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술 기반으로 디지털 자산에 희소성 부여
지난달 예술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이 있었다. 간송미술관에서 국보 제70호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훈민정음 해례본을 NFT 형태로 제작해 판매한 것이다. 개당 1억 원이라는 비싼 가격에도 수십 개가 팔리며 큰 인기를 끌었다. 가상화폐로 대표되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NFT는 여러 산업에서 그 영향력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오현옥 정보시스템학과 교수는 NFT를 "‘대체불가토큰(Non-Fungible Token)’으로 각각의 토큰마다 고유한 가치를 지녀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을 드러내는 방식"이라고 정의했다. 여기서 말하는 토큰은 우리에게 익숙한 코인보다 넓은 개념으로, 추적할 수 있고 블록체인 생태계에 저장할 수 있는 디지털 파일을 뜻한다.
NFT의 경우 각각의 토큰이 고유한 번호를 가지고 각각이 서로 다른 가치를 가지게 된다. 그는 NFT에 대해 “화폐와 같이 발행 시점, 소유주와 관계없이 동등한 가치를 지닌 FT(Fungible token)와는 정반대의 개념”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뉴 뮤지엄(New Museum of Contemporary Art)에서 지난 2014년 5월 기획한 비디오 클립아트에 처음 등장한 NFT는 3년 뒤 대퍼랩스(Dapper Labs)가 개발한 가상의 고양이 육성 게임 ‘크립토키티(CryptoKitties)’를 통해 본격적으로 상업화됐다.
NFT의 가치는 프로그래밍을 통해 탄생시킨 디지털 자산을 별도로 분리, 대체할 수 없는 특징에서 비롯한다. 오 교수는 “디지털 자산에 고유성과 희소성을 부여할 수 있어 다양한 지식재산권(IP)의 상업적 활용이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고유성은 디지털 파일에도 명확한 저작권을 부여할 수 있게 하며, 기술의 투명성을 기반으로 사람들은 언제든지 자산의 진위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자산의 소유권과 출처가 블록체인에 존재하기 때문에 위변조가 불가능하고, 교환의 신뢰성이 보장된다는 장점도 있다.
많은 장점을 가진 NFT이지만 문제점 역시 존재한다. 오 교수는 관련법의 부재를 가장 우려했다. NFT 기술을 이용해 소유권을 입증할 수 있다 해도, 이것이 실제 소유라고 주장할 수 있는지 논란이 있는 것이다. 그는 “아직 NFT 기술을 이용한 디지털 자산이 안정화된 거래 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 상태”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아직 미완성의 단계다. 특히 궁극적 목표인 실물 자산을 NFT화하는 문제의 경우, 관련 기술이 아직 발전하지 못한 것이다. 다만 오 교수는 “기존 암호화폐(FT) 블록체인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기술이 발전하면서 해결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전 세계 NFT 시장 거래량은 지난 2019년 1억 4,000만 달러에서 올해 1분기 기준 20억 달러로 나날이 커지고 있다. 소유권이 거래 가능 대상으로 지정될 수 있는 자산의 폭이 급격히 늘어나며 기존 거래의 한계를 넘어서게 됐다.
대표적으로 전미 농구 협회(NBA)의 경우 NFT를 활용한 디지털 카드 ‘NBA 탑 샷(Top Shot)’을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패션 회사 나이키의 경우에도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운동화 정보를 토큰화하는 NFT 관련 특허를 등록했으며, 관련 기술을 적용한 상품에 대해서는 ‘크립토킥스(Cryptokicks)’라는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다.
오 교수는 NFT와 메타버스의 시너지 효과에 대해서도 주목하며 “NFT는 메타버스 세계 안에서 이용자의 사유재산을 증명하는 역할”이라 설명했다. 메타버스로 대표되는 가상 세계에서는 감독 기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블록체인 기술로 소유권이 증명되는 NFT를 더욱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끝으로 오 교수는 “우리나라의 다양한 문화 콘텐츠 산업과 NFT를 결합한 디지털 아이템 거래 시장에 대한 가능성이 존재한다”라며 시장을 주도할 국내 NFT 시장의 잠재력에 주목했다. 그는 관련 법의 제정 등을 통해 NFT 기술이 디지털 자산을 넘어 실물 자산의 디지털화를 통해 시장을 주도하게 될 미래에 대해서도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