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 Insight #Zest-1
화물 중개 플랫폼 '코코넛사일로' 김승용 대표(산업공학과 10)

대기업 2년 차 사원에서 스타트업 CEO가 된 김승용 대표. 그가 창업한 코코넛사일로는 2018년 현대자동차그룹 내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탄생한 사내 스타트업으로 출발, 2020년 7월 분사에 성공했다. 이로써 대학 시절부터 꿈꾸었던 베트남 사업의 막을 올렸다. 코로나19도 막을 수 없는 그의 글로벌 시장 공략의 꿈이 힘차게 시동을 걸고 있다. (글 박영임 , 사진 손초원)

김승용 대표(산업공학과 10)
김승용 대표(산업공학과 10)

코코넛사일로 발사 준비 완료

“코코넛사일로의 뜻요? 저희 타깃 시장인 개발도상국들이 주로 코코넛을 재배하기 좋은 고온다습한 지역에 속해 있습니다. 그래서 코코넛은 시장을, 사일로는 미사일 발사 설비를 의미합니다. 코코넛사일로는 시장에서 혁신적인 아이템을 쏘아 올리겠다는 뜻이죠.”

신생 스타트업답게 참신한 작명 센스가 돋보이는 코코넛사일로의 김승용 대표가 회사 이름을 풀이해줬다. 그의 설명처럼 코코넛사일로는 코코넛 산지이기도 한 베트남에서 배송을 원하는 기업과 화물 물류업체 및 물류기사들을 연결하는 플랫폼을 운영한다. 코코넛사일로의 산실은 현대자동차그룹이다. 김승용 대표가 현대자동차 연구개발본부에서 근무하던 2018년 한양대학교 산업공학과 10학번 동기인 안강엽 이사와 함께 사내 벤처로 창업했기 때문이다. 그 후 2년간 사내 스타트업 육성 기간을 거쳐 2020년 7월 독립했다. 이때 또 다른 학과 동기이자 현대자동차 전략기술본부에서 AI 및 머신러닝을 연구하던 권성일 이사까지 합류하게 됐다.

분사한 지 1년밖에 안 된 말 그대로 따끈따끈한 스타트업인 코코넛사일로. 하지만 2000년부터 운영된 현대자동차그룹 스타트업 육성제도 사상 최초로 선발된 사원급 벤처이자, 최연소 팀이라는 저력이 그대로 돋보인다. 신산업으로 꼽히는 시스템반도체·바이오헬스·미래차 이 BIG3 중 미래차 분야에서의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표창’을 받았다. 이외에도 대한민국 모바일 기술대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 청청콘(청년이 청년을 이끄는 창업 콘테스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지난 4월에는 미국 최고의 발명 시상식인 에디슨 어워즈(Edison Awards)의 ‘물류·수송 추적 및 스마트 솔루션 부문’에서 동상을 차지한 바 있다. 5월에는 중견기업들이나 이름을 올릴 수 있는 금융위원회의 ‘혁신기업 국가대표 1000’에도 선정됐다. 출발부터 예사롭지 않은 내공이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스스로 틀을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영권을 침해하는 투자는 받지 않습니다. 틀에 갇히는 것을 싫어하거든요. 그렇다고 자유분방한 수평적인 문화를 추구하지도 않습니다. 대기업에서 체화한 체계적인 시스템과 성공 문화를 우리 식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김승용 대표와 안강엽 이사, 권성일 이사는 산업공학과 동기이자 함께 스타트업을 키워나가는 동료다.
김승용 대표와 안강엽 이사, 권성일 이사는 산업공학과 동기이자 함께 스타트업을 키워나가는 동료다.

■ 나의 첫 무대는 ‘베트남’ 너로 정했어

보통 국내에서 사업을 정착시킨 뒤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이 정석인데, 코코넛사일로는 일찍이 베트남을 사업지로 점찍었다. 물론 베트남이 풍부한 노동력을 기반으로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중국을 대체하는 중이라, 화물 중개 플랫폼을 운영하기에 최적의 시장인 것은 맞다. 하지만 사업 경험이 전무한 스타트업이 어떻게 베트남 진출을 마음먹었을까. 김승용 대표의 창업 스토리를 들어 보면 애초에 질문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게 된다. 코코넛사일로는 베트남에 진출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베트남을 사업 본거지로 정하고 그에 맞는 사업 아이템을 발굴한 것이다.

“2014년 한양대 사회봉사단이 주관하는 해외봉사에 참여하며 별 뜻 없이 베트남을 선택했죠. 처음 경험하는 외국이라 인상 깊었는데 특히 활력이 넘치는 베트남의 역동성과 젊음에 매료됐습니다. 그래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결심했죠. 동남아시아 지역 전문가가 되겠다고.”

그 후 김승용 대표는 동남아시아에 나갈 수 있는 기업 인턴십이나 봉사 프로그램이라면 무조건 지원하며 베트남 사업의 꿈을 키워갔다. 하지만 바로 창업에 뛰어들기보다 취업의 문을 두드렸다. 기업체에서 경험을 쌓는 것이 훗날 사업을 영위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창업에 관심이 많은 후배 한양인들에게 “창업이 목표라도 진학, 취업, 창업 모두 가능성을 열어두고 각각의 장단점을 경험해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취업할 당시 기업 선택의 최우선 조건은 지원 대상 기업이 베트남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가였다. 현대자동차 중 상용차 부문을 택한 것도 압도적으로 베트남 사업 비중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2020년 12월 베트남 법인을 설립, 현지 4개 물류업체 및 기사 100여 명과 협력 중인 코코넛사일로.
2020년 12월 베트남 법인을 설립, 현지 4개 물류업체 및 기사 100여 명과 협력 중인 코코넛사일로.

■ 코로나도 막지 못하는 ‘코코넛 리퍼블릭’을 향한 진군

2020년 12월 베트남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4개 물류업체 및 기사 100여 명과 협력 중인 코코넛사일로는 현재 클로즈드 베타 서비스 형태로 제한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전열을 가다듬은 후 조만간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인데 코로나19로 베트남과 한국을 오가는 길이 여의치 않다. 두 나라를 입국할 때마다 2주씩 시설 격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복병 때문에 글로벌 사업가가 겪어야 하는 고충이다.

“호텔 격리 기간을 위한 나름의 업무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여분의 마우스, 키보드와 베트남 3종 통신회사의 유심 등 만반의 태세를 갖춘 출장 키트를 챙겨가서 컴퓨터 모니터 두 대를 설치하고 24시간 근무체제를 이루는 거죠. 오히려 일에만 집중할 수 있어 업무 역량의 최대치를 끌어올리는 기간으로 삼고 있습니다.”

설립 이래 만난 최대의 위기도 가뿐하게 이겨내고 있는 김승용 대표는 최근 기업인 백신 우선 접종 신청제를 활용해 서둘러 백신을 접종했다. 백신 여권을 받게 되면 베트남뿐 아니라 캄보디아, 태국 등으로 시장 진출을 서두를 계획이다. 이런 김 대표의 옆을 든든히 지키는 것이 동료이자 친구인 안강엽 이사와 권성일 이사다. 이들의 인연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학 시절부터 죽이 잘 맞아 함께한 시간이 어느덧 12년이 됐다고.

“학창 시절에는 거의 같이 살다시피 했습니다. 프로젝트나 해외 봉사활동도 같이 다녔고, 베트남 사업에 대한 꿈을 함께 키웠죠. 회사도 같은 곳에 취직했고요. 오랜 시간 함께하다 보니 서로의 강점을 잘 알아 자연스럽게 각자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분담하게 됐습니다. 권성일 이사는 기술 개발을, 안강엽 이사는 마케팅을 맡고 있습니다. 가끔 의견충돌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서로에 대한 탄탄한 신뢰감이 해결책이 됩니다.”

베트남은 제조업 발전에 힘입어 물류 시장 또한 폭발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시장이다. 하지만 김승용 대표의 꿈의 무대는 베트남으로 그치지 않는다. 베트남은 더 큰 시장인 아세안공동체로 나아가는 관문이다. 베트남 땅을 처음 밟았던 2014년이나 지금이나, 그리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김승용 대표의 최종 목표는 한국 기업으로서 동남아시아 지역을 호령하는 최고의 기업이 되는 것이다.

본 내용은 한양대 소식지 'HYPER'의 2021년 여름호(통권 258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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