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공학과 신흥수 교수

고령화 진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골격계 질환 환자 수도 증가하고 있다. 생명공학과 신흥수 교수는 뼈와 연골을 동시에 재생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는데 이는 각종 장기 재생에도 응용할 수 있는 원천기술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통해 진행된 본 연구는 지난해 11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글. 박영임 / 사진. 이현구

■뼈와 연골을 동시에 재생하다

연골이 닳아 기능이 퇴화하면서 통증을 유발하는 퇴행성 관절염은 흔히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노화의 한 현상으로 치부된다. 하지만 통증 때문에 거동이 힘들어지면 삶의 질은 현격히 저하된다. 문제는 최근 급격한 고령화로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 퇴행성 관절염 등 골격계 질환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라는 점이다. 이에 국내 조직공학·재생의학 분야를 선도하는 신흥수 교수가 뼈와 연골을 동시에 재생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뼈와 연골이 가지고 있는 인체 내 3차원 미세환경을 공학적으로 구현해 줄기세포가 뼈와 연골을 형성하도록 유도하는 기술입니다. 현재 골 결손을 대체할 이식재 부족과 관절염으로 파괴된 연골조직의 재생 유도 한계 등으로 새로운 치료법이 필요한 상황이죠. 그 때문에 생체재료, 줄기세포를 복합적으로 응용해 골격계 질환을 치료하는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주목할 부분은 뼈와 연골을 동시에 재생시킨다는 점이다. 골격계 환자들에게는 뼈와 연골 조직의 손상이 함께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칼슘 기반의 미네랄로 구성된 뼈는 물리적 강도가 높아 신체를 지탱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글리코사미노글리칸으로 구성된 연골은 유연한 물성으로 뼈 사이 마찰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단단한 뼈와 유연한 연골, 이렇게 물성이 다른 뼈와 연골을 어떻게 동시에 재생시킬 수 있을까.

“뼈와 연골 조직은 서로 다른 세포 주변 환경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들이 줄기세포의 기능을 조절해 각각 뼈 또는 연골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게 유도하는 시그널을 보냅니다. 그래서 뼈와 연골의 이중층 구조를 이룰 수 있는 거죠. 이러한 인체의 메커니즘을 공학적으로 모사했습니다.”

신흥수 교수는 뼈와 연골의 특이적 세포외기질(세포 주변 생체물질)을 모사하기 위해 전기방사기법으로 제조된 생분해성 나노섬유에 뼈, 연골 분화유도인자를 고정해 줄기세포와 함께 응집시킨 3차원 세포 구상체(수만 개 세포가 응집된 지름 수백 ㎛의 구형 구조)를 형성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리고 줄기세포 구상체들이 스스로 자가조립 및 자가 조직화 현상에 의해 강하게 접합돼 골-연골 이중층 구조체를 형성하는 기술을 확립했다. 

▲ 국내 조직공학·재생의학 분야를 선도하는 신흥수 교수가 체외 배양으로 뼈와 연골을 동시에 재생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 국내 조직공학·재생의학 분야를 선도하는 신흥수 교수가 체외 배양으로 뼈와 연골을 동시에 재생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다양한 장기 재생에도 응용 가능

이렇게 만들어진 이중층 내 줄기세포들이 각각 뼈와 연골 세포로 분화되는 것을 체외 배양을 통해 증명했다. 또한 줄기세포 구상체의 자가조립으로 형성된 뼈와 연골 이중층 3차원 이식체를 토끼의 무릎 부위 대퇴골 활차구 결손 모델에 삽입해 실제 조직과 유사한 수준으로 재생시킬 수 있다는 것도 입증했다.

“뼈와 연골이 동시에 재생되도록 유도하는 것은 난도가 높은 연구입니다. 자칫 경도가 약한 뼈가 형성되거나 유연하지 못한 연골이 형성될 수 있죠. 본 연구는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습니다.”

신흥수 교수 또한 뼈를 재생하거나 연골을 재생하는 연구를 각각 진행해왔다. 그러다가 2년여의 연구 끝에 동시에 재생시키는 기술을 성공시킨 것이다. 본 연구 결과는 골-연골 손상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 치료법 개발의 기반기술이 될 뿐 아니라, 장기나 근육 등 다른 조직이 손상된 환자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줄기세포는 뼈, 연골 외에도 심장, 신장, 간 같은 장기와 근육 등을 만듭니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줄기세포를 원하는 방향으로 통제할 수 있는 원천기술이기 때문에 인공적으로 간이나 신장 등 다양한 조직을 만드는 데 응용할 수 있습니다.” 

■미래 먹거리 ‘재생의학’ 발전에 기여

따라서 본 연구 결과는 줄기세포 기반의 바이오 의약품 및 조직공학 치료제 개발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게 줄기세포와 조직공학을 기반으로 외상 및 노화로 손상된 장기를 체외에서 배양한 인공조직의 이식을 통해 재생시키는 융합연구 분야를 재생의학이라고 한다. 기존 의학기술로는 치료하기 어려운 난치성 질환이나 장기이식 외에는 방법이 없는 심각한 장기손상 환자를 치료하는 대안으로 떠오르는 분야다. 

신흥수 교수는 세계조직공학·재생의학회의 공식 저널인 ‘티슈 엔지니어링(Tissue Engineering ; 조직공학)’의 아시아인 최초 공동편집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2024년 한국에서 열릴 ‘세계생체재료학회(World Biomaterials Congress)’의 학술 프로그램 위원장도 맡고 있다. 학부 시절 화학공학을 전공했지만, 미국 유학 당시 막 태동한 조직공학이라는 분야를 처음 접한 뒤 평생의 연구주제로 삼게 됐다는 신흥수 교수. 

“박사과정 시절, 인체에서 분해되는 생분해성 고분자 소재를 이용해 뼈를 재생하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본격적으로 조직공학·재생의학 연구자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원래 생명에 관심이 많아 공학을 의학에 접목할 방법을 찾게 된 것이죠.”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인 존슨앤드존슨도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재생의학을 손꼽았다. 조직공학·재생의학은 수명연장 시대의 퇴행성 질환 치료 해결책으로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신흥수 교수는 손상된 조직의 생물학적, 생리학적, 기계적, 물리적, 화학적 특성을 이해하고 조직손상 재생과정을 인공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공학적인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인체 내 생체재료 이식 후 벌어지는 생물학적인 반응을 조절하는 연구, 손상된 골조직을 빠르게 재생하는 연구, 생체재료와 줄기세포를 융합한 3차원 체외 오가노이드(인공장기) 개발 연구 등을 진행 중이다.

“의학기술 발전으로 암을 조기에 진단해 생존율을 높이고, 신약 개발로 난치성 질병 치료율이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심장, 신경, 간, 혈관 등 복잡한 기능 및 구조를 가진 조직이나 장기손상 환자의 경우 장기이식을 대체할 치료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생체재료와 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구로 퇴행성, 난치성 질환을 치료하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이번에 개발된 골-연골 재생기술을 인공조직 및 오가노이드 개발 연구로 확장시킬 계획이라는 신흥수 교수. 그는 국내의 우수한 생체재료·조직공학 연구를 전 세계에 알리는 연구자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본 기사는 한양대 소식지 'HYPER'의 2022 봄호(통권 261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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