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운동으로 시작된 야구
"운동을 리딩(Reading) 스포츠로 소비해야"
"한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고 타 분야와의 융합하는 것이 중요"

프로야구 개막전이 진행된 지난 23일, 전체 구장의 표가 모두 매진됐다. 그만큼 야구는 현재 전 국민이 열광하는 대표적인 스포츠다. 야구는 일제 강점기 귀족 스포츠에서 시작해 현재는 연령대에 상관 없이 인기있는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전국민적 스포츠가 된 야구의 모든 것을 담은 도서 <야구의 나라>를 통해 국내 야구를 총망라한 이종성 스포츠산업과학부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이종성 스포츠산업과학부 교수는 스포츠매니지먼트 분야 중 스포츠 문화사에 큰 비중을 두고 연구를 지속한다. 그는 스포츠의 진정한 의미를 알려주기 위해 칼럼을 연재 중이다. ⓒ 정주현 기자
▲ 이종성 스포츠산업과학부 교수는 스포츠매니지먼트 분야 중 스포츠 문화사에 큰 비중을 두고 연구를 지속한다. 그는 스포츠의 진정한 의미를 알려주기 위해 칼럼을 연재 중이다. ⓒ 정주현 기자

 

엘리트 운동이 국민적 스포츠가 되기까지

학생들이 많이 즐기고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운동은 축구다. 그렇다면 왜 이 교수는 야구를 선택했을까. 이 교수는 "여러 스포츠 중 연령대를 초월해서 일상 대화의 소재로 사용되는 것은 야구다"며 "국내 스포츠 중 우리는 '야구의 나라'다운 성격을 띠고 있다"고 전했다.

광복 이후 우리나라는 어느 고등학교를 진학하는지가 중요한 시대였다. 당시 한국의 명문 고등학교들의 교기(校技)는 모두 야구였다. 일제강점기 엘리트를 상징하던 야구가 지속해서 명문교를 상징하는 스포츠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이러한 영향으로 당시 학생들 사이에서 야구 경기를 응원하는 문화가 활성화됐다. 

 

▲ 해방 이후 명문 고등학교들은 야구를 교기로 삼았다. 이에 야구를 응원하는 문화가 활성화됐고 엘리트 계층이 향유하던 야구는 전국민적 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 게티이미지
▲ 해방 이후 명문 고등학교들은 야구를 교기로 삼았다. 이에 야구를 응원하는 문화가 활성화됐고 엘리트 계층이 향유하던 야구는 전국민적 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 게티이미지

이후 야구 명문교 출신 엘리트들이 정계와 재계로 진출했다. 학연에서 시작된 야구는 더욱 광범위하게 퍼져나갔다. 이 교수는 "야구로 형성된 인맥이 사회로 확산됐다"며 "야구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가 굳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가장 영향을 주고받은 나라인 일본과 미국과의 삼각동맹 체제에 야구는 중간다리 역할을 했다. 이를 배경으로 야구는 한국인들에게 선망받는 스포츠로 발돋움했다.

 

어려움을 극복해 완성한 결론

일제강점기부터 2000년대까지의 야구를 추적한 이 교수는 추적 과정 중 어려움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한국 자료만으로는 폭넓은 스펙트럼의 자료를 얻기 어려웠다"며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바라보기 위해 일본 자료들을 많이 살펴봤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어를 완벽하게 구사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료를 볼 때 언어 공부가 가중됐다"고 밝혔다. 

그는 오래된 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자료를 작성한 연구자가 현재 많이 남아있지 않기에 해당 자료가 한국 야구의 변곡점마다 어떻게 작용했는지 증언 받기 어려웠다. 이로 인해 연구는 예상보다 오래 지속됐다.

그러나 끝없는 열정으로 자료 간의 연결고리를 찾아냈다. 야구와 스포츠가 단순히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넘어 사회적 상호작용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단순 소비를 넘어 리딩(Reading) 스포츠로 향해야 할 때

한국은 선진국형 스포츠로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이 존재한다는 이 교수는 "리딩(Reading) 스포츠 측면으로는 성장이 더디다"고 전했다. 리딩(Reading) 스포츠는 말 그대로 스포츠를 읽는 것이다. 단순히 스포츠 중계와 스타디움 안에서 펼쳐지는 내용을 보고 소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스포츠의 역사, 시대 흐름 등을 폭넓게 이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스포츠에 대한 읽을거리와 생각할 거리가 타 선진국보다 적은 상황에서 이 교수는 "이에 대해서 깊게 연구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며 "스포츠 내외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의 접점을 찾아 연결하는 플러그 역할을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 '야구의 나라'는 국내 스포츠 야구에 대한 모든 것을 총망라한 저서다. 2개의 키워드를 활용해 국내 야구의 발전 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뤘다. ⓒ 이종성 교수
▲ '야구의 나라'는 국내 스포츠 야구에 대한 모든 것을 총망라한 저서다. 2개의 키워드를 활용해 국내 야구의 발전 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뤘다. ⓒ 이종성 교수

그의 저서 <야구의 나라>에는 '엘리트들이 어떻게 야구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봤나'와 '일본과 미국, 그리고 한국의 삼각동맹 체제에 야구가 어떤 중요한 역할을 했나'의 2개의 키워드가 관통한다. 

 

스포츠의 의미를 들려주고자 시작한 칼럼

스포츠에 관심이 적은 사람들에게 스포츠의 의미를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이 교수는 2020년부터 <스타뉴스>를 통해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을 연재하고 있다.  그는 칼럼을 통해 다양한 스포츠 종목의 비하인드나 얽힌 이야기를 설명한다.

이 교수는 "하루가 지나면 볼 이유가 사라지는 스포츠 관련 기사가 많아 안타까웠다"며 "시간이 지난 후에 검색했을 때도 의미있는 기사를 쓰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분야와의 융합이 중요해"

이 교수는 스포츠매니지먼트 중 스포츠 문화사에 큰 비중을 두며 연구 생활을 지속하고 있다. 그는 "스포츠 마케팅, 스포츠 비즈니스에 비해 스포츠 문화에 대한 연구가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것 같다"며 "다른 전공들의 기초가 되는 스포츠 문화를 등한시하지 않고 연구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역사, 문화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 스포츠를 이해하는 것은 어렵다는 이 교수는 "타 전공의 사람들과 협력해 새로운 사실을 알아내고 싶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목표에 다다르기 위해 계속해서 스포츠 외에 타 분야 관련 서적과 논문을 찾아보며 노력 중이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한양인들에게 조언의 말을 남겼다. "융합이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본인의 전문 분야뿐만 아니라 다른 쪽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게 되면 전혀 다른 길이 열릴 거예요. 다른 분야에 곁눈질을 많이 하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본인 전문 분야의 뒷면을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겁니다. 다들 응원합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H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