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간의 법관 생활
사회적 약자를 위한 법의 실천과 겸손을 신념으로

대법관은 대한민국 최고법원인 대법원의 법관을 말한다. 수많은 상고, 재항고 사건이 도달하는 마지막 장소인 대법원에서 법률 관련 문제를 주로 다룬다. 대법원장을 포함해 대법관은 오직 13인뿐이다. 작년 3월, 한양대에서는 두 번째 동문 대법관이 탄생했다. 그 주인공, 노태악 대법관(법학과 81)을 만나봤다.

 

▲ 노태악 대법관(법학과 81)은 "다수결에 의해 지배되는 민주주의 사회 속에서 간혹 소수자가 외면받는 경우가 있다"며 "소수자를 보호하는 것은 법원의 가장 중요한 사명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고 말했다. ⓒ 백지현 기자
▲ 노태악 대법관(법학과 81)은 "다수결에 의해 지배되는 민주주의 사회 속에서 간혹 소수자가 외면받는 경우가 있다"며 "소수자를 보호하는 것은 법원의 가장 중요한 사명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고 말했다. ⓒ 백지현 기자

노 동문은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했을 때 한양대 고시반을 접했다. 장학 혜택과 다양한 지원에 대한 얘기를 들은 그는 원서를 접수했고, 그것이 모교와의 첫 만남이었다. 한양대 고시반에서는 3학년 때까지 사법고시 1차를 합격해야 기숙사와 장학금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그는 이 때문에 더욱 열심히 공부했다. 1차를 합격하고, 다음 해 이어 2차 시험까지 11등이라는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한 그는 사법연수원 16기로 들어가 당당히 대한민국의 판사가 됐다.

현재까지 수천 건 이상의 재판을 함께했던 노 동문은 하나의 재판을 마무리하면 최대한 그 사건을 잊으려 노력한다. 그럼에도 그의 기억에 남는 재판 중 하나는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있을 때인 2년 전에 있었다. 유독성 물질에 상시로 노출된 소방관이 희귀병으로 사망한 사건과 취객을 상대하다 뇌출혈이 발생한 경찰관에 공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공무상 재해로 인정받아야 재해보상금이나 치료비 상당액을 받을 수 있으나, 이를 인정받기 위해 충족해야 하는 요건이 까다로웠다. 이에 그는 그동안 인정된 법리보다 조금은 폭넓게 공무상 재해를 인정하도록 했다.

 

▲ 재판은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기 쉽지 않다. 노 동문은 "둘 다 주장하는 바가 다르고 어느 쪽의 말도 거짓말이라고 하기 어려울 때 가장 판단하기 힘들다"며 "그럼에도 편견을 갖지 않고 겸손한 자세로 공정한 판단을 하고자 한다"고 얘기했다. ⓒ 백지현 기자
▲ 재판은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기 쉽지 않다. 노 동문은 "둘 다 주장하는 바가 다르고 어느 쪽의 말도 거짓말이라고 하기 어려울 때 가장 판단하기 힘들다"며 "그럼에도 편견을 갖지 않고 겸손한 자세로 공정한 판단을 하고자 한다"고 얘기했다. ⓒ 백지현 기자

다른 하나도 서울고법 부장판사 때 있었던 재판으로, 일명 ‘퀄컴 사건’이다. 핸드폰의 핵심 부품인 모뎀칩셋을 만드는 제조사인 퀄컴이 국내외 다수 기업에 부당한 계약을 강요했다는 사건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퀄컴에 약 1조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이에 퀄컴은 공정위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삼성, 애플 같은 퀄컴 거래 상대방들도 공정위의 보조참가인으로 재판에 참여하며 우리나라 큰 로펌들이 다수 관여했다. 무려 7만 쪽 이상의 재판 기록이 쌓였고 그 중 상당수가 영어로 된 자료였다. 규모가 큰 만큼 이 재판의 결과가 향후 국제적으로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하나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는 더욱 재판 절차와 판결의 결론을 이끌어 내는데 신중을 기했다.

재판은 관계인 모두를 만족시키기 어렵다. 범행을 계속 부인하는 피고인의 형량을 높이기도 하고, 가해자라고 하는 피고인의 죄가 인정되지 않기도 한다. 피해자는 가해자가 틀림없다고 주장하더라도 때로는 분명한 증거가 부족해 합리적 의심을 넘는 정도의 확신이 생기지 않기도 하기 때문이다. 노 동문은 문득 돌이켜보면 그때 피고인이 처벌받지 못해 피해를 본 사람이 진실을 외면당했다고 생각하며 얼마나 슬퍼하고 원망할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재판은 사람이 만든 제도이다. 95%까지는 사건의 사실관계를 맞출 수 있어도, 3% 내지 7%의 오류 가능성이 있다. 피해자의 아픈 가슴을 냉정하게 더 아프게 할 수도 있음에 노 동문은 판결을 끊임없이 돌이켜보고 신경을 쓰고 있다. 그는 이를 직업적인 숙명이라고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 노 동문은 서예가 취미다. 그는 뜻으로 나타내는 한자를 붓으로 직접 쓰면 그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 좋다고 얘기했다. ⓒ 노태악 동문
▲ 노 동문은 서예가 취미다. 그는 뜻으로 나타내는 한자를 붓으로 직접 쓰면 그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 좋다고 얘기했다. ⓒ 노태악 동문

노 동문은 재판 당사자들의 말들을 편견 없이 듣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는 법관으로서 겸손한 자세로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각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민주사회로서 모든 정책이 다수결로 결정되고 다수에 의해 지배된다. 노 동문은 이런 상황에서 다수결로 소외 받는 소수자 및 약자를 보호하는 것이 법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그는 사회적으로 제도적으로 소외 당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를 다 하고자 한다.

기본적으로 호기심이 많고 공부하기를 좋아해 노 동문은 지금도 꾸준히 배우고 연구하고자 노력한다. 최근에도 교수들과 연구자들 중심의 다양한 학회에 회장으로, 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는 현재 가장 즐기는 여가생활 중 하나로 음악을 언급했다. 서로 다른 악기와 성부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선율이 조화를 이루는 음악을 가치 중립적이라며 법과 비유했다. 음악과 법 모두 음표와 법률로서 우리 사회에 빛과 감동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항상 겸손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고 있다”며, 한양인들에게 “모교의 교훈인 사랑의 실천을 바탕으로 스스로 최선을 다해 겸손하게 살다 보면 우리 사회는 반드시 이를 보답할 것이다”라는 응원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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