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가 마주한 초대형 경제위기
경기침체에도 금리와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양상
“한국 경제가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영향받을 것”

▲ 이정환 경제금융학부 교수
▲ 이정환 경제금융학부 교수

초대형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에 3년의 팬데믹에서 빠져나온 전 세계가 다시 위기에 빠졌다. 무엇보다 글로벌 경제의 핵심인 미국이 41년 만에 물가상승률 최고치를 기록하며 유례없는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은 에너지와 식량자원의 공급망 붕괴를 초래했다. 국내 상황도 좋지 않다. 지난 4월 소비자 물가는 지난해 대비 4.8% 올라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6%에 이르는 등 물가와 금리, 환율이 일제히 오르는 '3중고(高)'로 모든 경제지표가 악화일로에 있다.

기상용어인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 최근 경제 관련 뉴스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다. 퍼펙트 스톰은 위협적이지 않은 자연재해들이 동시에 발생해 엄청난 파괴력의 대형 폭풍으로 급변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경제적 의미의 퍼펙트 스톰은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과 같은 다양한 경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만들어진 초대형 경제위기를 뜻한다. 이정환 경제금융학부 교수로부터 한국 및 글로벌 경제가 마주한 위기에 대해 들었다.

▲ 퍼펙트 스톰은 다양한 경제 악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만들어낸 총체적 위험요소를 가리키는 경제용어로 현재 글로벌 경제가 마주한 초대형 경제 위기를 의미한다. ⓒ 게티이미지
▲ 퍼펙트 스톰은 다양한 경제 악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만들어낸 총체적 위험요소를 가리키는 경제용어로 현재 글로벌 경제가 마주한 초대형 경제 위기를 의미한다. ⓒ 게티이미지

 

현재의 경제위기는 첫 퍼펙트 스톰이었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사하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2008년 금융위기는 자산시장의 거품이 붕괴하면서 단기금융시장이 문제가 됐고 결국 자산시장이 무너진 것이다”며 현재의 위기와는 조금 다른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은 원자재, 원유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과 그로 인한 실물 경제의 붕괴가 가장 큰 문제다”고 덧붙였다.

현재 경제 위기는 '스태그플레이션'에 가깝다. 스태그플레이션이란 생산과 소비, 고용 부문의 경기가 침체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리와 물가는 상승하는 저성장·고물가의 경제 상황을 말한다. 그는 “장기간 이어진 팬데믹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에너지 가격 상승 및 공급망의 붕괴가 지금의 위기를 초래했다”며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그에 대응하는 금리인상으로 소비와 투자가 위축돼 경기 불황에 빠져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 다우존스, S&P500과 나스닥의 연이은 급락이 전 세계 금융시장으로 파급되면서 퍼펙트 스톰에 대한 위기감이 금융 부문을 시작으로 현실화하고 있다. ⓒ 게티이미지
▲ 다우존스, S&P500과 나스닥의 연이은 급락이 전 세계 금융시장으로 파급되면서 퍼펙트 스톰에 대한 위기감이 금융 부문을 시작으로 현실화하고 있다. ⓒ 게티이미지

 

국내외를 불문한 경제 악재들은 한국에도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이 교수는 “전 세계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지면 무엇보다 수출이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달러 가치도 올라서 수입 물가 역시 상승할 것이다”며 한국 경제도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경제 위기 극복 방법에 대해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물가상승은 대응할 방법이 많지 않다”며 “그나마 금리를 적극적으로 올리면서 시장의 유동성을 줄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유동성이 줄어들면 통화량이 줄고, 자연스레 물가 상승 압력이 약해진다”며 “금리를 올려서 대응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고 유일한 방법이다”고 말했다.

▲ 장기간 이어진 팬데믹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원유 가격 상승 및 공급망 붕괴가 최악의 경제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 게티이미지
▲ 장기간 이어진 팬데믹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원유 가격 상승 및 공급망 붕괴가 최악의 경제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 게티이미지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경우 악재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 교수는 “일단 금리 정책을 안정적으로 펼친 후, 가계부채 관리를 통해 금리 인상의 피해를 줄이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전개에 대해 이 교수는 “미국 FED(연방준비제도)나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미국의 생산과 고용, 소비지출 등의 경제적 펀더멘탈(Fundamental, 경제기초)이 견고하므로 팬데믹이 종료되고 전쟁까지 끝나면 최악의 경제 상황은 피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반면에 이런 높은 인플레이션을 역사상 경험해 본 적이 없고, 단기적으로 유동성을 많이 흡수하면 경기 침체가 더 심각하게 올 거라는 의견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 교수는 “어느 것도 확실하지 않다”며 “계속 상황을 주시하며 국가적 차원에서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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