가 실용화되고, 수소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면 수소 엔진을 탑재한 내연기관차가 발전할 수 있다.
▲ 탄소중립 연료가 실용화되고, 수소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면 수소 엔진을 탑재한 내연기관차가 발전할 수 있다.

■ 현명한 공존 모색할 시점

현재는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차로 이행하는 과도기적 시기다. 그 결과 기존의 내연기관차에 전기차, 수소차 같은 친환경차, 그리고 이 둘이 결합된 하이브리드차가 공존하고 있다. 언제까지 공존의 시대가 이어질까.

“신재생 에너지의 발전 비율이 80%를 넘을 때까지 당분간 다양한 동력원을 가진 자동차들이 각자의 장점을 살려서 효율을 최대한 향상시 키며 공존하는 기간이 계속될 것이라 예상됩니다. 내연기관차의 경우는 가까운 장래에 앞서 언급한 탄소중립 연료가 실용화되고, 수소 인프라가 충분히 갖추어지면 수소를 직접 태우는 수소 엔진도 재조명받게 될 것이므로 예상보다 오래 존속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 모든 자동차 기술력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지난 35년간 자동차 동력원을 연구해온 이기형 교수는 불확실성이 높은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슬기로운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내연기관차,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수소차 모두를 우리나라의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균형감 있게 육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내연기관 퇴출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더라도 내연기관차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자명합니다. 그동안 축적된 내연기관의 우수한 기술력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전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배터리와 수소차 기술을 활용해 자동차 기술 강국다운 친환경 자동차 정책이 강구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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