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ICA캠퍼스 산학협력단 박태준 단장(지능형로봇 혁신공유대학 사업단장)

산업 전반에 ‘공유경제’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가운데 대학도 이에 동참했다. 지난해부터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46개 대학과 함께 ‘디지털 신기술 인재양성 혁신공유대학’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능형로봇 혁신공유대학’ 사업단을 이끄는 한양대학교 ERICA캠퍼스 산학협력단 박태준 단장을 만나 사업의 취지와 사업내용을 들었다.

글. 박영임 | 사진. 손초원

 

대학교육 혁신 키워드는 ‘공유’

6년간(2021∼2026년) 진행되는 ‘디지털 신기술 인재양성 혁신공유대학’ 사업은 지능형로봇, 에너지신산업, 바이오헬스, 차세대반도체, 미래자동차, 인공지능, 빅데이터, 실감미디어 콘텐츠 분야의 인재를 양성하는 사업이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기술로 각광받는 분야들이다. 그런데 분야별로 7개 대학이 연합체를 이루는 점이 특이하다. 지역분배를 고려해 구성된 연합체는 표준화된 교육과정을 공동으로 개발·운영하는 등 대학별로 흩어져 있는 해당 분야의 교육자원을 공동 활용하는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

한양대는 서울캠퍼스가 에너지신산업 분야에 참여할 뿐 아니라, ERICA캠퍼스가 광운대, 부경대, 상명대, 영진전문대, 조선대, 한국공학대로 구성된 지능형로봇 혁신공유대학 사업단(이하 ‘지능형로봇 사업단’)의 주관대학으로 선정됐다. 지능형로봇 사업단의 수장인 박태준 단장은 교육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흐름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사회의 전 부문이 바뀌고 있는데 대학이라고 상아탑이라는 옛 명성에만 매여 있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온라인으로 학위를 받을 수 있습니다. 물리적 공간 개념의 대학은 이미 변화를 맞았죠. 구글 같은 기업은 대학을 제치고 직접 AI 교육을 하겠다고 나선 상황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는 대학에 위기로 작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학교육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그 방향성을 고민할 시점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요 키워드로 개방, 공유, 협업, 연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번에 선정된 8개의 신기술 분야는 단독 학문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분야가 아니에요. 예를 들어 지능형 로봇은 기계, 전자, 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가 융복합된 학문이므로 학교와 학과의 장벽을 허물어야 효율적으로 우수한 인재를 양성할 수 있습니다.”

만약 한 학과에서 해당 분야를 완벽히 교육하려면 세부 전공별로 교수를 확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여러 대학이 연합해 공동 커리큘럼을 운영하면 적은 교육자원으로도 효과를 높일 수 있다. 학생 입장에서는 어느 지역, 어느 대학에 다니든 표준화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지역 간, 대학 간 교육 격차를 해소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 지능형로봇 혁신공유대학 사업을 이끌고 있는 박태준 단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요 키워드로 개방, 공유, 협업, 연대를 꼽았다.
▲ 지능형로봇 혁신공유대학 사업을 이끌고 있는 박태준 단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요 키워드로 개방, 공유, 협업, 연대를 꼽았다.

 

대학 간 장벽 허물고 교육자원 공유

한양대 ERICA캠퍼스가 주관하는 지능형로봇 사업단은 각 대학이 갖춘 인프라와 자원을 공유해 핵심인재 10만 명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이다. 초급, 중급, 고급으로 구성된 모듈형 커리큘럼으로 어느 대학에서나 동일한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각 참여 대학의 독자성, 지역 특색도 살릴 수 있다. 즉, 3학년 1학기까지는 공통의 초·중급 과정을 이수하고 그 이후 상명대는 ‘개인용 서비스 로봇’, 영진전문대는 ‘로봇 자동화 초점’ 등 대학별로 지역 특화산업과 연계된 고급과정을 익혀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육성된다. 이는 학부에서 전공을 공부한 뒤 로스쿨을 거쳐 전문 법조인이 되는 과정과 유사하다.

“교육과정, 교육방법, 교육환경, 학사제도의 4가지 틀에서 공유교육을 혁신하고자 합니다. 이미 본교에서 노하우를 축적한 IC-PBL과 텔레프레즌스 강의를 타 대학으로 확산시키고, 메타버스 등 신개념 첨단 기법을 활용한 원격강의도 도입할 예정입니다.”

지능형로봇 사업단은 ‘나눔’으로 상생하는 새로운 공유교육모델을 지칭하는 ‘SHARE(SHared AI-Robotics Education) 스쿨’이라는 별칭도 만들었다. 이는 대학들이 보유한 모든 자원과 성과를 공유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그러려면 대학, 학과, 교수, 학생 간 벽을 허물어야 한다. 사업단은 모듈형 표준교육과정뿐 아니라, 대학 간 복수학위제도와 학과 간 전공선택제도를 도입하고 대학 간 석사 공동학위를 수여하는 등 다양한 공유학사제도도 마련했다.

복수학위제도는 지능형로봇 사업단에서 최초로 시도하는 제도인데, 예를 들어 A 대학의 SHARE 스쿨을 통해 학위를 수여한 학생이 B 대학에서 특화 고급과정을 1년간 추가로 수강하면 B 대학의 학위도 취득할 수 있는 제도다. 복수학위제도는 지역 대학의 인력수급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학과 간 장벽을 없애기 위한 전공선택제도는 융합전공인 지능형 로봇학과를 신설하고 인문‧사회‧예체능 계열 학생들에게 관련 학위를 받을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렇게 학교 간, 학과 간 장벽을 허물면 학생들의 학습 선택권을 넓혀줄 수 있다.

▲ 한양대 ERICA캠퍼스가 주관하는 지능형로봇 사업단은 각 대학이 갖춘 인프라와 자원을 공유해 핵심인재 10만 명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 한양대 ERICA캠퍼스가 주관하는 지능형로봇 사업단은 각 대학이 갖춘 인프라와 자원을 공유해 핵심인재 10만 명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열린 마음과 소통으로 성과 극대화

복수학위제 도입을 위해 각 대학의 학칙까지 변경한 연합체는 지능형로봇 사업단이 유일하다. 그만큼 각 대학의 교육자원을 공유하는 일은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그동안 대학 간 연합 사업이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업단장들의 어깨가 무거운 것도 사실입니다. 대학별로 제도도 다르고 이해관계가 다르기에 이를 조율해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열린 마음으로 임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능형로봇 사업단은 참여 대학 간 소통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업단 내 10여 개의 위원회를 운영하며 회의를 통해 의사결정을 한다. 지역별로 분산돼 있어 한자리에 모이기는 어려우나 온라인 회의 플랫폼이 잘 발달해 있으니 이를 활용하면 물리적 거리는 문제가 안 된다. 조만간 메타버스 회의도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실험·실습 및 창업 공간 공유를 위해 한양대 ERICA캠퍼스 내에 공유교육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최첨단 장비를 갖춘 공유 실습실은 언제든 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24시간 개방할 방침이다. 지방에 있는 학생들은 계절학기 기간에 이용하면 된다. 또한 한국로봇산업진흥원 등 정부산하기관들이 구축한 테스트베드 인프라도 공유하기 위해 MOU를 체결했다. 박태준 단장은 참여 대학뿐 아니라 국내외 모든 대학과 연구소, 기업, 일반인들에게도 교육모델, 콘텐츠 등을 개방해 지능형로봇 교육의 메카가 될 것을 다짐했다.

“우리 사업단은 경쟁이 아닌 상생을 통해 로봇 관련 학과뿐 아니라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표준교육모델과 공유교육 콘텐츠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관련 학과들을 아울러 어느 대학에서나 지능형로봇 학위를 받을 수 있는 공유교육 생태계를 발전시켜 나가겠습니다.”

본 내용은 한양대 소식지 'HYPER'의 2022년 봄호(통권 261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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