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 '해결사'로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
독서교육론, 미디어 리터러시 등 문해력 교수법 수업 및 연구
읽고 쓰는 일에 대한 공공성 인식 및 성찰, 함께하는 독서 강조해

조병영 국어교육과 교수가 tvN의 토크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조 교수는 방송에서 문해력과 세대별 차이를 분석하며 유익한 내용을 전했다. 국어교육과 학과장과 러닝사이언스학과 리터러시 전공 교수까지 겸하고 있는 그를 만나 출연 소감과 대학생을 위한 문해력을 알아봤다.

 

문해력 '해결사' 조병영 교수! 그는 어떤 사람인가

▲ tvN의 토크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조병영 국어교육과 교수. 그는 문해력과 현대 사회에서 문해력이 필요한 이유를 이야기했다. ⓒ 조병영 교수
▲ tvN의 토크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조병영 국어교육과 교수. 그는 문해력과 현대 사회에서 문해력이 필요한 이유를 이야기했다. ⓒ 조병영 교수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방송국에서 먼저 섭외 요청이 왔어요. 프로그램 작가가 제 책인 <읽은 인간, 리터러시를 경험하라>를 인상 깊게 읽었다고 하더라고요. 과거에 EBS 다큐멘터리 <당신의 문해력>에 출연했고 여러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보고 출연 제안을 준 듯합니다.

제가 출연한 204회의 회차 명은 '해결사'였어요. 문해력이 떨어지는 현시대에 해결책을 제안해 주는 '문해력 해결사'로서 저를 초대해 줬어요.

 

프로그램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요.

문해력이 무엇인지부터 시작해 사람들에게 문해력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어요. 또한 세대별 문해력 저하 문제와 디지털 공간의 문해력 문제를 분석했고, 문해력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두 MC가 잘 진행해 줘서 편하게 촬영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유재석 씨는 매우 친절하게 촬영을 진행했고, 대화를 나눌수록 박식함이 느껴졌어요. 조세호 씨는 인터뷰 내내 제 눈을 맞추며 소통하고 대화에 집중해 줬어요. 덕분에 정말 편하고 재밌게 촬영했습니다.

 

▲ 조 교수는 영상이나 이미지를 통한 정보 습득도 장점이 있지만, 독서로 얻을 수 있는 깊이 있는 지식과 앎이 있다고 설명했다. ⓒ 매거진 한경
▲ 조 교수는 영상이나 이미지를 통한 정보 습득도 장점이 있지만, 독서로 얻을 수 있는 깊이 있는 지식과 앎이 있다고 설명했다. ⓒ 매거진 한경

국어교육과에서는 어떤 수업을 하고 있나요.

현재 중고등학교 국어 교사를 꿈꾸는 예비 교사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독서교육론, 작문교육론, 미디어 리터러시, 디지털 리터러시 과목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또한 뉴 리터러시라는 교양 수업도 진행하고 있어요.

 

문해력에는 언제부터 관심을 두고 연구했나요.

국어 교사라는 꿈을 위해 국어교육과에 진학했어요. 학부 졸업 후에는 대학원에서 교과서 제작 및 교육과정 연구 참여 등을 한 후 교직 생활을 시작했어요. 그동안 배운 이론을 실제 교육 현장에 적용해 가르치려 했으나, 어려움이 많았죠. 글을 읽고 쓰는 걸 잘 가르 방법을 고민한 끝에 미국 유학을 결정했습니다.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얻고 9년간 교수 생활을 했어요. 긴 시간을 연구하다 보니 글을 읽고 쓰는 일이 일상에서 가장 많이 하는 일이고 잘 해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문해력은 우리 삶의 핵심이자 필수라는 생각이 들며 이를 가르치는 것에 소중함을 느꼈어요. 이런 깨달음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문해력을 연구해 오고 있습니다.

 

리터러시 개념을 정보, 인지철학, 사회과학적 측면에서 연구하는 논문을 작성해 리터러시 학회에서 전 미국 1등 논문상을 받았는데요. 이는 어떤 연구였나요.

이 연구는 미국의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입니다. 제한 시간 동안 인터넷에서 논쟁 주제를 찾아 읽고 비판적인 질문을 만드는 과제를 줬죠. 학생들에게 정보를 탐색하는 동안 계속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물어봤어요. 이를 '사고 구술 기법'이라고 해요. 언어 프로토콜 분석 기법을 통해 학생들이 어떤 방식으로 전략을 세우고 정보를 선택하고 분석하는지 알아봤습니다. 그 결과, 텍스트를 종합적 그리고 비판적으로 읽는 학생이 더 정교한 수준의 질문을 만들어 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조병영 교수가 말하는 문해력

실질적 문맹률이 무엇이며, 이와 관련된 문제는 무엇인가요.

'문맹'은 말 그대로 글자를 읽고 쓰지 못하는 사람을 칭합니다. 문맹은 문자 교육을 받지 못 한 것에 기인해요. 우리나라는 교육의 보편화 덕에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문맹이 거의 없어요. '실질적 문맹'이란 글자를 읽고 쓸 순 있지만,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곡해하는 걸 넘어 자신이 잘 이해했다고 생각해 소통이 안 되는 상태를 의미해요. 

우리는 학교나 직장 등 사회에서 살아가며 좋은 위치에 가기 위해서는 잘 읽고 써야 해요. 단순히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는 걸 넘어서 말하는 바를 이해하고 맥락을 분석적으로 정확히 이해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많은 현대인이 글을 정확하고 깊게 읽기보단 듬성듬성 읽는 경향이 있어요. 글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 한 상태에서 삶의 여러 일을 마주하면 여러 문제가 생기는 거예요.

 

현대 사회는 콘텐츠나 뉴미디어를 통한 빠른 정보 습득이 만연한 세태입니다. 이런 시대에서 글을 읽는 능력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영상과 이미지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닙니다. 영상과 이미지만이 갖는 정보 전달의 효과가 있어요.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며 빠르게 정보를 습득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어떤 경우에는 정보를 깊게 이해하고, 다른 요소들과 연결해 분석하는 종합적 사고 능력이 필요해요. 현대 사회에서 비판적 사고를 하며 건강하고 품위 있는 시민이 되기 위한 지식은 책에서 얻을 수 있어요.

'책'은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가 생각해 온 지식의 보고예요. 책 속에는 여러 깊이 있는 내용들이 있기에 읽는 행위를 하면 깊이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죠.

영상은 아주 구체적인 방식으로 표현돼 있어 우리의 인지 활동이 적극적으로 일어나지 않아요. 뇌가 수용적으로 받아들여 수동적인 정보 습득자가 되는 거예요. 반면 책은 글자를 읽고 뜻을 해석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정보를 얻어요. 이는 능동적인 정보 습득으로 이어집니다. 따라서 독서는 생각을 더 깊고 오래 하는 훈련을 하는 방법이에요.

 

▲ 조 교수는 대학생들을 위한 리터러시 조언으로 함께하는 독서와 공부를 강조했다. 지식 공동체 내에서 지적 협업이 일어나야 더 효과적인 학습을 있다고 설명했다. ⓒ 게티이미지
▲ 조 교수는 대학생들을 위한 리터러시 조언으로 함께하는 독서와 공부를 강조했다. 지식 공동체 내에서 지적 협업이 일어나야 더 효과적인 학습을 있다고 설명했다. ⓒ 게티이미지

대학생들이 갖춰야 할 이상적인 문해력을 조언해주신다면요.

대학생은 지성의 공동체 안에 속한 사람이에요. 전문가는 아니지만, 일종의 입문자라고 볼 수 있죠. 이런 집단에 속한 사람이니 올바르게 읽고 쓰는 능력이 필요해요. 따라서 한양대 학생들에게 세 가지 조언을 해주고 싶어요.

첫째,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은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보세요. 읽고 쓰는 일이 공공성을 가진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디지털 공간에서의 소통은 혼자만이 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영향을 주기도 하고 상처를 주는 상호작용이에요. 공공성을 지니고 있는 만큼 일종의 책임감을 느껴야 해요. 소통할 때 윤리와 공공성을 생각하길 바랍니다.

둘째, 타성에 젖어 글을 접하기보다는 문해력을 의식하고 성찰해 보세요. 글을 읽고 쓰는 방식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방식이 정말 좋은 걸까?', '그냥 읽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며 읽어야 하는 게 아닐까?'같은 질문이 필요해요. 이런 성찰을 거쳐야 더 좋은 문해력을 가질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혼자보다 함께 책을 읽는 문화가 자리 잡길 바랍니다. 대학에서도 어느 정도의 경쟁력이 있지만, 지식 공동체는 지식을 나누며 발전합니다. 이 공동체 안에서 서로의 지식을 나누며 더 다양한 지식이 만들어지거든요. 독서 모임을 만들어 함께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눴으면 좋겠어요. 이런 과정을 거치면 책 읽기의 쓸모와 효용을 느낄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키워드

저작권자 © 뉴스H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