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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분자공학과 유원철·이상욱 교수팀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수소는 인간 문명을 재구성하고 세계 경제와 권력 구조를 재편하는 새로운 에너지 체계가 될 것”이라 예측한 바 있다. 하지만 수소는 아직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했다. 한양대학교 ERICA캠퍼스 화학분자공학과 유원철·이상욱 교수팀은 KIST 유성종 박사 연구팀과 공동으로 수소연료전지의 비백금계 촉매 개발에 성공, 수소경제를 앞당기는 데 기여하게 됐다.

글. 박영임 / 사진. 이현구

■탄소경제에서 수소경제로 이행 중

2019년 수소산업 육성계획인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한 정부는 2020년 세계 최초로 ‘수소법’을 시행했다. 지난해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추진 전략’도 수소에너지를 중심으로 화석연료를 대체한다는 청사진으로, 수소경제 선도 국가가 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화석연료 시대에는 자원 빈국이었으나, 수소를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수소경제 시대에는 기술력만 있다면 에너지 패권 국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새 성큼 다가온 수소경제 사회. 수소경제 사회에서 원동기 역할을 하는 것은 수소를 산화시킬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전기로 변환시켜주는 수소연료전지다. 발전용, 차량 수송용, 선박 수송용, 주택 및 건물용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이상욱 교수는 이러한 수소연료전지의 핵심 소재가 공기극이라는 전극에 사용돼 산소의 산화·환원 반응을 주관하는 촉매 소재라고 설명했다.

“현재 촉매 소재로 백금(Pt), 루테늄(Ru) 같은 희토류 금속 원소들이 사용되고 있는데 성능은 뛰어나지만 매장량이 적어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따라서 고효율 저비용 비백금계 촉매 소재를 개발해야 합니다.”

값비싼 촉매 소재는 수소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최대 걸림돌이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많은 연구자가 효율은 높으면서 비용을 낮출 수 있는 비백금계 촉매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2015년부터 수소연료전지의 비백금계 촉매 연구에 매진해 온 유원철 교수는 지난해 ERICA캠퍼스 화학분자공학과 내 ‘수소에너지 전주기 핵심소재 연구센터’에서 이상욱 교수와 함께 비백금계 촉매 개발에 성공했다. 본 연구는 연 10억 원가량의 지원을 받는 경기도지역협력연구센터(GRRC) 연구 과제로 수행됐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내외 전문가의 인정을 받아 재료화학 분야의 국제 저명 학술지인 ‘저널 오브 머터리얼즈 케미스트리 에이(Journal of Materials Chemistry A)’ 2월 21일자에 게재됐다.

화학분자공학과 유원철·이상욱 교수
화학분자공학과 유원철·이상욱 교수

실험 현상을 이론적으로 해석하고 이론적 해석을 실험으로 구현하는 상호보완적 공동연구는 연구 기간 단축,  소재 이해도 향상의 장점이 있습니다. 상호 간 두터운 신뢰감이 필요하죠.
-화학분자공학과 이상욱 교수

■시너지 배가시킨 공동연구의 좋은 예

“비백금계 촉매로 각광받던 철(Fe)과 질소(N)가 도핑(어떤 물질이 가진 구조적 특성을 조절하기 위해 소량의 원소나 화학물질을 첨가하는 공정)된 탄소(FeNC) 촉매에 새롭게 실리콘(Si)을 공동 도핑했어요. 그렇게 지금까지 보고된 적 없는 철(Fe), 실리콘(Si), 질소(N)가 공동 도핑된 새로운 ‘탄소(FeSiNC) 단일원자 촉매’를 개발했습니다. 이는 저비용으로 기존 촉매를 대신할 수 있는 비백금계 촉매입니다.”

촉매의 효율은 1차원 구조를 가질수록 높다. 하지만 자연계에서 금속 단원자가 자유롭게 존재하기는 어려워 대부분 다차원 구조체로 존재한다. 본 연구는 값싼 탄소 지지체에 금속 단원자를 넣어 단원자 촉매 시스템을 구현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더불어 이번 연구가 다른 연구들과 구분되는 차별점은 실험 연구에 CAMD(Computer-Aided Materials Design) 방법론을 접목시켜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우수한 산소환원 반응 성능의 원인과 구조를 규명했다는 것이다. 실험 연구가인 유원철 교수와 이론 연구가인 이상욱 교수가 최고의 콤비를 이루며 공동연구의 진가를 발휘한 것이다. 유원철 교수가 같은 과 이상욱 교수에게 처음 공동연구를 제안한 것은 지난 2019년 여름이었다.

“특정 촉매를 합성, 분석하는 과정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구조의 원소가 발견됐습니다. 보고된 적이 없는 것이라 처음에는 무언가 잘못된 줄 알았죠. 하지만 다각도로 실험을 거듭해도 동일한 결과가 반복돼 그 구조를 밝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것이 유원철 교수가 컴퓨터 시뮬레이션 연구 방법으로 이론적 근거를 밝히는 이상욱 교수를 찾은 이유다. 이상욱 교수 또한 유원철 교수의 제안을 반갑게 맞았다. 항상 컴퓨터 모델링으로 가상의 물성만 연구하는 이론 연구가에게 모처럼 실물을 연구할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이상욱 교수는 실험 연구와 이론 연구의 결합을 전장에서 두 개의 칼로 싸우는 것에 비유했다.

“하나의 무기보다 두 개의 무기로 싸우는 것이 더 유리하죠. 실험 현상을 이론적으로 해석하고 또 이론적 해석을 실험으로 구현하는 상호보완적 공동연구는 연구 기간을 단축시키고 소재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습니다. 공동연구가 보다 좋은 성과를 이루려면 각자 맡은 실험과 이론 시뮬레이션 결과에 대한 두터운 신뢰감이 있어야 합니다.”

 

유원철·이상욱 교수팀이 개발한 비백금 촉매 FeSiNC의 모식도.
FeSiNC의 연료전지 성능평가 결과
FeSiNC의 산소환원 현상에 대한 시뮬레이션 결과. 

철(Fe), 실리콘(Si), 질소(N)가 공동 도핑된 지금까지 보고된 적 없는 새로운 ‘탄소(FeSiNC) 단일원자 촉매’를 개발했습니다. 저비용으로 기존 촉매를 대신할수 있는 비백금계 촉매입니다.

-화학분자공학과 유원철 교수

■수소경제 패권의 핵심은 원천 소재 개발

다른 국가보다 앞서 차세대 에너지원이자 경제 패러다임인 수소산업 생태계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그린수소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이미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에 대한 국내 기술은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선진국에서 개발한 값비싼 소재를 사용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이상욱 교수는 서둘러 우리 힘으로 원천 소재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기간 내에 선진국의 원천 특허를 회피하는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하면 원소들의 조합을 빠르게 평가해 물성을 해설할 수 있어요. 이렇게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AI 기술까지 접목해 수소에너지 개발에 필요한 새로운 원천 소재를 개발하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기능성 나노-에너지 소재를 디자인, 합성, 분석함으로써 리튬이온전지, 슈퍼캐패시터, 연료전지, 금속-공기 전지 등 다양한 에너지 저장/전환 소재로 응용하는 방안을 연구 중인 유원철 교수 또한 앞으로도 고효율 저비용 비백금계 촉매 연구를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안산은 수소 시범 도시에요. 안산의 중요한 구성원 중 하나인 ERICA 수소에너지 전주기 핵심소재 연구센터의 연구자로서 다양한 비백금계 촉매 소재를 개발해 수소연료전지 상용화를 앞당기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과 소재가 필수적이다. 각자의 연구를 진행하는 한편, 언제든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공동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라는 유원철 교수와 이상욱 교수. 이들은 따로 또 같이, 우리나라가 수소경제 선도 국가로 나아가는 길에 힘을 보태고 있다.

본 내용은 한양대 소식지 'HYPER'의 2021년 여름호(통권 258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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