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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직척추염 환자를 위한 치료제 TNF 억제제가 척추 강직의 진행을 완화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규명됐다. 한양대학교 의학과 김태환 교수가 약 18년간 실제 임상 데이터를 토대로 1300여 명의 강직척추염 환자의TNF 억제제 사용 전후를 비교한 결과다. 서서히 일어나는 강직척추염 연구에는 무엇보다 대규모 환자를 장기간 추적한 데이터가 절실한 상황이다.

글. 오인숙 | 사진. 손초원

■ TNF 억제제의 척추 강직 진행 완호 규명

대표적인 류마티스 질환의 하나인 강직척추염은 염증이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면서 결국 척추의 강직을 야기해 회복 불가능한 변형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20대 전후 젊은 층에서 주로 발생하며, 디스크 환자와 달리 쉬면 아프고 움직이면 호전되는 양상을 보인다. 잠을 자다가 아파서 깨는 이유가 여기 있다. 강직척추염 치료에 생물학적 제제인 TNF 억제제 도입은 통증 완화에 획기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강직척추염 환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척추 강직을 완화시킬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그간 논란이 계속됐다.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일어나는 척추 강직의 특성 상 대규모의 환자를 오랜 기간 추적 관찰한 데이터가 필요했지만, 그동안의 연구는 대부분 임상시험 혹은 단기간의 관찰 연구에 그쳤기 때문이다. 

“강직척추염 환자의 가장 큰 관심사는 척추 강직의 진행 정도입니다. 따라서 환자의 골반 및 척추 엑스레이를 주기적으로 찍어서 확인해야 합니다. 지난 18년간 이렇게 축적한 1300여 명의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번 연구를 진행했고, 그 결과 TNF 억제제가 강직척추염 환자의 척추 강직 진행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얻었습니다.”  

김태환 교수의 연구는 항 TNF 억제제를 사용한 기간과 사용하지 않은 기간에서 척추 강직의 진행을 비교한 결과로, 강직척추염 환자에게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장기 간에 걸친 대규모 추적 데이터는 세계적으로도 희소성이 크다. 환자 수가 워낙 많고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만큼 엑스레이 데이터를 분석하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환자 한 명이 18년간 주기적으로 엑스레이를 찍었으니 그 데이터의 양이 얼마나 많았을지는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다.

“오랜 기간 영상의학과 주경빈·이승훈 교수님께서 수많은 척추 방사선학적 사진들을 평가하고, 척추 강직의 정도를 점수로 정량화해주셨습니다.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후 통계를 내는 데도 또 수개월이 소요됐습니다. 좋은 연구는 절대 혼자 할 수 없습니다. 특히 이번 연구는 그간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엑스레이 분석가, 통계 전문가 등 많은 인력의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 의학과 김태환 교수
▲ 의학과 김태환 교수

■ '2020년 한국의 우수 연구자'로 선정

김태환 교수는 ‘18년의 실제 임상 근거(Real-world evidence) 에 기반한 강직척추염 환자에서 TNF 억제제의 척추 변형 완화 효과’ 연구 논문으로 ‘2020년 한국의 우수 연구자’에 선정됐다. 한국연구재단 의과학연구정보센터에서 매년 의학, 간호학, 치의학 분야 국내 연구자들의 논문 중 최우수 논문을 선정해 수상하는 것으로, 이 논문은 한국연구재단 2021년 3월호에 실렸다. 

18년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진행한 연구는 쉽게 도전할 수도, 다시 하기도 어렵다. 이번 연구에는 한양대학교병원의 엑스레이 데이터가 디지털화된 20여 년 전부터 쌓인 자료만 활용했지만, 그는 강직척추염 환자를 진료하던 초기부터 수기로 환자의 데이터를 기록해왔다. 하루 진료를 끝낸 후 환자들의 임상 데이터를 정리하는 데 만만치 않은 시간이 걸렸지만, 엑스레이 등 검사 결과를 꾸준히 모으며 공을 들였다.

“저는 임상의이기 때문에 환자를 진료하고 그분들이 치료 경과에 만족해할 때 가장 뿌듯합니다. 이번 연구는 그동안 쌓아온 임상 경험을 정리한 셈인데, 기초연구를 많이 하는 연구재단에서 그 결과를 인정받아 더욱 뜻깊습니다.” 

■ 한 분야에 대한 집중과 꾸준함 

약 25년간 한양대학교병원 류마티스내과에서 환자를 진료한 김태환 교수는 강직척추염만을 연구해온 이 분야의 권위자다. 국내에서 강직척추염을 앓고 있는 환자는 2만5000명에서 3만 명에 이른다. 그중 한 번이라도 그를 찾은 환자는 5000명이 훌쩍 넘는다. 

김태환 교수는 2000년대까지 주로 국내 강직척추염의 역학 및 임상을 연구하다가 2010년 이후부터 기초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강직척추염의 병인 및 유전에 관한 실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강직척추염 전 단계, 즉 척추뼈에 이상이 나타나기 이전인 척추관절염까지 관심을 가지며 연구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내과 전문의가 되기 전에 쓴 논문이 강직척추염 연구의 시작이었습니다. 당시 1990년대 초까지 한양대학교병원을 찾은 강직척추염 환자 78명을 분석해 내과학회지에 보고했고, 그때부터 한 우물만 팠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꾸준히 연구해야겠다는 생각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경험이 쌓이다 보니 점점 재미있어지더군요.”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그는 좋은 연구를 즐겁고 재미있게 하려면 한 분야에 대한 집중과 꾸준함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랜 기간 한 분야에 대한 경험을 늘려가며 쌓는 즐거움이 크다는 뜻이다.

“처음에는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겠지만, 집중할 분야를 선택한 후에는 당장 성과가 미흡하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나아가야 합니다. 지루한 시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어느덧 그 분야에 정통하게 될 테고 진정한 재미를 느끼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모든 의사 연구자의 목표는 환자를 치료하거나 질환을 예방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성과를 내는 것이다. 김태환 교수 역시 자신의 연구가 강직척추염 환자에게 도움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대규모 환자의 장기 추적 임상 데이터가 세계적으로 희소성이 있는 만큼 앞으로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국내 강직척추염 환자의 임상연구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수술 등으로 얻은 강직척추염 환자의 인체유래물 세포 이용 기초연구를 통해 발생 기전을 밝히는 데 집중하려 한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강직척추염의 발병 기전, 특히 척추 강직이 일어나는 기전을 밝혀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한국인 강직척추염의 진료와 치료 지침 확립에도 일조하고 싶고요. 앞으로도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임상과 기초연구, 진료와 치료 그리고 후학 양성에 힘을 쏟겠습니다.”

임상의로서 또 연구자로서 해야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많기에 오늘도 그의 발걸음은 바삐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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